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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는 역시 힘이 세다

| 조회수 : 1,538 | 추천수 : 70
작성일 : 2010-11-13 09:41:57

  
  두 번째 금요일 ,강남 역사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두 주전에 일본사에 관한 발제를 하겠다고 약속을 한지라

월요일부터 몸 상태가 이상하자 걱정이 되더군요.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마침 금요일, 오래 전부터 예매해둔 네덜란드 로얄 콘서트 허바우 오케스트라 의 공연도 있는 날이어서

가능하면 몸을 추스리고 함께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몸도 신경쓰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일본사에 관한

책을 뒤적이면서 감을 잡아 나가고 있었습니다.

조심한 덕분인지 목요일에는 상태가 좋아져서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개운하네요.

G20으로 길거리 상황을 알 수 없어서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성당앞을 지나려다 보니 아직도 생생하게 피어있는 장미꽃이 한 송이 있네요. 반가운 마음에 카메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은 책중에 하룻밤에 읽는 일본사라는 책이 있었지요. 하룻밤에 삼일만에 이런식으로

날짜를 한정해서 표시하는 책은 아마 일본 사람이 저자인 경우가 으뜸일 것 같아요.  

그런데 오랫만에 보면서 놀란 것은 그동안 NHK 사극을 여러 편 본 덕분에 그 전에는 그저 이름에 불과하던

바쿠후 말에서 메이지 유신 초기까지의 역사가  펄펄 살아서 읽힌다는 것이었답니다.

그러면 발제를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디서 끊어볼까, 머리속에서 궁리를 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금요일은 제 순번이 아니지만 중국사 발제로 역사교실의 스타 발제자가 된 고선씨가 사정이 있어서

하루 쉰다고 하는 바람에 중국사의 뒷 부분을 그녀에게 듣고 싶어서 그렇다면 중간에 중국사 쉬고

일본사의 흐름을 제가 발제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러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정해서 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라서요.



일본의 근대 뉴스 10가지, 우선 대강의 큰 틀부터 이야기를 하고,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과연 구로후네가

일본에 들어온 최초의 배인가, 그 이전에도 러시아나 영국배, 혹은 미국배가 들어왔었는데 왜 구로후네가

문제가 되었는가, 바쿠후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을 했는가

일본의 쇄국은 조선의 쇄국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 바쿠후 말기의 개국파와 존왕양이파의 변화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가, 메이지 유신의 성격은? 그리고 관료들이 1871년 사절단을 이끌고 유럽을 다녀온 결과

정한론을 꺽고 국내의 개혁을 먼저 이루는 바람에 불평 사족들이 일으킨 세이난 전쟁에 관한 것, 그 전쟁에서

사무라이들이 패하고 난 뒤 벌어진 자뮤민권 운동, 헌법의 제정과 그것이 왜 통일 독일의 헌법과 유사한지

군대와 군부는 어떻게 다르고 일본에서 군부는 어떤 기능을 하게 되었는가, 그들이 일으킨 청일,러일 전쟁

그 전쟁에서의 승리로 국제 사회에 진입하게 된 일본이 일차대전에 무슨 목적으로 참전을 하게 되었나

일차대전에서 호경기를 누린 그들이 왜 미국과 대립하게 되었는가, 이런 식으로 이야기 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여러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반응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조개정 운동으로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 농민들이 일으킨 이키라는 사실 눈에 익지 않고 귀에도 설 내용을

이야기하는데 okbk님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네요. 놀라서 물어보니 마침 하룻밤에 읽는 일본사를

구해서 읽었다고요. 그러고 보니 옆 자리의 큐트폰드님도 , 미야님도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거나

사서 읽고 있는 중이더라고요. 아하 역시, 이래서 저는 금요일 모임이 마치 여행가는 것처럼 멀리까지 가야함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게 되는 모양이라는 생각을 퍼뜩 하게 되었답니다.



근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보면 좋은 드라마 소개도 하고, 우리가 예전에 배울 때와는 달라진 표현법

예를 들면 막부를 바쿠후로, 번을 한으로, 번주를 한슈로, 존왕양이를 손노조이로 이런 식으로 책에서 표기를

하는 것은 모든 시기에 해당하는 것인가,아니면 중국의 신해혁명을 기점으로 이름을 달리 부르는 것처럼

이것도 무슨 기준이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도 나왔지만 알 수가 없어서 이것은 의문으로 남겨두기도 하고요.



두 시간으로는 일본 근대사를 다 이야기하기는 어려워서 2차대전에서의 패배, 왜 천황은 전쟁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었는가,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다음 기회에 현대사를 읽기로 했지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의 힘을 알고 나면 혼자서 공부하는 것은 뭔가 모자라는 기분이 든다는 것

아마 그룹 스터디를 해 본 사람들은 대개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요?



다른 사람의 발제라면 편한 마음으로 가서 듣고, 그것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지요. 그래도 자신의 발제 차례가

오면 아무래도 조금 더 찾아보고 ,고민을 해보게 되서 역시 의무는 실력향상을 동반한다고 할까, 의무는

단순히 피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새로운 문을 여는 기회가 된다고 할까요?

덕분에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의 개략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독서가 어디로 이어질지는 지금

미리 정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더욱 매력있는 독서가 되는 것.이것이 바로 발제의 힘!!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카루소
    '10.11.13 3:35 PM

    바이올린 길 샤함

  • 2.
    '10.11.17 10:38 AM

    저기 저 건반 악기의 이름이 정확히 뭔가요?
    늘 궁금했었는데....
    부탁드려요 카루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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