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가느다랗게 내리는 성탄절, 거리의 음식점은 거의 다 문을 닿아서 이리 저리 걸어다녀도 마땅한 곳이
없네요. 배가 고프면 화가 난다는 홍은이, 그렇구나 나는 배가 고프면 약간 슬픈 느낌이던데, 서로 배고플 때의
느낌을 이야기하면서 눈 크게 뜨고 음식점을 찾다가 드디어 만난 일본 음식점, kyto라는 상호명의 음식점에
일단 들어갔습니다.

한 편에서는 음식을 주문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앞으로 찾아갈 산 로렌초 성당과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를
물어보려고요, 가능하다면 스포르체스코성의 위치도 알아놓는다면 좋을 것같고요,
가서 질문을 하는데 아무래도 일본인 같지 않아서 물어보니 모두가 중국에서 온 젊은이들이라고 합니다.
남,녀 한 명정도가 영어를 편하게 사용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중국어로 자기들끼리 말하면서 제가 원하는
장소를 종이에 써주니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주더군요.
점심먹고 나와서 가게를 한 장 찍고는

유난히 친절했던 종업원을 한 장 찍으려고 들어가니 알아서 밖으로 나와서 여기로 하고 포즈도 본인이
원하는 장소에서 취하는 겁니다. 저 말고도 아마 여러 사람들이 그녀에게 사진을 하고 부탁했던 모양이지요?

5년전의 로마 여행에서보다 이번 여행에서 중국사람들의 수가 일하는 사람도 여행온 사람도 훨씬 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산 로렌초 마조레. 이 곳은 콘스탄티누스의 동상이 서 있는 곳이었습니다. 오래된 교회란 것, 역사적인 교회란
것을 그것으로 알려주긴 하지만 교회앞에 황제의 동상이라, 묘한 기분이기도 한 곳이었고 교회앞에 한 줄로
늘어선 그리스식 기둥이 눈길을 끄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바실리카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어서 밖에만 둘러보고 말았지요.
하루 일정을 다 마치고 나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설계했다는 나빌리 운하 근처에서 재즈가 나오는 곳을
골라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지만 나빌리 운하가 바로 나오고 말았습니다 ,알고 보니 점심을 먹고 바실리카
산 로렌초를 찾으러 오는 길에 바로 나빌리 운하 표시가 있더라고요.
더구나 최후의 만찬이 그려져 있다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이곳을 브라만테의 손길을 느끼려고
가보려고 하는 중인데 그렇다면 저녁에 이 곳까지 다시 돌아와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재즈는 포기하고
나빌리 운하 근처를 걸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여행도 인생과 마찬가지로 잔뜩 계획을 세우지만 늘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더 묘미가 있는지도
모르고.


길가의 집에 붙은 표시판이 마음에 들어서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하고

운하에 거꾸로 비친 상이 눈길을 끌기도 합니다.

지하철 근처에서 만난 색깔 배합이 아름다운 그라피티, 다른 것들에 비해서 예술적이라고 느껴서 일까요?
이것도 한 컷!!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를 물어보니 너무나 열심히 설명을 해주고, (문제는 영어를 모르는 그 아저씨
이탈리아 어를 모르는 우리, 서로 다른 말로 의사소통을 하다가 자신도 그 곳에 가니 따라오라고 해서
거의 성당 문 앞까지 데려다 주시더군요. )심지어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 불어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 중에서 알아듣는 불어가 몇 마디 있어서 그 말은 알겠다고 하니 그러면 불어 할 줄 아느냐고 불어로 막
이야기합니다. 블어는 잘 모르고 간단한 말만 알아들었다고 하니 그 말을 영어로 해보라고 하네요.
친절이 지나치면 그것도 곤란하다 싶은 경험,그래도 감사한 마음에 사진 한 장 찍겠다고 하니 포즈를 취해
주시더라고요.
여름에 오면 정원이 아름답다는 이 성당, 옆에 최후의 만찬이 있건만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라니, 24이면
문을 닫기 때문에 볼 수 없다고 미리 검색을 한 상황이라 마음을 비우고, 그 안을 들여다 보았지요.



언젠가 혹시 종교를 갖게 된다면 촛불이 많이 밝혀진 성당을 찾아가게 되지 않을까 묘한 이유로 그 공간에
대한 친밀감을 느끼고 있는 ,그래서일까요? 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히고 있는 그 상황을 자꾸 찍게 되네요.


마지막으로 찾아간 스포르체스코성, 성탄이라고 환하게 불 밝히고 스피커 안에서는 노래가 쾅쾅 울리네요.
사람들도 늘어서서 음악에 귀기울이고 있고, 내일은 시간이 모자라서 성 안까지 보기는 어렵겠으니 오늘
맛이라도 보자, 그리고 내일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론다니니 피에타만 제대로 볼 수 있길!!
아직 저녁 일곱시도 못 된 시간, 그래도 밀라노는 완전 밤이로군요. 제 몸 상태도 하도 걸어서 오밤중이라고
느끼고 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