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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이야기로 쌓은 성

| 조회수 : 1,482 | 추천수 : 15
작성일 : 2011-02-08 13:44:01

어떤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혹은 그 시간을 기억하면 저절로 보고 싶은 그림이 있습니다.

어제 밤 미당의 안주인 윤혜신씨를 만나러 가는 길, 그 때 그 시간의 자리를 함께 했던 조인숙씨를 불러내서

함께 찾아갔지요. 마침 일산에 모루아트란 쥬얼리 공방을 차린 친구가 있다고 소개하고 싶으니 그 쪽으로

오는게 어떤가 하는 말을 듣고 금속공예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라는 설레임도 있었답니다.



금속공예란 말을 듣자 머리속에서 저절로 떠오른 생각은 무라노, 부라노에 갔을 때의 일이었는데요

평소에 그런 쪽으로는 감상을 좋아하지만 주머니를 열어서 무엇을 사 본 경험이 없는 제가

부라노에서 너무 마음에 드는 목걸이  귀고리를 발견하고는 보람이의 선물로 생각하고 구입을 했지요.

그런데 아차 그 순간 까먹고 만 것은 그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면 선물이라도 냉정하게!!

거절한다는 것이었지요.



집에 돌아와서 까맣게 빛나는 그 목걸이를 선물로 주니 엄마 이거 조금 올드한 것 아니야?

그리고 너무 화려한 느낌이라서 나는 곤란하네, 그러니 엄마가 하든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주면 어때?

일단 받는다해도 하지 않을 것이 뻔한 선물을 줄 수는 없어서 이 목걸이가 누구에게 어울릴까 고민하다가

새 주인을 찾아간 목걸이였습니다.



공방을 찾아서 안으로 들어가니 두 명이 아니라 네 명의 여성이 앉아 있네요.

우선 윤혜신씨와 반갑게 인사나누고 다른 사람들을 소개받았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윤혜신씨의 친구분들이니 차차 이야기하면서 익숙해지겠지 싶어서 일단

편안한 마음으로 앉았는데요 앉자마자 이야기의 숲으로 돌진, 워낙 글도 말도 재미있는 사람이 있고

함께 간 조인숙씨 역시 말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람이니 재미있을 줄은 알았지만

아하, 이야기로 이렇게 긴 성을 앉은 자리에서 쌓을 수 있구나 싶어서 신기한 밤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만난 사람들하고도 이렇게 이야기를 맛나게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요즘 제가 변한 부분의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제가 변한 것도 있지만 함께 한 사람들의 열린 태도가 그런 분위기를 가능하게

해 준 것도 있고요.



그 중 한 분은 이미 신나는 밥상이라고 미당의 안주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이미 제 여행기를 읽었다고

하더군욘. 미술 전공인 그녀가 제 사진에 대해서 좋다고 말해주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사실 사진을 잘 찍는 것이 아니란 것은 알고 있지만 사진의 시선이 따뜻하다고 격려해준 지혜나무님 덕분에

그렇다면 테크닉이 모자라도 마음을 담아서 찍는다면 되는구나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을 계속 찍고

있거든요. 윤혜신씨도 처음 신나는 밥상에 올린 사진에 비해서 많이 좋아졌다고 진심으로 칭찬해주어서

마음이 즐거웠네요. 사람은 아무리 어른이 되어도 역시 칭찬을 먹고 사는 존재인 것일까요?



악 소리가 나게 팔방미인인 그녀는 이번에도 출판사에서 요리에 관한 책이 나온다고 하고, 다시 밥집

기행을 맡게 되었다는 이야기,레시피를 포켓 북으로 만들게 되는 사연등을 들려주었고 지난 번 만난 것보다

이미 한 발 앞서서 성큼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요리에는 아무래도 천재인 것 같다는

앞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그렇다고 수긍하면서 요리를 할 때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는

순간 사람이 빛나는 것은 바로 이런 때로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었고

우리들은 돌아가면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하는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지요.



치유 음식을 만들고 싶다.치유 연극을 해보고 싶다, 여행 계획을 세워서 여행을 가고 싶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와인과 맛있는 안주, 그리고 갑자기 불켜진 공간을 보고 건물의 주인이 내려보내준 맛있는 김치 부침개까지

(도심에서 이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 먹다보니 시간이 훌쩍 12시에 가까워졌습니다.

자리를 파하고 모루 아트의 주인장이 일하는 공간에 들어가보았는데요 모루라는 것을 말만 들었지 처음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작은 모루인데 그 모루안에서 이런 작품들이 탄생하는구나 싶으니 그저 그런 물건으로

보이지 않네요. 뭔가 창조의 비밀을 안고 있는 신성한 물체처럼 보였다고 할까요?



옆자리에 앉아서 안면을 튼 중국에서 살다가 임시 귀국했다는 인상이 아주 좋은 그녀는 그 사이에 벌써

설겆이를 하고 있네요. 등을 바라보면서 한국에 돌아오면 제대로 인사 나누고 서로 오가는 사이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내 맘대로 하게 되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세 명은 그 길로 한 집에 모여서 더 이야기나눈다고 하고, 나머지 세 명은 방향이 같아서 한 차로

돌아가기로 했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멈추어서 공방 주인의 설명과 더불어

작품을 돌아보기도 했는데요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에 들었던 목걸이를 다시 한 번 바라보기도 했지요.

언젠가 다시 와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고 하면 사진도 찍어보고 싶은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한 차에 타고 온 추르디란 아이디를 쓰는 그녀는 한 동네 사람이더라고요.

그녀가 그림을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서 제가 아는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 이야기도 나누고

앞으로 동네에서 오고 가는 길에 만날 수 있길 바란다는 이야기도 나누고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집앞에 도착한 다음 그냥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조인숙씨와 차를 한 곳에 세우고

한참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랜 세월 알아오지만 그 때 그 때 새롭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고

오래 막연하게 얼굴만 알다가 다시 새롭게 그 사람의 다른 면에 눈뜨고 제대로 알려고 노력하는 것도

신기한 일이고 막 알기 시작한 사람이지만 그 안으로 끌려들어가서 그 사람이 궁금한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도 재미있는 그런 이야기로 성을 쌓은 느낌이 든 날,



그 시간을 기억하면서 함께 보려고 고른 화가는 헬렌 프랑켄탈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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