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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보칼리제와의 만남을 기억하다

| 조회수 : 935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09-10 09:23:15

 

 

어제 밤 집에 들어와서 컴퓨터를 켜니 반가운 메일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그 아이가 중학교때 함께 공부하면서 음악도가 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보칼리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1차에 합격했다는 소식과 더불어 오늘 혹은 내일까지 내야 하는 자기소개서를 읽어보시라고

 

첨부파일로 보냈더군요. 그 안에는 제가 알고 있던 아이, 그동안 못 만나는 사이에 훨씬 성장한 모습

 

앞으로의 인생이 그려지는 지점, 어디로 어디까지 성장할까 짐작도 못할 크기로 자란 아이가 오롯이 들어있더군요.

 

처음 만났을 때는 음악을 할 아이라고는 상상을 못 했었습니다. 당시 악기를 배우고는 있었지만

 

음악을 인생의 길로 생각하고 있다는 흔적도 발견하지 못하던 어느 날, 음반을 하나 빌려주었는데 돌려주면서 그 안의

 

멜로디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 때 받은 충격이란!!

 

내가 듣는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 아이였지요.

 

그 뒤에 음반을 빌려주고 받으면서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피아노만이 아니라 바이올린을 시작하더군요.

 

 

영어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아이에게 그렇다면 음악가로 접급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주로 음악가, 음악,화가 이런 소재를

 

찾아서 글을 함께 읽자고 하니 갑자기 보칼리제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조금 어려운 지문이라도 달려들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아하 소리가 절로 났지요. 같은 언어라도 접근법을 어떻게 달리 해야 하는가, 학생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으려면

 

그 아이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칼리제가 말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보려고 한다고요

 

이미 존재하는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자신이 일일이 음악에 관심있는 아이들을 찾아다니면서 설득하고, 파트를 정해서 연습하고

 

이런 과정을 이야기를 통해서 들으면서 처음 오케스트라를 만든다고 했을까 가능할까 회의했던 제 자신이 아, 나는 벌써 기성세대로구나

 

부끄럽게 느껴지던 기억이 납니다.

 

3학년이 되자 작곡을 배우기 시작하더니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한 그 아이는 물을 만난 물고기 그 자체였습니다.

 

작은 도서관에서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음악수업, 찾아가는 음악회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가끔은 직접 찾아와서

 

만나기도 하고, 방학이 되면 영어수업을 통해서 만나기도 하는 사이에 한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이 눈부시다고 느꼈지요.

 

하이라이트와 어느 해 집에서 열린 음악회에 늦게라도 참석한다고 찾아온 아이가 우리들에게 들려준 자신의 곡, 그리고

 

그것을 해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때 강한 인상을 남겨서 그런지 그 뒤에도 여러 사람이 그 아이 이야기를 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며칠전 everymonth에 입시에 바쁜 와중이지만 자신이 만든 곡을 하나 올려놓았더군요.

 

그 때 제가 보낸 메세지가 입시가 끝나면 크리스마스 음악회에서 보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기쁜 소식을 안고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네요.

 

자기소개서를 읽고 나서 소감을 적어보냈습니다 .

 

그리고 입시가 끝나면 소개서의 글을 아이들과 돌려 읽어보고 싶네요. 허락을 받고서

 

특히 음악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가득해서요. 음악이 아니라도 한 아이의 성장을 보여주는 기록을 읽다보면

 

아이들에게도 뭔가 생각이 뭉게뭉게 떠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오늘부터 불어 모임이 시작되는 날이라 마음이 바쁜 월요일 아침이지만 마음속에 담아두기 어려운 이야기라서

 

저절로 글을 쓰게 만든 보칼리제의 자기 소개서, 좋은 글의 힘을 느끼는 아침

 

함께 듣고 있는 음악이 마음속으로 저절로 스며들어 꽃이 되어 피어나고 있습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wrtour
    '12.9.11 11:05 PM

    뿌듯하시겠어요.
    정말이지 생활속의 발견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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