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셋트로 맞춰 입는 가족 잠바를 만들기로 했어요.
내년 여름에는 추운 곳으로 여행을 가기로 하고 예약을 마쳤거든요.
디즈니 크루즈 중독을 헤어나지 못하고 알래스카로 가는 상품을 또 예약하고 말았어요.
이러다가 곧 지중해도 디즈니 크루즈 타고 다녀올 기세...
내년 여름까지는 시간이 많으니 그 동안 열심히 돈도 벌어놓고, 여행갈 준비도 꼼꼼히 하려고 해요.
알래스카는 한여름에도 자켓을 입지 않으면 추워서 빙하 구경 하기가 고생스럽다는군요.
디즈니 캐릭터가 그려진 플리스 자켓은 한 벌에 최소 45 달러에서 60달러도 넘어가니 네 식구가 셋트로 맞춰입으면 200 달러는 훌쩍 넘어가는 비용!
방학 동안에 놀면 뭐하나.
손품 팔아 여행 경비 절약이나 해보세.
해서 시작한 일입니다.
천을 파는 가게에서 플리스 천과 지퍼를 구입했어요.
온가족이 같은 색깔로 입을 거라 천은 남녀노소 무난한 밝은 회색으로 고르고, 지퍼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서 아이들이 직접 색깔을 고르게 했어요.
세일하는 품목도 있고 쿠폰도 사용하고 해서 정확한 금액을 기억안나지만 요만큼 사는데 대략 20달러 남짓 지불한 것 같아요.
아래에 보시면 나오지만 이만큼으로 아이들 자켓 두 벌이 나왔습니다.
엄마가 바느질 준비를 시작하고 있자니 둘리양이 옆에서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이런 재료로...
이런 옷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서이죠 :-)
제가 요즘 운동하면서 시청하는 드라마가 스타트렉 딥 스페이스 나인 인데, 거기에 외계인 재단사가 나옵니다.
오만 가지 형상으로 생긴 외계인 고객들의 체형과 취향에 맞추어 옷을 만들어주느라 목에는 줄자를 걸고 다닐 때가 많죠.
가사 시간에 배울 때도,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확한 치수를 재어서 공식에 대입하여 옷본을 만드는 것이 첫 단계였지요.
하지만, 날라리즘을 생활철학으로 삼고 있는 저는 치수 재서 초크로 옷본을 그리는 지난한 과정을 뛰어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아이들 자켓을 갖다 대고 부위별로 재단을 했어요.
몸통의 앞 뒷판과 소매의 옷본이 대략 어떻게 생겼는지는 가사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나니까, 그걸 떠올리면서 크기는 현재 입을 수 있는 자켓의 해당 부위를 천 위에 올려놓고 대략 윤곽선을 따라 그리면 그보다 조금 더 넉넉한 싸이즈가 나옵니다.
플리스 천의 장점은 시접 처리를 하지 않아도 올이 풀리지 않고, 바느질이 삐뚤빼뚤 못생겨도 폭신한 천이 숨겨준다는 점입니다.
몸통의 앞 뒷판을 이어주고 소매를 둥글게 연결하고 후드와 주머니 등의 부분도 바느질 합니다.
각 부위를 연결해서 또 바느질 하고 지퍼를 달아주면 완성이죠.
재봉틀로 바느질을 했다면 바늘땀이 더 고르게 되었겠지만, 저희집 재봉틀이 한국에서 건너오느라 명왕성 전압과 맞지 않아서 재봉틀 만큼이나 무거운 변압기에 연결해야 하고, 걸핏하면 실이 끊어지거나,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우다다다 너무 빨리 바느질이 되는 아픔이 있어서, 티비 보면서 하염없이 손바느질을 했어요.
그래도 한 벌 만드는데 하루 밖에 안걸렸으니 방학이 좋긴 좋아요 :-)
다림질해서 붙이는 아플리케는 아마존 온라인 마켓에서 구입했는데 이제 곧 사춘기에 접어들 코난군은 유치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폭풍 성장이 일어날 시기라 내년 이맘때 입을 수 있으려면 아주 많이 크게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아직 어린 둘리양은 이런 유치한 장식을 마음껏 달아줄 수 있었어요.
아마도 어른들의 자켓도 비슷한 방향으로 만들게 될 것 같아요.
남편 것은 최소한의 장식...
제 것은...
둘리양 처럼 미니마우스 귀도 달고 리봉도 달고... ㅎㅎㅎ
후드를 쓰지 않고 있어도 뒷모습이 밋밋하지 않아서 예쁘잖아요?
못난이 바느질로부터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노려봅니다.
어차피 아이들 옷은 한 해, 길어야 두 해 입고나면 작아져서 못입게 되니, 이렇게 만들어 입히면 여행경비도 절약하고 온가족이 셋트로 맞춰입는 재미도 있고...
이제 365일만 기다리면 미키 선장이 운항하는 배를 또 타게 됩니다.
아우, 설레어요!
여담...
저희 명왕성에서 우주선으로 고작 네 시간 거리에 명왕 남매가 오셨습니다.
(물론 명왕의 부인도 오시고 다른 신하들도 오셨지요만은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이 오누이처럼 닮은 형상이라... :-)
저도 피켓 들고 환영하고 싶었으나 아이들 데리고 가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어요.
숨을 크게 들이쉬며 이 공기 속에는 명왕 남매의 숨결도 섞여 있으리...
(알쓸신잡에서 배운 거)
명왕 남매의 패션 아이템도 따라하느라, 얼마 전에 안경도 맞추고, 흰 머리도 염색 안하고 꿋꿋히 버티고 있어요.
명왕님의 안경테 530달러...
장관님의 배낭은 295달러...
그까이꺼 눈 딱 감고 800 달러 질러버리는 건 불가능한 일도 아닌데...
(예전에 모 대통령이 입었던 이태리제 명품 양복은 한 벌에 천 만원이 넘었다고 하고, 그 마누라는 발가락에도 다이아 반지를 꼈다고 하니, 그건 정말로 이 생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죠 제겐...)
내년에 디즈니 크루즈 비용을 벌어야 하니, 차마 지르지 못하고 오늘도 인터넷 검색으로 달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