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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데코

손끝이 야무진 이들의 솜씨 자랑방

제주에서 손수 고친 시골집 이야기

| 조회수 : 20,052 | 추천수 : 1
작성일 : 2017-07-12 17:23:42

처음 집 고치기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틈틈이 글을 올려 집 고치는 과정 소개도 하고,

알바들의 난입으로 혼탁해진 게시판 정화에도 일조하자...는 게 오래된 회원으로서의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케케묵은 시골집을 내 손으로 고친다는 게,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자 생고생의 퍼레이드이다 보니,

하나하나 낭만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만큼 에너지를 남겨주지 않았어요.

얼마 전 드디어 집 고치는 일을 다 마치고, 지금은 뜨거운 제주의 여름을 즐기며 쉬는 중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집을 사고, 뜯고, 고치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웃으며 추억할 시간이 도래한 셈이에요.

몇 년 전, 첫 번째 집을 남편과 둘이 고쳤을 때도 82에 글을 올려 응원과 축하를 잔뜩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자랑도 푸념도 다 받아주시고, 기꺼이 응원해주시는 82에 두 번째 집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김녕집은 김녕해변 인근 마을 안에 있는 오래된 돌집입니다.

처음 이 집을 만났을 때는 오래된 집이 다들 그렇듯 좀 심란한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아주 못쓸 수준은 아니고, 조금 손보면 곧 들어가 살 수도 있는 다행스러운 상황이었지요. 

그러나 공간에 욕심 많은 사람에게, '조금만 손보면'이라는 말처럼 무서운 게 없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무려 1년하고도 반을 공사를 했어요.

물론 남편과 둘이서, 노는 건지 일하는 건지 헷갈리는 수준의 강도로 해서 그렇긴 하지만, 시간이 참 많이 걸렸죠.





제일 어려웠던 일은 '돌집'을 복원하는 거였습니다.

김녕집은 오래된 전통 돌집인데, 그동안 여러 주인을 거치면서 이런저런 수선이 보태져 돌집의 원형을 거의 잃어버리고

흰 칠을 뒤집어쓰고 있었어요. 

저희 부부는 돌집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탄탄하게 지어진 김녕 집의 원래 모습을 되살려놓고 싶었습니다.





페인트칠이라는 게, 새로 하는 건 쉽지만 있는 칠을 벗겨내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이더군요.

저 벽면의 페인트를 다 벗겨내고 나서, 저는 세 달 정도 오른팔 물리치료를 다녀야 했어요.





그렇게 고생했어도, 다시 돌아간다면 또 똑같은 일을 할 거예요.

돌집이 너무나 좋습니다.   





김녕집의 외부는 오래된 시골집의 모습을 그대로 남겼지만, 내부는 하나하나 다 뜯어고쳤습니다.

아주 예쁘고 독특하고 편안하게, 최선을 다해 고치고 싶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쓴 건 주방이에요.

'밥하는 아줌마'이다 보니, 밥하는 공간이 저에게는 매우 중요해요.

작아도 쓸모있게, 주방에 있는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질 만큼 예쁘게 꾸미고 싶었습니다. 





남편을 졸라 싱크대를 직접 짜고, 타일을 골라서 붙이고, 개수대를 설치하고...

하나하나 내 손으로 만든 주방이 마음에 들게 만들어져서 정말 기분이 좋아요. 






개수대 앞에는 큰 창을 냈고, 창 앞에는 하귤나무를 심었어요.

창에서 보이는 풍경이 좋습니다.





주방이 현관 옆에 붙어 있었어요. 

큰 구조는 그대로 두고, 그야말로 인테리어 공사만 했습니다. 





밝고 환해진 현관 쪽 모습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김녕집 공사를 하면서 업자의 손을 빌린 일이 딱 한 번 있었는데, 바로 주방의 구조 때문이었어요.

제주도 시골집은 주방이 아주 좁습니다.

'물 부엌'이라고, 물 쓰는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집 바깥에 대부분 있고요,

그 대신 실내에 있는 주방은 아주 좁은 경우가 많지요.

김녕집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방이 좁아 많이 답답했어요.

주방은 그 어디보다도 소중하므로, 주방이 답답하지 않도록 벽체를 잘라냈습니다. 

벽을 없앤 건 아니고,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커다란 네모난 구멍을 뚫어서, 주방에 개방감을 주었어요.

구멍을 뚫은 덕분에 식탁도 놓을 수 있게 되었고요,    





소파를 놓아 거실처럼 쓰는 방과 하나의 공간처럼 널찍하게 연결이 되었습니다. 





소파에 앉으면 네모난 구멍을 통해 주방과 연결되고, 주방 커튼을 열면 돌담과 꽃나무와 잔디밭이 보여요.





창을 통해 보이는 앞마당입니다. 

저 잔디밭에 금잔디를 심은 사연이 구구절절한데, 그 이야기는 다음편에 전하겠습니다.

오랜만에 글 올리려니 사진 크기 조정도 해야 하고 힘드네요.ㅠㅜ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박가
    '17.7.13 1:42 AM

    어머나^^이 늦은 밤, 로그인을 기어코 하게 만드시네요.
    무려 제주도인데다 마당도 돌담도 집도 예쁘네요. 가구 몇가지 리폼해 본 경력이 있어 집을 손수 고치셨다는데 그저 존경심만 생길 뿐이네요. 꼭 집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 들려주세요. 기대되네요^^

  • 낮에나온반달
    '17.7.13 2:05 PM

    가구 리폼 해보셨으면 집수리 가능합니다 ^^
    저희도 딱 그 정도 경험 있었을 때 제주도에 내려와서, 하다보니 하게 되더라고요

  • 2. 예삐언니
    '17.7.13 4:09 PM

    넘넘 이뿝니다..
    저도 밥하는 아줌마로서 주방 정말 중요해요..
    이뿐타일로 장식된 기둥들,,,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가끔 제주소식 전해주세요~~

  • 낮에나온반달
    '17.7.13 10:30 PM

    고맙습니다^^
    칭찬은 역시 좋네요 ㅎ

  • 3. 오직하나
    '17.7.13 7:12 PM

    대단하십니다
    저희는 작년에 집을 지었는데 자재가 넘 비싸고 없는 것도 많아서 힘들더라구요
    마당에 잔디를 심으신 것 보니 엄청 부지런하신가 봅니다
    금잔디가 마음에 안 드시면 나중에 제주 잔디 태역을 심어 보세요
    태역은 안 깍아줘도 되고 비교적 튼튼하다고 하네요
    저는 게을러서 파쇄석과 제주 판석 깔아버렸습니다

  • 낮에나온반달
    '17.7.13 10:31 PM

    제주에서 집 지으셨군요
    애 많이 쓰셨겠어요, 정말로...
    저도 상황은 잘 알지요.
    고생하셨습니다

  • 4. 지윤마미..
    '17.7.14 7:21 AM

    예전에도 반달님 글 본적이 있었는데...
    다시 오셔서 글 올려주셔서 반갑네요.
    어려운 일??하시는데..또 멋지시고 남편분의 사랑이 아주 새록새록 하구나..느낄 수 있네요.
    부부사이도 좋아보이시고요..
    제주 가면 가 보고 싶어요~
    제주가면 이중섭길에 직원숙소가 있어서 참 아쉽네요.
    저만이래도 살짝 가서 지내보고 싶네요.
    그 시골 축사가 리모델링 된 과정도 봐 와서..

  • 낮에나온반달
    '17.7.14 6:30 PM

    반가워해주시니 기쁘네요^^
    제가 나름 오래된 회원이고 혼자 나름 82를 아낍니다
    예전을 기억해주시는 분을 만나니 반갑네요

  • 5. 단비
    '17.7.14 1:38 PM

    정말 고생많으셨겠어요.
    그리고 대단하십니다.
    저희도 부산 인근에 다 쓰러져가는 흙집 손보고 있는 중이라...
    부러움이 하늘을 찌릅니다.ㅎ
    또 글 많이 올려 주세요~

  • 낮에나온반달
    '17.7.14 6:32 PM

    앞으로 고생 많으시겠어요..
    힘 내세요!
    한참 고치고 있을 때는 이 일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시간이 흐르니 결국 끝이 있더라고요.
    응원합니다!!

  • 낮에나온반달
    '17.7.14 6:35 PM - 삭제된댓글

    날도 더운데 앞으로 고생 많으시겠어요..
    한창 수리를 하고 있을 때는 이 일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하다 보니 끝이 있더라고요.
    응원합니다!!

  • 6. 커다란무
    '17.7.15 1:11 PM

    보이는 모든장면이 아름답습니다.
    특히 주방과 마당을 한참이나 봤어요^^

  • 낮에나온반달
    '17.7.19 12:32 PM

    고맙습니다
    마당이 요즘 속썩이고 있어요ㅠ
    잡초 때문에요

  • 7. 아니디아
    '17.7.16 1:31 PM

    시골집 리모델링해서 살고픈 저에게는 넘 부러운 집이네요.
    얼마나 힘드셨을지 감히 상상해보네요.
    꿈같은 집을 가지셨으니 이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낮에나온반달
    '17.7.19 12:34 PM

    나중에 천천히 시도해보세요.
    저도 5년 전만 해도 이렇게 살고 있을 줄 몰랐답니다 ㅎㅎ

  • 8. 찬미
    '17.7.18 9:34 AM

    리빙데코에 글이 잘 안올라오니 가끔 들여다 보는데 이렇게 예쁜글이 있었네요^^

    예쁜만큼
    많이 많이 고생하셨겠지만
    많이 많이 부럽습니다 ㅎ

    안목도 기술도 부럽고요^^

  • 낮에나온반달
    '17.7.19 12:35 PM

    그렇죠..?
    리빙데코가 예전에는 정말 활발했는데 82가 많이 변했어요.
    저라도 열심히 올려볼까 봐요^^

  • 9. 너와나
    '17.7.19 9:05 AM

    넘 멋지네요
    저도 시골집지어 사는게 꿈이자 목표인데
    집짓고 하자 처리하면 백발이 될듯하여(하도 골머리 앓을일이 많다는 소릴 많이 들어서)
    과연 내가 할수 있을까 고민만 하는 사람으로써
    너무 부럽습니다
    많은글 부탁드려요~^^

  • 낮에나온반달
    '17.7.19 12:38 PM

    시골에 주택,, 두려워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힘든 일도 많지만 좋은 점이 정말 많아요.
    저희 시부모님도 양평에 전원주택 짓고 사시는데 참 좋고요.
    저희 가족은 이제 아파트로는 못 돌아간다고 입을 모읍니다.

  • 10. 초록하늘
    '17.7.21 2:49 PM

    @.@
    손재주, 센스 갖춘 능력자는 이렇게도 만드시는군요!!!!

    잠깐잠깐 보이는 집 모습이 정갈하고 예뻐요.
    주방일 하다가 창으로 초록이들 보면 행복 그자체겠어요!

    제주생활이 즐겁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11. 상큼이
    '17.7.21 3:09 PM

    정말이쁘네요

  • 12. hoshidsh
    '17.7.25 4:18 PM

    추천을 백만 개쯤 드리고 싶습니다!!!!!!

  • 13. goumert
    '17.8.31 1:30 AM

    참예쁘네요

  • 14. 고지대
    '17.9.14 5:19 PM

    아~~~
    너무 부럽습니다.
    항상 마음속으로만 꿈꿔왔던 그런 삶을 살고 계시는군요~~!!
    항상 행복하신일만 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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