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날 담 들리는 바람에 토요일엔 병원을 가야하는 것을, 그날 저희 친정부모님이 '장한어버이상'(이 한겨울에 웬 장한 어버이상인지...)을 받는다고 하셔서 제가 운전기사 하기로 했거든요.
그래도 며느리는 다르데요, 전 덜렁 부모님 행사장으로 모시고 가기만 했는데- 꽃다발도 준비하지 않고, 카메라도 안챙기고- 우리 큰 올케, 꽃다발 2개 만들어서 카메라까지 챙겨서 나타나는 걸 보고...
암튼, 노인들 잔뜩 앉혀놓고 웬 시상식이 그리 긴지, 등짝 아프고, 배도 고프고...
하여간 오빠네가 롯데호텔에서 점심 사줘서 잘 먹고 돌아왔죠.
집에 들어와서 등짝에 찜질팩 대고 약국에서 사온 매약 먹고...그렇게 잘 넘어가나 보다 했어요.
일요일 아침, 저희 시어머니, 감기기운이 있으시길래 기운차리시라고 전복죽 쒀드리곤 방으로 들어와서 옆에 놓인 휴지를 뽑다가 다시 담이 들렸는데...저 죽는 줄 알았어요, 갈비뼈 전체가 아픈 것이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엉엉 울었어요. 맘같아서는 응급실이라도 뛰어갈까 했는데, 우리 집에 운전하는 사람이 저뿐이라, 그냥 울면서 찜질팩을 대고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있었죠.
점심은 짜장면 시켜다 먹고, 저녁은 kimys가 차려서 어머니랑 둘이 먹고, 전 나중에 kimys가 줘서 먹고...
하루종일 누워서 지낸 탓인지, 오늘은 조금 살만하데요. 적어도 숨쉴때 아프지 않으니까 살만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침에 kimys랑 같이 정형외과 의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고왔어요.
여기서부터 제가 또 발등을 찍은 스토리~~.
kimys의 후배이자, 제 후배이기도 한 (kimys말로는 제가 더 예뻐한다는) 미국 사는 후배가 잠시 다니러 나왔어요. kimys랑 사무실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로 약속했는데, kimys사무실 옮긴 후 다른 건 다 좋은데 근처에 식당이 없는 것이 큰 문제거든요.
"어디서 먹으려구요?"
"은평구청 앞 ○○○○에서 먹지"
"어디서 만나서?"
"녹번역 6번 출구로 나와서 그냥 주욱 걸어오라고 했는데.."
"거기서 버스 정거장으로 한정거장도 넘는데..."
"집에서 먹으면 딱 좋은데..."
여기서, 못들은 척 해야하는 건데.
"그럴래요? 근데 반찬이 없는데..."한 거 있죠? 흐미
"뭐 참게장 있으니까 무슨 국만 있으면 되지 않나?"
이럴 때 뻣대야 하는데 "김치찌개나 할까?"이랬더니 kimys 얼굴에 화색이 돌며,
"아 그거면 최고지!!"
이때 시각이 11시30분.
부랴사랴 피아노갈비 사고 지하도 입구에서 하루종일 야채를 팔고 계신 할머니에게서 쪽파도 1천원어치 샀죠. 쪽파의 선도로 봐서는 사고 싶지 않지만 그 할머니 그거 못팔면 밤 10시까지도 앉아 계시니까...
집에 들어오자 마자 일단 파전에 넣을 해물부터 꺼내서 해동판에 얹어두고, 피아노갈비로 김치찌개 안치고, 쌀 씻고, 파 씻고, 식탁 행주질해서 수저 찾아놓고 김치 놓고 참게장 2마리 뜯어놓고, 밥 안치고, 그리고 파전을 부쳐서 상을 차렸네요.
오랜만에 만난 후배,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김선배, 김치찌개 끝내줘요"하는 바람에 등짝 아픈 것도 잊었어요.

이게 바로 오늘의 히트요리 피아노갈비 김치찌개입니다.
위에 갈비 보이시죠?
피아노 갈비는 돼지의 갈비인데 작은 갈비, 아마도 백 립이 아닌 가 싶은데 확실히 모르겠네요. 암튼 작은 갈비들이 피아노건반 모양으로 조르륵 달려있다고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아요. 값은 1근에 3천5백원선.
메인으로 다른 고기 요리가 없어서 2근이나 사다가 푸짐하게 넣고 김치찌개를 끓였어요. 마침 김치국물만 남아있는 것이 있어서 이걸 쏟아넣었더니 김치찌개의 맛이 더욱 깊고 풍부해지더라구요.
솔직히 조금 힘은 들었지만, 오늘 보면 또 언제 볼 지 모를 후배, 내일 워싱턴행 비행기를 탄다는 후배, 내손으로 김치찌개이나마 밥 한그릇 먹여보내고 나니 기분은 좋으네요.
남은 김치찌개로 저녁까지 해결하고...
암튼 지 발등 계속 찍는 이 병의 이름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