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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좋으면 다 좋다?

| 조회수 : 2,016 | 추천수 : 74
작성일 : 2010-11-18 07:55:46

오늘은 수능 날입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시험을 치루게 된 아들, 그 사이의 변화라면

제가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작년 수능날에는 여동생의 아들과 동갑인 관계로 도시락을 두 개

준비해서 제가 새벽에 가지러 가면 되었지만 이번에는 동생이 이사간 관계로 그것이 어렵게 되었지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하다가 어제 수요 요리 교실에서 본 미소된장으로 끓이는 된장국과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장만해서 보내는 것이 제일 좋다는 사람들의 충고를 마음에 새기고 집에 와서 물었지요.

무엇을 먹고 싶은가 하고요. 김치볶음밥이라고 하네요.



새벽에 죽을 먹고 가겠다고 하니 점심 시간이 되기 전에 허기가 질 수도 있어서 그렇다면 간단하게 주먹밥도

두 개 정도 만들어야 하고, 된장국도 준비하고, 거기다 볶음밥, 옥수수 수염차를 조금 끓여서 넣어주고 싶기도

하고, 시간을 계산해보니 빠듯해서 밤중에 다시물을 만들어 놓고 잤지요.

다른 사람들에겐 평생 해 온 일이라서 너무나 간단한 일이겠지만 사실 저는 이번이 전적으로 한끼의 식사

그것도 아이에겐 중요한 날의 식사를 혼자 준비하는 날이라 사뭇 긴장이 됩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다 준비하고 아이가 집을 나서는 것을 보고 나니 7시 조금 넘은 시각, 현관앞까지만

나오라고 하더군요. 콜택시를 불러놓고 엄마 나 만점 맞을꺼야 신소리를 하는 아이에게 그것 너무 부담되니까

평소 하던대로만 보면 된다고 웃으면서 배웅하고 나니, 아무리 그래도 밖에 나가봐야 할 것 같더라고요.

웃옷을 걸쳐 입고 바로 뛰어 나갔지만 이미 차는 떠난 상태, 돌아오는 길에 후곡 성당에 켜있는 봉헌초앞에

조금 서 있게 되네요. 지나다니면서 늘 누군가 마음을 담아 켜 놓은 초를 그냥 지나치게 되지 않습니다.

물론 초가 무엇을 이루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초를 켜는 마음을 생각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제 마음이 따뜻해

진다고 할까요?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을 그다지 신용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 같은 날,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챙겨가게

된 아이가 맛과 별개로 이것을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이라 생각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겐 끝이 좋으면 다 좋다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닐까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다시 잠들기 어려운 아침, 지난 금요일 연주에서 만난 작곡가 야나첵의 음악을 틀어놓고

그림을 보러 들어왔습니다. 평소에 하던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제 마음의 기도가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어서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수험생 어머니가 있다면 함께 즐길 수 있길!!



수요 모임의 멤버들을 생각합니다. 그녀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구나, 이제는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그것이 어디로 가는 발걸음이 될 지 모르지만, 몰라서 더 기대가 되는 ...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들꽃
    '10.11.18 8:10 AM

    인투님~
    실수 하지 않고
    그동안의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니
    눈물이 나오더군요.
    참 미안하다...정말 미안하다...이런 생각과 함께.
    초등 입학하던 날 부터 지금까지의 일상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면서
    더 잘 보살펴주지 못한 죄책감..
    지금 마음이 아프네요.
    최선을 다해 시험 잘 치르기를 바래보면서
    먹먹한 마음도 함께 달래봅니다.

  • 2. 자강
    '10.11.18 9:41 AM

    엄마로 지켜보기 힘드셨을텐데 애쓰셨습니다!

    아드님이 실력을 십분 발휘해서
    좋은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

  • 3. 안나돌리
    '10.11.18 3:31 PM

    지난 일년 정말 애쓰셨습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전 신앙인으로 자식을 위한 기도(=마음)는
    내가 내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계속되어얄 것 같다는
    개인적 생각을 갖고 있어요~

    3년전 큰아들이 회사에서 중국으로 출장가서
    큰 교통사고를 운좋게 모면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때 아차! 하고 깨달은것이 내가 아이가 다 컸다고 무심했구나...
    했던 생각이랍니다. 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마음을 놓치말고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했던 사건이랍니다.

  • 4. arhet
    '10.11.18 4:15 PM

    누군가의 기원이 작은 힘이 되길 바래보며, 처음으로 글을 드립니다.

  • 5. 호호아줌마
    '10.11.18 5:52 PM

    아이 시험 보는 시간에 맞추어 수험생 엄마들 성당에 같이 모여 4시까지 기도 피정하고 왔어요.
    돌아오는 길 왜 이리도 허탈한지...
    끝이 좋으면 더 할나위 없겠지만,
    끝이 좋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수고했다 애썼다 꼬옥 안아 주렵니다.

  • 6. 열무김치
    '10.11.18 6:24 PM

    아드님도 어머님도 모두 고생 하셨습니다 !

  • 7. rabbitchoi
    '10.11.18 9:59 PM

    인투님,처음 인사 남기네요.고생 맣으셨어요.노력한 만큼 성과 있기를 바랍니다.

  • 8. intotheself
    '10.11.19 12:39 PM

    호호아줌마님

    저는 성적 이야기가 아니라 한 번도 제 힘으로 도시락을 싸 준 적이 없다가

    마지막으로 온전히 제가 싼 도시락을 보냈으니 그것이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으로

    혼자 위로겸, 한 발 내딘 제 성장의 기록으로 한 이야기였답니다.

  • 9. intotheself
    '10.11.19 12:40 PM

    arhet님

    보내주신 기원의 마음, 정말 감사히 받았습니다.

  • 10. toto
    '10.11.20 11:49 AM

    금요일 야나체크면

    마리스 얀손스 보고 오셨나요?

    저도 갔었어요

  • 11. 마실쟁이
    '10.11.21 9:44 AM

    수능날 아침 여러 아이들이 생각 나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길래
    도움은 되지않겠지만 그래도 두손모아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수능을 치러는 아이들도
    엄마들도 모두모두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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