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아침에 일어나니 기침이 심하네요. 그래도 일행중에 약사가 한 명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그녀가 챙겨온 약중에서 필요한 것을 골라서 먹고 최악의 경우에는 민박집에
누워 있고 베네치아는 포기하려던 마음을 고쳐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오늘의 일정에는 페기 구겐하임과 레몬 글라스님께 소개 받은 두 곳의 현대 미술관을 보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워서요.

시오노 나나미의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관한 책을 읽은 후부터 제 마음에 들어와 언젠가는 하고 벼르던
도시를 직접 만나게 되다니, 마음속에 기쁨이 솟아오릅니다. 지난 해 겨울에는 죽기전에 꼭 한 번
만나고 싶었던 공간인 방스의 로자리오 성당에 갈 수 있어서 기뻤고 2010년에는 이렇게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피렌체를 볼 수 있었고 물의 도시를 볼 수 있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저절로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렌체와는 다른 의미에서 이 곳도 카메라만 갖다 대면 그림이 되는 곳이더라고요.

해마다 다양한 일행들과 여행을 가게 됩니다. 누구와 함께 하게 될지 사실은 처음에는 잘 모르지요.
어딘가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올해는 이 곳에 이렇게 선전을 하면 누군가 이번에 함께 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고 중간에 사정이 바뀌기도 하고 그래서 최종 멤버는 떠나기 전까지 잘 모른다는 것
그것이 제가 연말에 가는 여행의 재미있는 점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그것이 상당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 과정자체도 여행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어린 시절에는 마음이 가기 않는 사람앞에서는 얼굴 표정도 굳어 있어서 저를 보면 누굴 좋아하고
누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지 다 드러난다고 친구들이 놀리기도 했었는데 그 이후로 얼마나 변했나
저 자신도 놀라곤 합니다.

2009년 겨울 프랑스 남부를 함께 여행한 보람이도 멤버에 대한 이야기를 듣더니 놀라면서 엄마, 그렇게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된 사람들과 여행하는 것이 가능해? 물어보아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도착하고 떠나는 시간표를 알리는 곳, 글씨가 불어와 다르면서도 읽을 만한 것이 재미있어서 찍어보았습니다.

외적의 침입을 피해서 로마에서 멀리 도망쳐 물위에 도시를 세운 오래 전의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뒤를 이어서 이 곳을 사람이 살만한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을 했을 사람들도요.
수상버스가 교통수단인 곳,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보니 더 신기해서 자꾸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베네치아 안의 이 곳 저 곳을

이렇게 어린 아이를 데리고 한 해의 마지막 날 이른 아침에 배에서 내리는 이 사람은 여행객일까
아니면 외부에서 새해를 보내려고 집에 오는 사람일꼬 저절로 호기심이.

앗 사진에서 본 광경이다, 이것은 말이 거꾸로 된 것이지만 (당연히 그 장면이 먼저고 사진은 그것을 담은
것이지만 아무래도 우리들은 사진으로 먼저 만나다보니 ) 그래도 그런 느낌이 드는 곳들이 많아서 재미있기도
했답니다.

카니발의 도시답게 역시 가면을 여기저기서 만났는데요 가면도 질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이더라고요.
정발산의 음악회 장소를 제공하는 호호아줌마의 집에는 그녀가 베네치아 여행에서 구해온 가면이
걸려져 있는데 그것이 묘하게 그 집과 어울려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어서 갈 때마다 마음에 들어서
쳐다보곤 했었는데 바로 그 현장에 오게 된 것이네요.




새롭고 신기한 볼 거리 찍을 거리가 하도 많아서 언제 페기 구겐하임에 도착할 지 아무도 모르는 시간
그래도 길거리에서의 시간이 신기하기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