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을 활기차게 시작하지 못하고 감기를 계속 달고 살고 있는 중이로군요. 그래도 이제는 조금 기운이
살아나서 오늘 아침 ,저녁 새로운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아침모임이야 이미 있었던 불어모임이지만 새로운 선생님을 모시게 되어서 제겐 의미있는 새출발이
되었습니다.
길담에서 3개월에 걸친 수련(수업이라고 하기엔 제겐 너무 어려운 수업이라서 ) 을 마치고 나니
그래도 사전을 들고 있으면 뭔가 글씨를 읽으려는 엄두를 낼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월요일 그 곳을 오고 가느라 쓰는 시간이 많아서 고민하다가 일산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가 광고를 냈지요. 그랬더니 장 율씨가 문화재 모임을 함께 하는 분중에 프랑스에서 오년 정도
살다 오신 분이 있다고 연락처를 알려 주었습니다.
사실, 걱정이었지요. 그 분에게는 하나도 득이 될 것이 없는 프랑스어 공부, 완전히 우리들에게 그냥
시간을 내주는 일인데 선뜻 오케이를 할까? 그래도 물어보지 않으면 시작되는 것이 없으니 일단
전화를 드렸습니다.

여행가기 전에 약속을 미리 하고 1월부터 월요일에 수업을 하자고, 그 때 만나서 우리들의 실력을 점검하고
함께 읽어보기로 약속을 했지요.
드디어 오늘 지혜나무님이 오래 전 밀라노에서 불어와는 인연이 없는 그녀가 단지 책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산 어린이용 미술 잡지 dada의 마티스편을 읽게 되었습니다.더듬거리는 실력으로 읽으면서도 저는
참 즐겁구나 그런 감탄이 속에서 솟구치더군요. 이것은 내겐 너무 어려운 벽이라고 생각하고 그만두었더라면
지금 이런 시간이 가능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그녀가 구한 잡지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귀한 교재로 사용된다는 것도 묘한 인연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녁 시간에는 묘한 조합의 스페인어 초보 모임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초등학교 5학년생,그리고 그 아이의 어머니,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면 제 2외국어로
스페인어 공부하려고 준비중인 중학 3학년 여학생, 언젠가 중남미 여행을 가고 싶고, 스페인어로 그 나라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과 그의 어머니, 스페인어를 제 2 외국어로 고등학교에서 배웠다는
그리고 아직 유럽 여행중에서 스페인을 못 갔으니 나중에 가게 되면 스페인어로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김미라씨
스페인어를 배워서 노래가사를 제대로 음미하고 싶다는 박 수빈선생님, 이런 식의 조합으로 모인 사람들이
서로 도우면서 3과 정도를 공부하고 헤어졌지요.

수업이 끝나고 교환학생으로 나가려는 영서에게 성영주씨가 그동안 미국에서 살다온 경험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많이 이야기해주더군요. 무엇보다도 marching band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부러웠다고
혹시 악기를 할 수 있다면 연습해서 가라고 권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서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도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어울리는 법을 생각하게 된 것은 제겐 길담에서의 인연이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어디서든 우리들에게 좋은 것을 배우고 그것을 우리것으로 만들어서
실천하는 삶이란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2011년의 진정한 출발은 제겐
오늘부터라는 생각이 드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브레라 미술관에서 만난 모란디, 거기다가 특별전까지 보게 되어서 행복했던 시간, 미술관에서 파는
도록에 모란디 책이 있었는데 너무 책을 많이 사서 넣었다 뺐다 하다가 그냥 두고 온 것이 못내 아쉽네요.
그래서 올 해 처음 고른 화가는 역시 모란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