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 들소리에서 북을 배우는 날입니다.
늘 조금씩 늦게 되는 사연은 그 시간 이전에 몇 명이서 모여서 읽는 미술책때문이지요.
그 시간도 소중하고 북치는 시간도, 그 이후에 일본어 수업 시간도 역시 중요해서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인데, 오늘은 들어가보니 벌써 새로운 동작 연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문제는 아주 간단해보이는 동작인데 (왼 발을 먼저 내밀면서 오른 손을 그 다음은 거꾸로
그리고 나서 다시 뒤로 왼발을 뻗으면서 오른 손을 이렇게 하는 동작이 무의식적으로 할 때는 어렵지 않은데
막상 하라고 하니 손발이 제멋대로 움직여서 ) 할수록 꼬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요즘 그러고 보니 거의 매일 내 몸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네요. 몸보다 정신을 먼저 생각하면서 살아온
시간, 그러다 보니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란 것, 그동안 소홀히 해 온 결과를 눈 앞에서 매일 보게
되는 중이거든요.

동작을 여러가지 익힌 다음 강사가 불을 끄라고 하더니 깜깜한 가운데서 북을 치라고 하네요.
처음 있는 일이라 참 신선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늘 북을 바라보면서 치다가 감각만으로 북을 치게 되니
처음에는 서로의 소리가 잘 맞지 않다가 어느 정도 지나니 옆 사람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되고
점점 소리가 일정하게 맞는 겁니다.
문제는 강약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 강사의 북소리가 빨라져도 우리는 원래의 속도로 계속 치고
있었다는 것인데요,

그런 지적을 받을 때마다 많은 것은 원리에 있어서 통하는 것이란 점을 느끼게 되네요.
불을 켜고 다시 연습하다가 이번에는 눈을 감고 치라고 합니다. 어둠속에서 눈을 뜨고 치는 것과
밝지만 눈을 감고 치는 것의 느낌도 역시 달랐습니다.

연습을 마무리하고 나오려고 하는데 오늘의 특강은 무용이 아니고 건강강좌라고, 시간이 있으면
참여하고 밥도 먹고 가라고 하네요. 밥이요?
몇 몇 사람이 집에서 준비해온 것으로 간단한 식사도 함께 한다고요.

여기서도 새로운 공동체가 생겨나고 있구나 싶어서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저는 뒷 시간 수업이 있어서 와야 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그렇게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흔쾌히 내놓고
남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는 일단 시도해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마법이 아닐까요?

이런 경험을 한 날, 자연히 손에 가는 화가는 움직임을 중시한 미래파 화가 움베르또 보치오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