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의 일입니다.
3년 정도 지속되던 영어 스터디 모임이 있는 수요일, 마침 멤버중의 한 명인 자전거님이
긴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이어지는 방학이라서 2달 정도 쉬게 되었지요. 그 때 생각한 것이 제대로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는데, 누구랑 어떻게 하면 그런 교실이 가능할까 수첩을 놓고
한참 고민하다가 고른 사람이 바로 일산의 대장금이라고 부르게 된 초록별님이었습니다.
전화로 부탁을 하니 레서피를 갖고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서
알려주기는 곤란하다고 자꾸 뒤로 빼더군요. 그래도 물러설 사람이 아니지요. 제가 한 번 칼을 빼면!!
조금 더 생각해보라고, 그리고 만약 하게 되면 어떤 언어를 공부하고 싶은지 생각해서
품앗이 형태로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미리 말을 했지요.

망서리던 그녀가 전화로 응답을 해 왔습니다.
잘하지는 못해도 한 번 해보겠노라고, 그래서 시작한 요리교실, 원래는 한시적으로 하려고 했지요.
9월이 되면 다시 수요 모임을 시작해야 하므로.
막상 시작하려니 둘이서 보다는 이왕이면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으면 어떤가 해서
이야기를 하니 너도 나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10명으로 인원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늘어난 사람들과 더불어 오바마 연설문 암기, 일본에서 구해온 책으로
기본 구문 익히는 책과 이디엄을 익히는 책,이렇게 세 권으로 시작한 교실은
23주를 연속으로 하면 최소한 한 번은 끝날 수 있는 시스템이었는데요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이 늘어나서 결국 수요 모임을 닫고 ( 저 혼자 빠지게 된 것인데 그 결정이 참 쉽지 않았습니다.
제겐 의미있는 수업이었으므로 ) 요리 교실을 계속 하게 되었지요.

지난 수요일 21장을 함께 공부한 날이었는데요, 새로운 집에서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발레를 전공했다는 박 화영씨와 일단 몸풀기 동작을 함께 하고, 새로운 집의 새로운 분위기를 음미하느라
여기 저기 둘러보고 ( 미대 출신인 희정씨의 집에는 들어가자 마자 본인의 그림이 아크릴 프레임에 걸려 있고
입구에 아파트 입주할 때부터 있었다는 마티스의 그림을 살짝 가린채 모네의 그림으로 장식한 장식장이
눈길을 끌더라고요.

구석 구석 포진하고 있는 귀여운 물건들, 새로운 집에 가서 만난 새로운 책장, 그러니 우선은 구경부터 하느라
다들 자리에 앉지 못합니다. 그 사이에 주인장은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 그녀가 소개했지만 계속 찾지 못하고
있던 책을 책장에서 발견하던 순간의 즐거움이라니!! 결국 그 책은 빌려서 들고 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분좋은
학습이 될 수 있을까 고민중입니다.
21주 정도 공부를 계속하다 보니 이제 한 챕터 정도 외우는 일은 이력이 생겼더군요. 복습도 순조롭게 되고
이제 이야기는 종강 파티를 어떻게 할 것인가로 모아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여러가지 안이 속출했는데 과연 어떤 식으로 이 책의 마무리를 하게 될지, 그 다음에는 어떤 수업으로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되네요.

정리정돈에 서툰 제겐 이렇게 정리된 책장이 참고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컷 찍어왔지요.
물론 본다고 그대로 손에 익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참고가 될 것 같아서요.


손이 야무진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저절로 드네요.제겐 너무 부족한 부분이라서 .
green thumb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이 주변에 여럿 있어서 침을 흘리게 됩니다.
그 이야기를 어제 점심 먹고 집에 오는 길에 함께 한 사람들과 했더니 아니라고 손이 야무지면 고생만 한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겁니다. 정말 그럴까? 혼랍스럽더군요.

수업을 마치고 지난 주와 동일한 메뉴로 요리를 복습해서 함께 먹은 다음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주인장이 (일본어 책에서 차를 마시나요? 하는 구절을 듣다가 아참 하고 일어나서 ) 끓여낸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어나서 나오는 길, 아프던 몸이 저절로 낫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바로 사진을 정리하는 일은 무리여서 수요일은 그대로 두었다가 어제 밤 정리를 했지요.

금요일 아침, 집을 나서기 전에 오랫만에 로스트로포비치와 리히터의 연주로 베토벤 첼로 소나타를 듣고
있습니다. 음악과 더불어 수요일 모임의 정리글을 쓰고 있자니 23주의 실험이 다 끝나면 우리들은 어떤
변화된 모습으로 그 다음을 만들어갈까 ? 기대가 되는군요.월요일에는 전혀 들리지 않던 소리를 다시
몸속에 스며드는 소리로 인식할 수 있게 된 순간 순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듣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