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영어 공부를 하러 온 6학년 남학생이 물어봅니다.
선생님, 작곡가는 어떻게 작곡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그러게, 그것을 나도 알 수 없지, 다만 옛날에는 작곡 교실도 없었을 것이니 그들이 어떤 식으로 작곡을
시작하게 되었을까를 우리가 알기는 어렵겠지?

그런데 갑자기 왜 작곡가가 궁금해졌니?
요즘 베토벤 비창을 치고 있는데요 피아니스트가 되면 어떨까 고민을 하게 되서요.
피아니스트?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한 것이 얼마되지 않지만 그 녀석은 요즘 피아노와 사랑에 빠져
있는 모양입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피아니스트가 되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기도 하고요.

엄마랑 상의해 보았니?
엄마는 외국에서 음대를 다니고 온 사람도 여기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반대하셔요.
그렇구나, 그런데 꼭 피아니스트가 되지 않아도 네가 이렇게 피아노를 가깝게 느끼고 치고 싶어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 오늘 선생님이 본 영화에서 (신동이란 영화를 설명하면서 ) 주인공이 무대에 서기 전에
걱정하는 선배에게 걱정하지마, 내가 바로 음악이니까라고 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더라.

그런데 선생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실력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옛날보다 더 못하게 되더라고요.
아니, 이렇게 어린 나이에 벌써 그런 것을 깨달았구나 신기하네. 선생님은 요즘 운동하러 다니면서
그동안 몸을 쓰지 않았더니 얼마나 기능을 못하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거든. 오래 한 사람들을 보면
같은 동작인데도 얼마나 다른지 몰라, 깜짝 놀랄 지경이란다.

지난 번 빌려간 음악에 관한 책을 반납하면서 한 권은 조금 더 읽어보고 싶다는 아이에게 차이코프스키
음반 빌려간 것중에서 어떤 곡이 좋았는가 물어보니 백조의 호수도 좋았고 바이올린 연주도 좋았다고 하네요.
그렇구나, 그러면 아무래도 동영상으로 연주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이 더 생생한 경험이 될 것 같으니
네가 듣고 싶은 곡이 있으면 말해다오, 그러면 있는 것은 무엇이든 빌려줄테니.

선생님, 모짜르트는 유명한 곡은 작곡을 하지 않았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니?
베토벤처럼 이 것 하고 말할 수 있는 제목을 몰라서요.
그것은 아니고 그가 작곡한 곡중에서 널리 알려진 곡이 많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오페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인데 혹시 아마데우스라는 영화 못 보았니? 아직 못 보았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그 일에 재미를 붙여서 무슨 이야기를 해도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곤 하는 어린
제자를 만난 날, 저도 사실은 며칠간이라도 아니 기회가 된다면 몇 주일이라도 합숙을 하면서 다른 악기와
더불어 연습을 하는 그런 날을 꿈꾸고 있어서일까요? 마음속이 따뜻하게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