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월요일, 불어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리더인 이 미원씨는 지금쯤 런던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고, 마리포사님은 사정이 있어서 못 나온다고
문자가 왔네요. 아니 그렇다면 샌드위치로 끼인 월요일 수업을 못 할 수도 있겠나 혼자 생각하면서
미리 가서 바이올린 연습을 하던 중,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다른 멤버들이 도착을 했습니다.
다른 멤버들이라고 해도 이 혜정씨, 그리고 멀리서 오는 켈리님, 이렇게 셋이서 수업을 했는데요
미리 단어를 잔뜩 찾아둔 내용, 한 주 동안 팽개치고 못 본 탓인지 내용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서
힘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지? 고민이 되더군요. 그런데 머리를 맞대고 이렇게 저렇게 말을 이어보다 보니
드디어 흐릿하던 내용이 의미를 드러내는 순간, 저절로 소리가 터져나오네요. 아 그렇구나!!
오늘 켈리님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는데 그 사이에 정말 괄목상대하고 할만큼 실력이 는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
눈부시기도 하고, 살짝 질투가 나기도 하는 심정이었답니다.
거의 맨 땅에 헤딩하는 수준으로 시작한 불어를 어느새 이 정도까지 파악하고 설명할 수 있다니
그 과정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이 혜정씨도 프랑스에 공부하러 간 딸이 오래 그 곳에 있을 것 같아서 이왕이면 하고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시작한 사람인데요, 그녀 역시 놀라울 정도로 발전이 빨라서 우리들에게 여러 차례 박수를 받기도 했지요.
오늘 함께 공부하면서 ,집에서 혼자 하면 머리에 쥐가 나는 느낌인데 이렇게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하니
이야기가 풀려 나가서 좋다고 환한 표정으로 웃더라고요.
나무 심는 사람의 오늘 분량을 끝내고, 모제 3,4과를 하면서 남성, 여성 명사의 단수 복수를 챙겨가면서
질문에 답하는 과정도 역시 그렇게 돌다리 두드려가면서 틀린 부분은 서로 지적해주고, 이상한 발음은
사전 찾아가면서 해결하다보니 열기가 뜨겁습니다.
10년 20년전에 시작했더라면 이런 가정법은 사실 불필요한 것이지만 가끔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외국어에 대한 열정은 뒤늦게 한꺼번에 밀어닥친 것일꼬 하고요.
고야 4부작을 읽다가 흥미가 생겨서 스페인어로 된 고야에 관한 책을 한 권 구했습니다.
지난 금요일의 일인데요, 아마 스페인 아이들이 읽는 기초 수준의 책인 모양이더라고요.
그런데 단어를 모르는 것은 지천이지만 내용이 풍부한 번역서를 읽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지
단어를 찾으면 내용이 확 이해되는 것이 신기해서 계속 읽었지요. 토요일, 일요일 연달아서
읽다보니 이것이 스페인어였구나 고개 끄덕이게 만드는 단어도 만나고, 가우디를 읽다가 만난 단어
아니면 입에서 톡 스페인어에서 만난 단어, 스페인어 문법과 회화책에서 만난 단어들도 여기 저기 박혀 있네요.
이런 소소한 일들이 주는 기쁨이란 생각보다 훨씬 크답니다.
토요일 밤 스페인어 공부하러 함께 모인 사람들에게 자랑도 하고, 그 내용의 일부를 함께 집어 가면서 읽기도
했지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 알게 된 것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것
집에 들어와서 밖에서 비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소리를 조금 키워놓고 첼로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첼로와 칸딘스키,멋진 조합을 이루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