구기동이라면 저희 집에서 10분이면 뒤집어 쓰고도 남는데...빨리 출발했으면 하고 재촉하길래 8시5분쯤 집에서 나섰어요.
출발한지 5분쯤 됐을까? 약속한 사람이 9시30분으로 늦췄으면 하더라구요.
아님 시청 근처의 한 호텔에서 9시에 만나든가...
그래서 9시로 약속을 바꿨어요.
"어디가서 커피나 한잔할까??"
"그러죠"
대답은 했는데, 막상 갈만한 곳이 생각이 안나더군요.
일단 호텔 커피숍은 커피값이 비싸서 싫고, 쌈지막한 다방은 주차가 어려울 테고, 그렇다고 던킨도넛의 커피를 사서 차 안에서 마시기는 싫고...
어찌어찌 하다가 삼청동의 수와래까지 갔어요.일단 주차장이 넓고, 차값이 그리 비싸지 않고, 차만 안판다고 하면 걍 드라이브로 시간을 때울 수도 있고...
수와래에 들어간 kimys, "여기 언제 와봤어? 누구랑?"
호호, 질투하나...후배들 이름을 주욱 대며 알리바이를 제시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 수와래에서...
저녁 잔뜩 먹고 나가놓고는, 커피에 곁들여 치즈케이크와 고구마케이크를 먹었는데...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최근에 kimys랑, 밤에 근사한 곳에서 단둘이 커피랑 케이크를 먹어본 기억이 없어요. 얼마나 삭막하게 산 건지..., 갑자기 마치 연인이 된 듯 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호호.
냠냠주부식 표현으로 하자면 '들척지근한 관계가 되었다'고나 할까...
가끔은 이런 데이트를 하자고 하긴 했지만...또 언제가 되려는지...

오늘 저녁 메뉴입니다. 골뱅이무침.
현종님네 그 골뱅이, '오늘은 사망하셨겠지', 하고 냉장고 안에 넣어뒀던 통을 열어보니,
여전히 생존해 계시더군요.
그 질긴 생명력에 경의를 표하며!!
오늘만큼은 잔인한 여인이 되고 싶질 않아서, 삶아서 무침을 했어요.
미나리와 파채만 넣고...
양념은, 고추장 1, 고춧가루 1, 맛간장 1, 식초 2, 설탕 1, 요리엿 1의 비율이었구요, 나중에 소금을 조금 더 넣어 간을 맞췄어요.
아마 요대로 하면 너무 맵지 않을 거에요. 저흰 어머니때문에 너무 맵게 못하거든요.
상에 올렸더니,
kimys, "미나리와 골뱅이가 너무 잘 어울린다"며 자알 먹네요.
집에 오이가 없기도 했지만, 미나리를 알뜰하게 먹으려고 넣은건데...뜻밖의 성공을 거뒀어요.
먹긴 잘 먹었는데...입이 높아져서, 앞으로 통조림 골뱅이를 먹지 못하게 되는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을까, 다소 걱정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