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간이 나는대로 오페라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아니 갑자기 웬 오페라에 관한 글이냐고요?
3번째 목요일 오페라 감상 모임의 사회자인 켈리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나올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날이 월요일 밤, 이미 정한 약속을 취소하거나 미룰 수가 없어서 그렇다면 그녀가 everymonth에 올려놓은
정보가 있어도, 이상하게 사람들 앞에 나서면 말이 떨려서 제대로 의사 전달을 못하는 기분이 드는 제겐
오페라 모임의 사회란 조금 부담이 되는 일이었거든요.
인터넷을 검색해보아도 별다른 정보가 없어서 구글에 들어가니 영어 자료가 있었습니다.
일단 두 꼭지 정도 읽고, 집에서 오래 전의 기억을 더듬어 동영상을 틀어보았지요.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요?
오래 전 본 이 오페라와 루치아의 스토리가 섞여서 뒤죽박죽이네요. 미리 보지 않았더라면
딴 소리를 할 뻔 했네,
그래서 밤에는 청바지 입은 오페라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오페라에 관한 글을 꺼내서 읽어보았지요.
오페라입문에 좋은 책이지만 불행히도 일 퓨리타니에 관한 글은 없네요. 대신 20 편의 오페라에 대한
친절한 입문이 가능한 책이라서 다음 진행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확인은 가능했습니다.

입시날, 새벽부터 여러가지 일을 하느라 몸이 노곤했지만 그래도 약속이니 기운을 내서 당도한 집
우선 벽난로가 달아오르고 있어서 지난 번 한 달전과는 사뭇 다른 기분이네요.

사람들이 모이기 전 잠깐 부엌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주방에서 보이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감자요리를 하고 있는 이 기구는 무엇인고 주인장에게 물었더니 그녀가 웃더군요.
이제는 그릇에도 신경을 써서 조금만 어울리는 그릇을 써도 음식이 다른 맛으로 느껴지니 한 번 시도해보라고
권하기도 하고요.

모임에 오는 사람들이 각자 5000원을 각출하여 김밥을 주문한다고 해도, 주인으로서 아무래도 청소도
신경써야 하고 커피도 내리고, 이렇게 간식도 준비하는 일이 번거로울 텐데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맞아주는
주인장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 집에도 고 3 입시생이 있어서 선물꾸러미가 눈에 보이는군요.

마침 중고등학교가 쉬는 날이라 못 온 사람들, 딸과 함께 온 사람들, 멀리 서울에서 모임에 참석하러 온
사람들, 구성원이 조금 바뀐 상태로 일단 시작을 했습니다.
빈센초 벨리니,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출신 오페라 작곡가인데
벨칸토 창법의 오페라를 쓴 것으로 유명하지요. 어제 자료를 읽다보니 19개월째부터 음악에 반응을 보였다고
하니 헉 소리가 날 뿐이더군요. 그가 작곡한 것중에서 자는 노르마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고
그리고 알고 있는 또 다른 작품이 바로 일 퓨리타니인데요
청교도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청교도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청교도 집안의 처녀와 왕당파 집안의 총각이
사랑을 해서 결혼하게 되었지만 결혼식 날 마침 죄수 호송을 맡게 된 그녀의 아버지, 맡게 된 죄수가
찰스 1세의 미망인인 것이 문제였지요.
그렇다며 시대 배경이 1642년에서 49년 청교도 혁명기라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복식사에 관심이 있으나 구체적인 역사와의 연결이 어려웠던 지혜나무님의 질문,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다 보니 수줍고 불편했던 것도 잠시, 제 입도 제멋대로 대답을 하기 시작하네요.

사실 오페라의 내용은 역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 자체로만 보면 참 믿기 어려운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그래서 원래는 거의 흥미를 못 갖고 있었던 분야였거든요. 그런데 동료를 잘 만나서
따라다니다 보니 오페라에서 중요한 것은 스토리자체라기 보다는 그것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것, 주인공의
음악성과 연기, 오케스트라가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에 다름아니겠구나 싶은 정도로 음악이 차지하는 힘
무대 장치나 조명, 그리고 의상등에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번 사랑의 묘약에서도 여주인공을 맡았던 안나 네트리코, 이 역도 역시 그녀가 주연인 동영상을 보았는데요
메트로 폴리탄의 이 공연은 막이 바뀌는 중간에 르네 플레밍이 여주인공과 두 번에 걸쳐서 인터뷰한
내용도 담아놓은 것이라서 더 잘 무대를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더군요.

사랑의 묘약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비중이 컸다면 이 작품은 여주인공의 비중이 큰 편이었습니다.
사람의 목소리로 이렇게까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니 놀라운 기분이 들기도 했지요.

드디어 3막이 끝나고 마무리를 한 다음, 공연 다음에 틀어놓은 흥겨운 음악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몸이
저절로 춤이 되기도 하네요, 바라보다가 그렇다면 다음 번 오페라 모임은 송년을 겸해서 이왕이면 뭔가
주제가 있는 모임이 되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삼삼 오오 어울려서 다음 모임에 괂나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 카메라로 집안을 조금 더 찍어보았습니다.


마당의 감나무에서 딴 감이라고 하네요.


음악과 탁구, 여행,역사를 좋아하는 것이 서로 닮은 주인장과 참 여러가지 경험을 함께 하고 있는 셈인데요
오늘 아침 도착했을 때 지난 번 빌려준 아르헤리치의 도쿄 공연 디브이디가 돌아가고 있더군요.
너무 좋았노라고, 그래서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요?
다음 번에 들고 오면 다른 그녀의 동영상을 갖고 올께요, 그리고 일 퓨리타니도 두고 갈테니 더 보라고 하면서
집을 나서는 길, 함께 무엇을 좋아하는 것의 기쁨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군요.
오늘 오페라 모임 덕분에 집안에서 마음 조리거나 뭔가 두서없이 서성거리지 않고 4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수리 시험이 어렵다는 보도를 읽고 그렇다면 다행인데 안심이 되어 한 시간 정도 푹자고 , 오페라 모임
사진 정리하면서 언제 들어도 좋은 베토벤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으면서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벌써 4시, 이제 두 시간만 시험을 치르면 아들의 일년간의 고생도 끝이 나는군요.
아무리 내가 치루는 시험이 아니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일상을 그대로 살자고 해도
월요일부터 악기에 손을 대기 어려운 것을 보니 역시 악기는 평정심이 없으면 연습이 어려운 제겐
가장 평화를 요하는 분야로구나를 실감한 시간이기도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