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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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된 벽걸이 에어콘 새 것처럼 리폼하기
마침내 이사를 하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다보니 살림살이를 대폭 줄여야했습니다.
사람이 변하고 싶어도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변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자신이 변하지 않을 수 없도록 그런 환경 속으로 자신을 밀어넣는 거죠.
새벽에 일어나고 싶으면 새벽강좌를 등록한다던지, 하는 겁니다.
저는 자꾸 미루는 버릇이 있고 행동보다 생각이 훨씬 앞서가기 때문에 부족한 행동력을 위해
스스로를 일부러 그런 환경에 밀어넣는 방식으로 행동을 촉구합니다.
집이 좁으니 별 수 있습니까. 짐을 줄여야죠.
엄청나게 짐을 정리했더니... 수납을 무척 걱정했는데 의외로 수납공간이 여유가 있을 정도라
마음에 만족합니다.
저는 한번 물건을 사면 고장 나지 않는 한은 잘 바꾸지 않는지라 물건들이 오래된 게 꽤 많습니다.
김치냉장고도 초창기모델이라 10년이 넘었고 그외 다른 가구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옛날 것일수록 더 튼튼한지 다들 멀쩡해요.
그런데 세월의 때 때문에 색이 바래서 이번에 리폼을 해서 새 단장을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에어콘'을 보여드릴께요.
에어콘을 이사날 당일 떼어내고 다음날 와서 부착해준다길래 며칠 뒤로 미뤘습니다.
그 사이에 리폼을 하려고요.
그리고 밤새 부랴부랴 칠을 했답니다. 하루 걸렸어요.
하루 내내 매달린 게 아니라 한번 슥 칠하고 딴 일하다가 마르면 또 슥 칠하는 식으로 했지요.
저를 따라 헌 가구를 칠하고 싶은 분을 위해 좀 자세히 설명해드릴께요.
요 페인팅이요, 하다보면 재미가 붙어요. 의외로 쉽답니다. ^^
준비물;
1)젯소- 하도제. 가전제품같이 표면이 매끈한 것이나, 기존 가구들은 그냥 페인트를 칠하면 안됩니다.
매끈해서 칠이 붙질 않아요. 나무류는 그래서 샌드페이퍼로 표면을 샌딩해주고나서 칠을 해야합니다.
방문이나 문틀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코스를 건너뛰면 칠이 엉망이 되고 벗겨집니다.
그런데 샌딩이 보통 힘든게 아니에요. 이걸 건너뛰게 해주는 게 젯소입니다.
이 젯소는 화장으로 말하자면 메이크업 베이스나 화운데이션 역할이라고 생각하세요.
텔레비젼, 에어콘 같은 것들 위에 젯소를 여러 번 칠하면 그 위에 페인트 칠을 해도 잘 달라붙습니다.
젯소는 작은 거 한 통만 사도 꽤 사용합니다. 한번 살 때 넉넉하게 사두고 보관하지 말고 필요한 양만큼만 사세요.
시일이 지나면 굳어버려서 안 좋습니다.
2)페인트-요즘은 친환경 페인트가 많이 나와서 밀폐된 실내에서 칠해도 냄새 하나 안납니다.
친환경 페인트로 검색하면 우르르 나옵니다.
수성페인트를 쓰세요. 붓도 물에 빨 수 있고 바닥에 묻어도 물걸레로 닦입니다.
3)바니쉬-페인트칠을 여러번 해서 색이 완전히 난 후에 마지막으로 바릅니다.
이것을 발라야 칠이 보호됩니다. 무광,반광,유광이 있는데 반광정도가 괜찮습니다. 투명한 색입니다.
4)작은 롤러-붓보다 롤러가 훨씬 칠이 곱게 먹고 붓자국이 안납니다. 에어콘 같이 곡선이 많은 것은 붓을 사용하지만
평평한 부분은 롤러를 사용하세요. 롤러를 갈아끼워가며 사용하면 됩니다.
5)페인트붓-작은 분을 사서 써도 충분합니다. 좀 넓은 면은 롤러로 굴리고 섬세한 곳은 붓으로 칠하세요.
6)페인트 판-없어도 상관 없습니다. 페인트를 부어놓고 칠하기 좋게 만든 판인데 접시를 이용해도 됩니다.
있으면 좀더 편하지요.
*칠하는 요령
칠은 얇게 여러번 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바쁘고 귀찮다고 두껍게 확 발라버리면 칠이 안 좋고 잘 마르지도 않습니다.
화장도 항상 '얇게 여러번 펴 바르세요'라고 하지요?
얇게 바르고 다 마르면 그때 다시 얇게 또 바르면 칠이 단단해지고 곱습니다.
붓질할 때 두껍게 바르면 흘러내리는 자국이 나오고 붓자국이 남습니다.
붓질은 한 방향으로 합니다.
저는 젯소칠을 3번, 페인트칠을 3번, 바니쉬를 2-3번 했습니다.
*페인트색 고르기
요즘은 '조색 서비스'가 있어서 원하는 색을 얼마든지 고를 수 있습니다.
제가 사용한 곳은 '철천지'라는 사이트로 DIY에 대한 모든 자료가 다 있으니 가보세요.
페인트색이 요즘은 아주 오묘한 것까지 조색해서 보내주니 잘 택하시면 됩니다.
제가 고른 색상도 이름을 말하기 뭐한 연두색이 도는 색깔인데
우리집 가구 색상이 '흰색-녹색-붉은색-원목'이 주류이기 때문입니다.
집안의 주요 색상에 맞춰 고르는 게 좋습니다. 이쁘다고 골라놓으면 너무 튀거나 할 수도 있거든요.
제가 칠할 에어콘입니다. 벽걸이죠.
굉장히 작은 것인데 5평?
그런데 성능은 아주 좋습니다. 12년 정도 된 것입니다.
벽걸이를 놓으면 성능이 빵빵하지 않아서 저는 더 좋아요. 큰 에어콘은 순식간에 추워지고 그러다보니 또 끄고
끄면 바로 더워지고를 반복하는데 이건 그렇지 않아서 켜놓으면 집안 전체가 서늘해지는 정도라서
추위를 잘 타는 저는 만족합니다.
전기세도 별로 안 나오고요.
그런데 너무 오래되어서 색이 저렇게 누리끼리해서 봐줄 수가 없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페인트칠을 하기로 정했습니다.
요즘 많이 하는 시트지를 바를까도 생각했지만 곡선도 많고 제가 원하는 색의 시트지가 없어서
칠이 낫겠다고 결정했지요.
요것이 '젯소'입니다.
먼저 리모콘 신호를 받을 부분은 칠하면 안되기 때문에 테이프로 보호합니다.
젯소칠을 1번 한 상태입니다.
영 그렇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절대로 실망하면 안됩니다.
3번 정도 칠해야 완전 흰색이 됩니다.
그런 다음에 페인트칠을 하면 완벽하지요.
참, 칠을 할 때는 바닥에 넓게 비닐이나 신문지를 깔아놓고 하세요.
알게 모르게 주변에 많이 튑니다.
3번 정도 칠한 상태입니다. 하얀 색이 되었죠?
젯소칠은 이제 끝!
페인트칠을 할 단계입니다. 바짝 마른 후에 다음 칠을 합니다.
한번 칠하고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붓을 저렇게 놔두면 절대로 안됩니다.
반드시 물에 담궈두세요. 안그러면 빳빳하게 굳어서 사용하지 못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페인트칠을 합니다.
요소요소 구석구석 작은 붓으로 꼼꼼히 칠해줍니다.
이 부분은... 원래 떼어놓고 따로 칠했어야하는데, 깜빡하고 그냥 놓고 칠했네요.
다행히 나중에 뚜껑을 떼어보니 아래에 별로 페인트가 안 묻었더군요.
2번째쯤 칠했을 때인 것 같습니다.
점점 제 색깔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바니쉬를 2-3번 칠했습니다.
위에 보이는 페인트통이 바니쉬입니다. 바니쉬를 바르면 오염에도 강하고 칠이 단단해지죠.
완성입니다!! ^^
이렇게 놓고... 마침내 에어콘기사분이 오셔서 벽에 달아주셨습니다.
그 분은 이게 칠한 건지 모르더라구요. ^^
이렇게 달았어요.
기사 분이 달다가 뚜껑을 열어봤는데... 그 안에서 칠 흔적이 나타난 거에요.
"칠하셨나봐요?"
몰랐나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완벽하게 칠했다는 말씀!!! ^^
이렇게 벽에 걸었습니다.
벽지 색깔이 노르스름해서 노랑과 녹색이 혼합된 에어콘이 확 눈에 안띄고 자연스러워요. ^^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누가 12년된 구형 에어콘이라 생각하겠어요.
아무도 모를 겁니다.ㅋㅋㅋ
그리고 눈에 거슬리는 에어콘 파이프를 살짝 가려주었습니다.
이렇게요. 선물받은 올빼미 둥지도 걸고.. ^^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리폼을 하는 장점은 돈이 굳는다는 것도 있지만, 자꾸 새 물건으로 쉽게 바꿔버려는 편한 마음을
접고 내 몸을 움직여서 하나하나 변화시키고 성취하는 것을 경험해본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새 것을 사면 뿌듯한 건 잠시지만 내 손으로 서툴지만 뭔가를 재창조해보면 성취감을 맛볼 수 있거든요..
저는 굉장히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행동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 이런 것을 하면서
그 기본 성격을 많이 고치고 있답니다.^^
이제 곧 저 에어콘 빵빵하게 돌릴 계절이네요.
지금은 저만한 에어콘 구입도 힘들고, 저 정도 성능의 에어콘을 어째 찾기도 힘들 것 같아요.^^
앗싸, 돈도 굳고!
http://blog.naver.com/manwha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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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risp
'10.5.23 11:15 AM저는 굉장히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행동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 쫌 의심스럽습니다. ^^;;
에어컨을 칠할 수도 있군요...밭일로도 하루종일 바쁘실거 같은데..언제 이런건 하세요?2. 진선미애
'10.5.23 3:13 PM전 첫월급타서 구입한 시꺼먼 20년 된 피아노 어찌 좀 꾸며보고 싶은데
소리에 안좋다는 얘기도 있고 재주도 없고 버리자니 아깝고 등등 맘이 하루에도 열두번
왔다 갔다 합니다
매발톱님은 페인트칠도 어찌 그리 수월하게 하시는 것처럼 보일까요?
움직이기 싫어 하신다고요???ㅎㅎ
움직이기 좋아하지만 재주없는 저같은 사람보다 훨~~신 낫습니다요 ^^3. 준림맘
'10.5.23 4:15 PM매발톱님이 올리시는 글이 늘 제 자신을 되돌아 보게됩니다
새거, 사는것 좋아하고 물건에 늘 변덕부리기를 좋아합니다
이제부터는 제 곁에 있는것부터 소중히 여길줄 알겠습니다4. 미나리
'10.5.23 5:59 PM젯소-페인트-바니쉬 역할을 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요, 에어컨 앞에 작은 틈새 사이로 낀 먼지는 다 제거할 수도 없을텐데
그냥 칠해도 괜찮을까요?
에어콘 파이프도 포도덩굴로 예쁘게 잘 가리셔서 정말 예뻐졌네요~~5. 푸른두이파리
'10.5.24 9:14 AM농사면 농사 요리면 요리...이젠...맥가이버십니다^^
6. 란2성2
'10.5.24 12:36 PM오래 된 텔레비젼에도 한 번 도전해 보셔요
분명히 멋지게 칠하실 것 같은데요7. cocoma
'10.5.24 7:53 PM이 모든 결과물은 부지런함과 창조적 사고가 아닐런지요?? 게으른 이 아줌마는 그저 감탄중이예요.
8. 매발톱
'10.5.25 4:30 AM저놈의 TV는 갖다버려야해요. ㅠ.ㅠ
*성 제품인데 우중충한 날이면 스파크가 튀어요. >_<
그래도 칠할 게 남았답니다. 이건 언제하나~~~9. 탱고레슨
'10.5.26 12:04 AM참 좋아요..손때 묻은 오래된 물건...같이 살아가는 사람마냥 두런두런 손길 주고 눈길 주고..안 좋은 부분은 고쳐가며...같이 세월 보내는 거..
앤티크라는 게 별거 있나요...내 물건에 애정 쏟아가며 보듬어가며 거기에 이야기를 덧붙여 나가는 것이 진짜 앤티크의 매력인 것 같아요..
'소유'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글, 감사드려요~10. 단추
'10.5.27 11:40 AM매발톱님 손은 정말 마이더스의 손인가 봅니다.
저처럼 마이너스의 손을 가진 사람은 그저 부러울 뿐이고.11. phua
'10.5.28 12:15 PM흑흑흑...
매발톱님 글만 읽으면 왜 이렇게 몸이 쪼그라 드는 것인지....
에어콘... 멋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