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82cook.com/data/july/7021.jpg)
행주도 삶아 빨아 널었고, 손닦는 수건도 방금 갈았는데...
여전히 행주 오래 안 삶았을 때 나는 것 같은 냄새가 부엌에서 나네요.
온수를 틀어 한참동안 수채구멍으로 흘려보내고 나니, 그제서야 냄새가 가시는 것 같아요.
이제 본격적으로 장마철이 시작되는 모양이네요.
빨래도 잘 마르지 않고, 음식물은 잘 상하고,
조금만 게을리하면 욕실에는 곰팡이가 피어버리고...
그뿐인가요, 기분은 자꾸 다운되고, 몸은 무겁고...
오늘 오후, 조금있다가 우먼센스 촬영이 있어요.
촬영에 쓰려고 막사발을 모두 꺼냈어요.
왜 막사발이란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지만,
암튼 이렇게 생긴 그릇을 막사발이라고 한대요.
이 막사발 사형제중 큰녀석 둘은 예전에 직장 다닐때 후배가 준거에요.
지각이 잦고, 원고 마감도 늦고, 기획안과는 방향이 동떨어진 기사를 내밀어서 황당하게 만들곤 하던 후배가 어느날 쭈빗거리며 내밀더군요. 아무말도 하지는 않지만 그 얼굴에는 미안함이 서려있었구요. 그래서 고맙다며 받았어요.
그랬더니 며칠 있다가 하나 더 내밀더라구요. 이번에도 역시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뭐랄까, 더 이상 속 썩이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다고나 할까요...그래서 또 고맙다며 받았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속을 썩이지 않던 후배들보다는 골치덩어리 그 후배가 더 기억에 남네요.
얼마전 지압원 원장이 전남 강진에서 도자기를 굽는 자기 친구가 만든 거라며 막사발 2개를 주네요.
집에 있다며 사양하는데도 "요리를 하신다면서요.."하면서 계속 주려고 하길래 못이기는 체 하고 가져왔어요.
가져와서 보니, 먼저 있던 두개보다 크기가 약간 작긴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분위기가 흡사한지...
마치 모두 한 사람이 빚은 것처럼...
이 막사발 사형제, 크기가 모두 다르고, 색깔도 모두 다르고, 모양도 모두 달라요.
그렇지만 같이 식탁에 올려놔도 세트처럼 너무 잘 어울려요. 잘 포개져서 자리도 별로 차지하지 않구요.
오늘 촬영하려고 막사발을 꺼내놓으니 문득 82cook 식구들이 생각났어요.
사는 곳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잘하는 것도 모두 다른, 우리 식구들.
그렇지만 82cook을 사랑한다는 큰 공통점이 있죠.
마치 막사발네 사형제가 막사발이라는 공통점만 가지고 있듯이...
이렇게 서로 다르지만 조화를 이루며 산다는 게 우리 82cook 식구들이랑 막사발네 사형제랑 너무 흡사하지 않나요?
무더위 탓에 더욱 짜증나기 쉬운 계절이죠? 누군가 조금만 건드리면 그냥 폭발해버릴 것 같고...
82cook에서도 가끔 그런 기운이 느껴지죠? 그럴때 이 막사발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그럼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애정을 느끼며 살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