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까진 마음속의 망서림이 많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앞뒤를 재지 않고 한동안 몰두하는 성격이라서
운동도 일주일에 다섯 번을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악 소리가 날 정도로 하루가 빨리 지나가서
정신이 없네요.
이번 금요일 일본어 회화 시간에 보아야 할 영화가 shall we dance? 입니다, 오래 전 이미 본 영화라도
말을 하려면 그것으로는 부족해서 어제 밤 빌리러 갔지요.
그런데 일본 영화는 없고 영어판만 있다고 하네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새로 나온 다른
영화를 빌렸지요.
신동이란 제목이 조금 거슬리지만 피아노 신동에 관한 이야기라면 일단 피아노 곡이 여러 곡 나올테니
그것으로 족하다 싶어서요.그러고 보면 악기, 연주자, 화가, 작가, 뭐 이런 소재가 나오면 일단 빌려서 영화의
질과는 무관하게 나는 즐기는 사람이구나를 느낀 날이었습니다.
어제 밤만 해도 아침 일찍 도서관에 나와서 바이올린 연습을 해야지 마음먹고 악기도 들고 들어오지 않았는데
레슨 날 아침, 그 마음은 이미 멀리 사라지고 영화에 정신이 팔려버리고 말았지요.
이런 영화를 보고 나면 주인공은 과연 이 영화를 맡기 전에 악기 연주가 가능한사람이었을까 궁금해져서
making film도 보게 되지요. 제 경우엔 영화자체 못지 않게 메이킹 필름 보는 재미도쏠쏠해서 디브이디를
빌리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편이네요.
결국 오전 시간을 영화보느라 많이 소비하고 나서 서둘러 준비하고 레슨을 받았습니다.
오늘 신났던 일은 스즈키 1권을 마무리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2권의 첫 곡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인데요
생각보다 빠른 진도는 역시 매일 연습하면서 즐기던 시간 덕분이겠지요?
처음 기회가 되었을 때 선뜻 악기를 빌려주어서 망서리지 않고 낯선 악기와 만나게 해준 아트마니아님
이번 금요일 간단한 점심이라도 함께 하면서 축하해달라고, 그리고 고마움을 받아달라고 약속을 잡았지요.
누군가의 선의가 다른 사람에겐 큰 한 걸음이 되기도 한다는 것, 살면서 그런 경험을 자주 하게 되네요.
내게 그런 누군가가 있길 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서로 돕고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소소한 즐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낮 시간을 몽땅 떼어서 운동하러 다니느라 빈둥거릴 시간이 없어서 하루가 너무 꽉 찬 기분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한 시간 정도는 러닝을 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하면서 mp3에 담아간 내용물을
들을 수 있지요. 매일 같은 것을 듣기 지겹다고 느낄 때쯤 새로운 책을 한 권 다운 로드 받았는데요
그 안에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가 들어 있었습니다. 연설문에 비해서 여럿이서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라
훨씬 생동감이 있어서 듣는 일이 즐겁네요.
지금은 이렇게 힘이 들어도 운동이 짐이 아니라 즐거움이 되는 날까지 노력하다 보면 저절로 길이 생기겠지요?
수업하러 나가기 전 짬을 이용해서 모네를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랫만에 나오신 관장님의 칭찬도 기쁘고 (그 사이에 근력이 조금 생겼다고 그러니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하시라고 ) 바이올린 시간의 격려도 고맙고, 그래서 저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고른
모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