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데코
손끝이 야무진 이들의 솜씨 자랑방
앉아서 돈벌어요 (개구장이 아이들옷 새생명 불어넣기 - 스압주의!)
완연한 가을이네요.
스카프한장 휘리릭 날리며 거리도 걷고 싶고
이쁜 찻집에서 향짙은 커피도 한잔 마시고 싶지만...
저는 일을 만들어서 합니다. ㅡ.ㅡ;;
더이상 덥지않음을 확인하고 가족들 계절옷을 정리했어요
여름옷은 깊이 들어가고 겨울옷은 앞으로 나오고
간절기옷은 손닿는곳에 내놓고...
그러다보면 작거나 헤져서 못입는옷도 골라내고
지난계절에 망가진옷을 미처 손보지 못한것들도
따로 모아서 단추도 달고 뜯어진 솔기도 꿰매고...
그러느라 한이틀 분주했습니다.
저는 옷을 정리할때마다 새삼 식구들을 한번씩 더 보거나 생각해보는
버릇이 있어요.
열심히 일하는 남편의 옷을 들여다보며 꼭 닳는곳, 유난히 먼저 색을 잃는곳이 있지요
그걸 볼때마다 아... 지난 계절에도 가정을 위해 이렇게 애를 썼구나... 하는 애잔함이 느껴져요^^;;
어른들과는 다르게 하루하루 자라는 아이들은
계절이 바뀔때 훌쩍 자라있음을 보지요.
팔이 쑤욱 드러나고 바짓단이 껑충 올라가 있으면
빙그레 웃음이 나요
내가 놀고만은 있지 않았구나. 강아지들 이만큼 키워놓았으니...
그런날은 머리라도 한번 쓰다듬어주고
맛난 반찬 한가지라도 더 올리려 애를 쓴답니다.
내 손끝에서 발휘되는 신이 주신 가장 소중한 재주를 기특해하면서요.
아이를 기른다는것은 세월과 함께 나도 같이 자란다는것을 느끼기도 하구요.
제 옷은요... ㅠ.ㅠ 또 쪘구나... 그런것만...^^;;
어쨌거나 그러다가 오늘은 애들옷을 한보따리 싸가지고 나왔습니다^^
다른집 아해들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울집 개구쟁이들은 무릎에 뿔이 있나봐요
큰녀석, 작은녀석 할것없이 바지만 입혀놓으면 죄다 무릎만 뜯어지거나 찢기거나 헤져요.
첨엔 얇은옷은 깡뚱 잘라서 반바지처럼 입히거나 했는데
아무래도 첨부터 반바지하고 나중에 반바지는 생긴 모양새가 틀리더군요.
그러다가 내 손가락에 리폼의 불을 지핀 결정적 사건이 있었으니
그
것
이
바로 요겁니다.
새로 사서 입힌지 딱 이틀째 되던날 양쪽 무릎에 총알구멍을 내왔어요
첨엔 어찌나 화가 나던지 조심히 놀지 그랬냐고 막 야단을 치다가 생각하니
애초에 이 머스마들은 '조심히'라는 단어가 의미가 없는데... 싶더라구요
이왕 찢어진거 포기를 했지요.
근데 차마 아까워서 버리질 못하고 그렇다고 구멍난 바지 입힐수도 없고...
궁리끝에 다이소에 가봤어요.
항상 느끼지만 그곳은 보물찾기 하듯 찬찬히 보면 꼭 뵈는게 있어요.
저기 축구공과 야구공...모양의 와펜을 보고 무릎을 쳤다는거지요.
와펜이란 의류등에 아플리케할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인데 뒷면에 접착제가 응고되어 있어서
필요한곳에 놓고 다림질을 하면 바탕천에 접착이 되어요.
그렇지만 저 곳은 위험지역이므로 저는 가장자리를 한번 더 바느질해 주었네요.
이렇게 축구와 야구가 가능한 복장으로 변신시켜 주었더랬습니다.
요즘도 간간히 경기를 할텐데 아직은 불상사가 없네요^^
옷을 고쳐입기 시작하면서 새로이 모으게 된 잡동사니가 있습니다.
펠트조각들입니다. 색깔별로 여러조각이 하나의 패키지로 들어있던것인데
어린 아기가 있다면 손가락인형 만들때도 좋을것같아요
두툼한 면끈입니다. 주로 후드나 추리닝(트레이닝복이라고 하면 어쩐지 편한 느낌이 안들어요^^;;)에
고무줄외에 하나 더 끼워놓잖아요. 울 아이들은 늘 먼저 빼버리기에 따로이 보관했어요
핑크색도 있고 빨강색도 있고... 아직 사용은 못해봤는데 어떻게 써야지... 하는 구상은 해두었어요.
장렬히 전사한 옷들이나 패브릭용품들에서 맘에 드는 라벨을 떼어두었다가
필요한 곳에 붙입니다.
아이들 잠옷에서 떼어넨 자수예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라 혹시 쓸일이 있을까 싶어 오려두었네요
새로 산 와펜과 다른 옷에서 떼어넨 와펜,, 그리고 면스커트에 장식되었던 폭이 넓은 면띠.
기타 이것저것...
엊그제 산 이쁜 단추들... 딱 사내아이들이 좋아하겠지요. 윗옷이나 칼라등에 포인트를 주려구요.
단추... 얼마나 비싼지 몰라요. 이렇게 저렇게 버리는 옷이 있거든 단추를 떼어두었습니다.
종류별로 묶어서 보관하다가 필요할때 어지간하면 여기서 골라서 씁니다.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어느 좋은 82님이 주신 단추도 있어요^^
역시 장렬히 전사하신 옷들의 고무줄에서 빼놓은 스토퍼도 모아두어요
아이 바짓단 줄일때는 고무줄넣어 스토퍼로 묶어주는게 제일 좋더군요.
이렇게요...
이래저래 고쳐야겠다고 꺼내놓은 바지가 산을 이룹니다.
우리 이쁜 연아양 경기 기다리면서 시간때우기용으로 꺼내든 며칠밤의 일감...
청바지들은 찢어입는것도 멋이라고 한동안은 좀 버텼더니
더 두면 무릎에서 입을 좍좍 벌리며 노래도 하겠더라구요. 에궁~ 고생한번 해 보자. 다 나오너라...^^
왼쪽 무릎이 미소짓고 있네요. 다른 옷에서 뜯어놓은 와펜으로 손을 봅니다.
어쩐지 바지와 같이 늙어온 느낌이죠?
양쪽 무릎이 닳아서 보풀이 생기려해요. 무릎꿇고 열심히 놀았나봐요....
아이가 아주 어릴적 입던 청자켓 하나를 희생시켰습니다. 주머니를 떼어다가 무릎에 덮어놓고 봉틀이로 마무리...
큼지막한 금속단추가 있었는데 무릎아플까봐 떼어냈더니 구멍이 남아요. 그래서 아일렛을 박아주었어요.
이젠 마~~이 웃고 있는 오른쪽 무릎....
아까 희생시켰다던 아이청자켓의 아랫단(허리부분에 오는..)을 이리로 이사시켰더니...
감쪽같지요? 양쪽의 솔기를 뜯어 밑으로 넣고 바느질해요. 삶의 보람이 느껴집니다^^;;
역시나 닳아버린 양쪽 무릎..
넘의 집 아이가 입던 티셔츠 주워와서는 귀여운 곰돌이를 떼어냈지요.
남은천으로 알파벳도 만들어 붙여주고...
아직 어린 유치원생 아들에게는 기똥차게 먹힙니다.^^
옷이 이렇게 헤지니 무릎은 어떻겠어요.. 여름에도 칠부정도 되는 바지를 입혀줘야 안심이 돼요.
이 옷도 양쪽 무릎에 흙물이 들고 구멍이 났어요.
분명 같이 딸려있는 허리띠가 아닌데 색이 같은 허리띠하나가 돌아다니길래 용도변경....
모아둔 라벨하나 큼직하게 붙였습니다.
덕분에 유로피안 라인이 된 여름바지도 하나 살리고...
허리뒷부분에서 앞동네 무릎으로 이사온 라벨...
많이 닳았지만 추운 겨울방학때 집에서 입을 놀이용 바지로 손색없는 기모바지..
할머니가 이렇게 꿰매주신걸 입고왔어요. 도대체 집안에서 뭐하고 노냐고~~
도저히 고쳐입을수도 없을만큼 구식이 되었어도 아까워 못버린 가죽자켓 하나를 잡아서는
동그랗게 오려 접착심으로 붙여놓습니다. 양쪽에 같은 위치여야 하므로 바느질전에 움직이면 안되겠기에...
튼튼한 청바지용 실 하나 사놓으면 평생 쓸걸요... 청바짓단도 세탁소로 가지않고 집에서 고치죠.
가방끈 달때도 튼튼해서 짱이구요. 가죽엔 바늘이 잘 안들어가던데요.
가죽을 조금 떼어 골무를 만들어서 바느질했어요. 가죽골무도 만들길 잘했네요.
손가락에 착 붙고 바늘 빼낼때도 미끌어지지 않아 쑥 빠져 나오고...
저 바느질법은 크로스드 헤링본 스티치인데요. 장식적인 요소로도 괜찮네요. 나만?
월동준비도 한가지 완료했어요. ㅋㅋ
살때부터 덧대어져있던 레쟈가 엄청 닳았습니다. 오른쪽 무릎만 저러지 다른곳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가죽을 넉넉히 잘라 덧대주고 삼면의 솔기를 뜯어서 밑으로 넣어준후 봉틀이로 드르륵...
밋밋한것같아 뭔가 더 장식을 해보려 했지만 급 귀찮아져서 핑킹가위로만 잘라 멋을 내주고 마무리...
외출용 기모바지도 하나 살리고...
살때는 분명 작은 총알구멍이었는데 이렇게 커지고...
심지어 크게 웃는 청바지... 스산한 가을바람이 무릎시리게 할까봐 때우기로 작정했습니다.
청자켓에서 손바닥만큼 오리고 손가락만큼 실밥용으로 더 붙여주고...
접착심으로 붙여둡니다. 그물망모양으로 보이는게 접착제인데 다림질하고 종이를 떼어내면
저렇게 섬유에 남게 되지요. 고걸 청바지 안쪽에 대고 다시 다리면
묵직한 바지가 딸려 올라올만큼 튼튼하게 접착이 되어요.
안쪽에서 양쪽 솔기에 바느질을 한번 더 해줍니다.
열심히 놀거나 세탁하게되면 아마도 떨어지지 싶은데
그땐 할수없이 구멍난 주변으로 어찌어찌 바느질을 해봐야겠어요.
그건 지금 숙제로 남아있네요.
별 부담없이 매끈하게 되었지요? 이 바지가 제일 비싼거라 오래 입혀야 본전 뽑거든요..^^;;;
상의는 딱 한번 뜯어왔더군요. 어디게~~~~요??? ㅋㅋ
손목 아랫부분을 뜯어왔길래... 빨간 자동차 한대 뽑아주었습니다.
이미 옷에 이것저것 많이 장식된 상태라 크게 달라지진 않네요.
이렇게 저렇게 한 이삼일을 바느질하고 김연아선수 갈라쇼까지 다 봤네요.
바느질 오래 하실때 어떤 생각을 하세요?
전 이 아이들 키워오면서 지금까지의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떠 오르더군요.
두녀석다 신생아때부터 아토피로 몹시 고생을 했어요.
부부가 하나씩 맡아 등 긁어주다 날이 샜지요. 지금은 피부는 좀 덜한데 천식이 가끔 와요.
이렇게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니 고위험군에 속하는 울집 개구쟁이들 걱정이 많아지네요.
제가 일을 하다가 들어앉은후 남편어깨가 더 무거워진것같아 가끔 미안해지기도 하지만
이렇게 집에서 아이들 돌보고 가르치고 살림하는것도
어찌보면 어깨의 짐을 내려주는 일일수도 있겠다 위로한답니다.
뭐든 사기 전에 고민하고 버리기전에 고민하면 누구나 살림의 여왕이 될것이다 자부합니다.
덕분에 집은 늘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살고 있지만요^^;;
흐흠!!
요 며칠은 저도 앉아서 큰돈을 벌어놓았으니
남편이 오면 큰소리좀 쳐야죠.
뭐 그래봐야... 씨익 웃고 말테지만요^^;;
수정 : 시커먼 바지들만 보니 넘 칙칙해서^^;;
제가 돌보는 20개월된 조카좀 보세요. 백일잔치 끝내고 동생이 출근하면서 데려온 울집 겸둥이,
그리고 그옆에 있는 마당쇠는 무릎에 뿔있는 울집 큰아이..^^
이젠 장금이도 울고갈 이쁜이가 되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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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왕돌선생
'09.10.20 11:16 AM와....
정말로 대단하세요..감탄감탄.
갑자기 아무 재주도 없는 제가 한심스러워져요.
T-T2. capixaba
'09.10.20 11:48 AM정말 대단하세요.
하나하나 디자인도 너무 이쁘고 정성까지 들어가서 디자이너 작품 못지 않네요.
그래도 무릎에만 뿔이 달렸네요...
온 몸에 뿔달린 애는 어떡하죠?3. phua
'09.10.20 2:15 PMㅎㅎㅎ
저만 라벨을 떼서 보관하는 줄 알았어요.
반갑습니다.^^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서 일하는 동생의 마음이 많이 가벼울 듯...4. sm1000
'09.10.20 5:59 PM제목은 광고스러웠는데...와~ 내용은 정 반대군요..^^
5. jeniffer
'09.10.20 8:45 PM와우~~ 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 아이들 표현대로 짱이예요.
6. crisp
'09.10.20 8:52 PM존경합니다...
7. 천리향
'09.10.20 10:12 PM어릴때 우리 엄마를 보는듯 합니다...존경합니다....
8. 최혜경
'09.10.21 12:45 AM이것 저것 리폼아이디어에 감탄하다가
옷소매 빵꾸내온 아들래미 자동차 한대 떡하니 뽑아주는 엄마의 넉넉한
마음씨와 재치에 큰 박수 보내드립니다9. 간장종지
'09.10.21 6:34 AM감탄이 절로 나와요.
전 살림 잘 사는 분들이 너무 부러워요.
한복 입은 조카, 너무 귀여워요.10. 자작나무
'09.10.21 7:00 AM우리집에도 저런 바지 넘 많아요. 대부분 그냥 버리는데
비싸게 주고 산 옷이나 애들이 마음에 들어하는 옷은 못버리겠어요.
저는 와펜을 사다가 수선집에 맡겼는데 넘 비교되네요.
저는 손가락 힘이 없나봐요. 바늘이 천에 잘 안들어가던데...11. blue tang
'09.10.21 8:03 AM왠지 추천을 꾹 눌러줘야할거 같아서.. ^^
정말 좋은 글이예요.. 저도 이것저것 여기저기서 떼어다 모아놓는건 좋아하는데..
ㅋㅋ 결과물이 하나도 없어요..12. 이층집아짐
'09.10.21 10:03 AM무릎에 뿔 달린 넘 우리집에도 한 녀석 있는데...ㅎㅎ
정말 알뜰하시네요.13. 아이스
'09.10.21 12:29 PM - 삭제된댓글님 짱~~~최고에요!!!아이디어,솜씨,알뜰함에 ...저 반성하고 갑니다..^^
14. 생명수
'09.10.21 4:46 PM알뜰한 살림솜씨가 보이세요. 그게 바로 큰돈을 버는 거 맞는 거 같아요. 저는 새로운 거 사서 마구쓰는 거 보다 이렇게 고쳐서 다시 쓰고 하는 거 너무 좋아해요. 즐겁게 살림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네요.
15. 봄(수세미)
'09.10.21 11:43 PM정말 대단히 멋진 엄마시네요^^
이제 제 아들은 180cm를 육박하는 중딩 아들이되었지만
지나간..아이들 어릴때생각이 나는군요.
이제는 엄마표..안 먹힙니다.^^
훌륭한 엄마세요^^16. 백만순이
'09.10.22 1:43 PM찢어진 청바지에 가죽원단이며 와펜에 라벨까지 고루 갖추고있는데 왜 이지 리폼할 생각을 못했을까요?!
조만간 저도 죽어간 청바지 되살려볼랍니다^^17. 빛나리
'09.10.22 10:40 PM정말 대단하세요..
살림의 알뜰함을 배워갑니다...18. 뽀글이
'09.10.26 11:16 AM멋져요... 저도 남아만 둘이라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아직은 무릎에 뿔은 없는데 조만간 그런날이 오겠죠. 그때 저도 써먹어야겠어요. 아 그리고 불도저 단추들 멋져요.
19. 김주연
'09.11.10 11:33 AM에고... 이것저것 모아만 놓고... 떨어진 바지.. 챙겨놓고...
두손 놓고 앉아서.. 결국 해지나 옷 버리는 저는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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