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을 미룬채 (채점기간이어요 ㅠ.ㅠ) 하는 82쿡 구경은 언제나 재미지죠 :-)
리빙데코에 오랜만에 왔어요.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옷을 만들며 즐거웠거든요.
제가 곧 휴가 여행을 떠나요.
인터넷 후기들을 보니 가족 단체 셔츠를 맞춰입고들 여행을 즐기더군요.
이렇게 가족이 똑같은 옷을 입고 있으면 미아사고도 방지할 수 있고 또 여행의 즐거움이 더 크겠더군요.
허나....
이미 막대한 여행경비를 지출한 터라, 한 벌에 20-30달러나 하는 옷을 사자니 손이 막 오그라들었어요.
네 식구가 한 벌씩 입으면 거진 100달러, 십만원이 넘는 금액이니까요.
사실, 여행이 끝나면 저 옷을 어디 다른 곳에 입고 다닐 수도 없고 집에서 잠옷으로나 입게 될텐데...
십만원을 절약하면 다른 곳에 훨씬 유용하게 쓸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집 가훈, 없으면 만들자!
를 마음에 새기며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체 셔츠를 만들었어요.
재료비를 넉넉하게 잡아도 30달러가 안되게 들었고, 남은 재료는 다음에 또 사용할 수 있고, 또 우리가 직접 만든 옷을 입고 가족 여행을 간다는 즐거움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만큼 큰 즐거움이죠.
다림질해서 붙이는 레터링을 고르는 것이 가장 먼저 했던 고민이었어요.
이렇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판 레터링이 있었지만, 우리 가족의 이름을 쓰려면 여러 셋트를 사야 하고, 남는 글자는 버려야 하는 낭비, 그리고 글자 셋트를 필요할 만큼 구입하면 차라리 완제품 셔츠를 사는 것이 더 싸게 먹힐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들어갔어요.
게다가 글자체도 별로 마음에 안들고...
해서 글씨를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종이에 글씨를 프린트 해서 오린 다음...
접착 천에 글씨 하나하나를 거꾸로 대고 따라 그려서...
그걸 또 다 오렸죠...
눈이 흐려지고 손이 떨리는 기나긴 작업이었죠.
제 아들 이름이 죤 이나 밥 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어요 :-)
참, 저 글씨는 디즈니 체 인데,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원하는 글자를 디즈니 체로 써주는 싸이트가 있어요.
글씨 크기 조절도 가능하고 물론 무료이죠 :-)
다리미로 30초간 눌러주면 글씨가 옷에 딱 달라붙어요.
이 무지 셔츠는 한 벌에 4달러 주고 구입했습니다.
네 식구니까 16달러 들었어요.
다음은 디즈니의 상징과도 같은 미키마우스 대가..., 아니 죄송, 머리 모양 그리기입니다 :-)
천에 사용할 수 있는 물감으로 스텐실을 했는데 붓이나 스폰지로 칠하지 않고 이렇게 물감을 뿌려봤어요.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요리에 이런 데코를 많이 하죠?
그래서 한 번 흉내내어 봤어요 ㅎㅎㅎ
조금 더 멋스러운 느낌이 나는지요?
사실은, 매끈하게 칠하다가 실수해서 물감이 밖으로 삐져 나가면 보기 싫을 것 같아서 눈속임으로 이렇게 한 거예요.
이렇게 셔츠 네 벌을 만들고 남은 물감으로 아이들은 자기 셔츠 한 벌씩을 원하는대로 꾸미고 놀았어요.
그리고 저는 코난군의 학교 행사에 필요한 의상을 만들었어요.
방학 전날에 아동극 공연을 하는데 화려한 색상의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옷을 입어야 한대요.
(아이들 키우시는 분들은 그린치 라는 동화나 영화를 아시죠? 제 아들이 거기에 엑스트라 - 지나가는 애들 ㅋㅋㅋ - 역으로 출연하는 모양인데, 그 오리지널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요란벅적한 옷을 입어야 한대요.)
구두쇠인 제가 가족 셔츠도 직접 만들고 할로윈 코스튬도 직접 만드는 판국에, 그깟 무대의상을 돈을 주고 구입할 리가요...
옷장을 뒤져서 이런 크리스마스 색깔의 헌 옷을 찾았습니다.
코난군이 무척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가 그려진 옷인데 이젠 낡고 작아서 무대 의상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승락을 했어요.
글씨와 무늬를 가리려고 물감과 스티커로 꾸몄습니다.
스티커는 달러샵에서 1달러 주고 산 것인데 반짝거려서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면 1달러보다 큰 가치를 발휘할 것 같아요.
어느날 해리포터 영화를 보다가 해리가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은 목도리를 사달라길래, 목도리보다 싼 털실을 사서 목도리에다 모자까지 만들어 주기도 했어요.
모자 꼭대기 부분을 뜰 때는 코를 줄여가며 떠야해서 집중을 해야 하는데 자꾸만 가족들이 말을 시켜서 고생했어요 ㅎㅎㅎ
오빠가 하는 건 똑같이 따라해야 직성이 풀리는 둘리양에게도 4달러 짜리 털실로 모자와 목도리를 떠주었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만들 것도 많고 그래서 즐길 재미도 많으네요.
모두들 따뜻하고 행복한 12월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