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덥다 해도 이렇게 더운 여름은 처음입니다.평소에 시간을 잘 쓰던 편인 제게도 이번 여름은 마치 몸의 한 곳이 고장난 것처럼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일들이 많네요. 일상의 기록은 물론이고 악기를 만지는 일에도 전혀 에너지가 나지 않아서 거의 올 스톱 상태이고요.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마음이 불편하던 어느 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서가를 뒤지던 중 만난 소설, 같은 작가의 두 권짜리
로마를 이미 읽은 상태여서 로마 서브 로사를 한 권 빌렸습니다.
서브 로사가 뭔가 했더니 장미 아래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말하자면 역사에 기록된 것이 아닌 이야기를 통해 로마를 느끼게 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담은 제목인 모양인데요 실제로는 10권이나 되는 소설이지만 아직 한국에 전부 번역이 되어 나온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서점에서 본 바로는 4권까지는 번역이 된 모양이고 그 뒤로는 어떤지 확인해보아야지 하고 생각할 정도로 일요일에 빌려온 소설을
월요일까지 다 읽었습니다.
이 소설덕분에 술라 시대의 키케로, 아직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기 전에 존속살인사건의 피고를 변호하게 된 키케로의 모습 당시
늙어가는 술라의 모습, 로마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소설과 만났는데요 여운이 강렬해서 도서관에 2권을 빌리러 이 땡볕에도
나가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네요.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기억나는 것은 연말에서 연초 몸이 너무 아픈데 이렇게 새로 시작하는 해를 누워서 맞기가 민망하다고 생각해서
손에 잡은 것이 미켈란젤로 평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갑자기 몸에서 나도 모르게 기운이 모아져서 다 읽고 나니 갑자기
강렬한 기운이 느껴져서 놀란 적이 있지요. 참으로 잊기 어려운 경험이었는데요 이번에도 그렇게 늘어지던 몸이 이야기의 힘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는 기운을 받는 것이 신기합니다. 이야기에는 우리를 세우는 힘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로마에 관한 소설을 읽다보니 저절로 찾아보게 되는 화가는 알마 타데마 그는 고대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린 사람이라서
그림 자체가 주는 감동은 덜 해도 시대와 관련해서는 그림을 찾게 되는 화가랍니다.
이번 주 금요일이면 그리스인 이야기 3권 읽기의 대장정이 끝나고 4번째 금요일부터 다시 로마 건축사기 이어집니다. 로마 건축을
다 보고 나면 그리스의 경우처럼 로마의 역사를 한 번 제대로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 교보문고에 가보았지요. 그랬더니
새롭게 출간된 책들이 나란히 서서 나를 읽어보라고 유혹하던 시간이 기억나는군요.
로마 자체가 아니라 그 시대의 역사가 지금을 사는 나에게 무슨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가가 문제겠지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으면서 2500년전의 이야기가 갖는 현재성에 놀라서 아하 그래서 사람들이 이 책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구나
고개 끄덕이던 시간. 그래서 역사를 읽는 것의 현재성에 대해서 더욱 의미있게 생각할 수 있었지요.
그건 그렇다고 해도 이번 여름 다 들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