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 보수공사하고 벽 한군데 도배 할 곳이 생겨
지업사에 부탁했더니 재료비에 하루 일당을 쳐 달라한다.
농부가 하면야 하루가 걸리겠지만
전문가가 하면 넉넉잡아도 한 시간이면 될 일인데
에누리 없이 하루 일당을 쳐 달라하니
아무래도 억울해서 돈 아낀다고 직접 시공하려고
벽지, 풀, 붓, 틈새 바르는 네바리라는 것까지
필요한 재료를 몽땅 사가지고 왔다.
결국 직접 작업을 해서 인건비 20만원을 절약했다.
라고 하면 좋겠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벽지에 풀 발라 벽에 갖다 붙이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생각대로 안 된다.
쭈글쭈글하고 여기저기 에어포켓이 생겨
아무리해도 이쁘게 되지가 않는다.
벽지가 펄펄 살아 움직이는데 도리가 없어
지업사에 다시 전화를 했다.
한 달 전 집 외벽과 데크에 오일 스텐을
직접 발라 보겠다고 한말짜리 오일스텐을 사서
현관부터 바르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하얀 벽으로 튀고 바닥에 줄줄 흐르고
심각한 것은 얼굴로 튀어서 농부의 얼굴이
인디언 전사처럼 된다는 것이다.
이건 아무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칠업사로 전화했다.
A 업체에서 득달같이 달려와서
오일 스텐 바르는데 400,
만약 벽면 흰 페인트까지 하면 700,
지붕 슁글도 칠해야 된다는데
그것까지 하면 1,000이라고 했다.
견적을 백, 천 단위로 부르는 사람은
경험에 의하면 전직이 대기업 임원 출신인 경우가 많다.
집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작업할 면적을
눈대중으로는 계산하는 듯하더니
입대중으로 몇백~하고 유쾌하게 견적을 내질렀다.
(내심 깜짝 놀라 아랫배가 불룩해졌다.
간이 떨어진 것이다. 정말이지 내 똥배는
이 때 생긴 것이다. )
포기하지 않고 B 업체를 불러 비교견적을 받았는데
이 업체는 재료비는 들어가는 대로 받고
일당으로 하겠다고 했다.
성수기 일당은 22만원이고 비수기는 20만원인데
지금은 성수기라고.
오일 스텐 작업은 두 명이 사흘 걸릴 걸로 예상하니
비용이 A업체의 절반도 안 될 걸로 판단되어
일을 맡기기로 하였다.
(내심 기분이 좋아 야호~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기뻐하는 표정을 안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가뭄이야기로 화제를 슬쩍 돌렸다. )
B 업체는 확실히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주량이 많다보니
일에 쫒겨 아직도 시작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 시작할 거냐고 전화하면
곧 갈테니 며칠만 기다리라고 하고
며칠 뒤에 전화하면 같은 대화가 반복되었다.
재료 실비 받고 일당으로 제시하니
많은 고객들이 날씨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 모양이라
언제나 우리 집까지 차례가 돌아오게 될 지
세월아 네월아 가뭄에 비 기다리듯 기다리고 있다.
시골에 살려면 맥가이버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작업에 대한 기본 지식이라도 있어야지
업자 선정에 따른 과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번 펜션 보수공사는 욕실 세 개를 리모델링 하는 것이었다.
대기업 체인점인 A업체를 불렀더니 1,200 견적을 냈고,
B업체는 중소기업 체인점인데 800 견적이 나왔다.
가격도 경쟁력이 있지만 젊은 점장이
직접 시공을 한다고 해서 B업체에 일을 맡겼는데
만족스럽게 잘 되었다.
주변에 맥가이버처럼 온갖 집수리를
혼자서 척척 잘 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귀농한지 16년이 되었지만
워낙 이런 방면에 재주가 없다보니
벽지 하나 못 바르고 오늘도 어김없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사람에게 공로상이라도 준다면
내가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