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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 누렁이가 송아지를 낳았어요

| 조회수 : 1,978 | 추천수 : 70
작성일 : 2011-01-07 22:54:49


새해 이튿날 아침, 우리집 누렁이는 송아지를 낳았습니다.

눈오는 날 새벽, 소리도 없이, 아기를 낳았지요.



소가 송아지를 낳을 때면, 신랑이 늘 산파처럼, 친정엄마처럼

옆에서 보살펴주고, 거들어 닦아주고 했는데

이번에는 저 혼자, 씩씩하게 낳았습니다.



구제역이다 뭐다 한참 난리인데,

참에  저 혼자서 송아지를 낳았다니 정말 기특한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송아지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도

새 생명이, 새 식구가 생겼다는 마구에 3일째 가보지 않았습니다.



신랑은 송아지를 보러 가지 않는 저를 보고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 수 있냐고 말했습니다.



어찌, 저도 새 식구가,

솜털이 보송보송한 그 어엿쁜 것이 보고싶지 않겠습니까마는

요즘, 제가 채식을 해야겠다고 결심하면서,

동물들이 자기의 본성을 잃고,

단지 인간들에게 먹히기 위해 사육되고 있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그것에 동참하고 있는 것 같은 망연함 때문에

미안해서, 차마 그 생명을 보러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우리집에서 바로 도축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송아지가 자라 어느만큼 크면 새 주인을 찾아 보내기는 하지만

이것 역시 못할 짓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아기송아지가 팔려나가는 날에,

어미소는 한 사나흘은 잘 먹지도 않고 계속 울어댑니다.

제 자식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보내야하니

그 속이 어떨지, 아무리 짐승이라도 알고도 남습니다.



이제, 소를 기르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축사를 치워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대대로 소팔아 목돈 만들어 아들 공부시키던 어머니는

시골에서 목돈 나올일이 없으니 안된다고 합니다.



"어머니, 정말, 이건 못할 짓이예요."

"그래, 인간들이 원래 못할 짓을 많이 하지. 뭐 별 수 있나. 먹고 살아야 하는데

  다. 그렇게 살아왔다."



다 그렇게 살아왔다고 우리까지 그렇게 살일은 아닙니다.



방목해서 기르고, 사료대신 여물을 끓여 먹인다해도

그 생명의 목적이 인간을 위해서라면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어제, 마구앞을 잠깐 지나가다가

아기 송아지가 추웠는지 옆에 소먹일 짚더미 쌓아놓은 곳에

혼자 올라가 태연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미소가 울던 말던,  추우니까. 짚더미에 올라가 있는

이 작고 영리하고 아름다운 생명을 보니



괜히 미안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늘담
    '11.1.8 12:45 AM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쇳덩어리가 달나라도 가는 세상에 어찌 구제역 하나 막지 못하는지.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 2. plus one
    '11.1.8 7:13 PM

    제발 저 어린것이 건강하게 오래 살수있도록 구제역이 없어졌음 좋겠습니다
    왜 죽어가는지 이유도 모른체 그저 인간들이 산채로 땅에 묻어버리는걸 차마 볼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어쩌자고 저런 극악무도한짓들을 서슴찮고 하고들있는지 답답하고 서러울뿐입니다
    서럽게 죽어가는 가엾은 동물들에 넋이 한이 되어 하늘에 떠도는것같아 차마 하늘을 바라볼수가 없습니다 제발~~ 제발 지금이라도 생매장이라는 무서운짓을 멈췄음 좋겠습니다
    도대체 그 죄값을 어찌 다받으려고 저런짓들을~~~~
    무섭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그저 죽어간 동물들에게 죄스러운 맘뿐입니다

  • 3. 열무김치
    '11.1.10 2:58 AM

    삶을 부여받은 동물이면서도 "고기"가 되어야 할 존재....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면서도
    모두가 만족할 만한 답이 없기도 하네요... 그래서 더 슬프네요...

  • 4. 하늘재
    '11.1.10 12:09 PM

    인터넷 한 줄 뉴스 보기가 두렵습니다..
    지금도 갓 태어난 애기 송아지를~~
    너무 마음이 애립니다...

    제발 보리수네집 송아지는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빕니다...

  • 5. 보리수네집
    '11.1.11 12:11 AM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 6. crisp
    '11.1.12 12:57 AM

    오늘 ..지난 tv 방송을 보는데 소 키우는 분 얘기가 나왔어요.
    잘 키운 소를 팔아서 아이 학비,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니까 파는데, 소는 잘 안가려고 마굿간으로 도망가고 주인은 원글님처럼 마음이 편치 않고 하는 상황이 나왔어요.
    그냥 처음 본 저도 그 소가 불쌍하고 식탁에 올라온 고기 먹기가 영 찜찜하던데 밤 낮으로 돌보면서 키우시는 분은 당연히 그런 마음이 들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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