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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 특강을 마치고

| 조회수 : 1,203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07-30 12:54:23

 

 

 

세익스피어를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강의를 부탁하고 , 두 번은 어려우니 일요일 하루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형식으로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아무런 준비없이 그냥 듣는 것은 강의에의 집중도도 문제이고

 

강의해주시는 교수님에게도 실례가 아닐까 싶어서 두 주일 동안 정규 수업을 닫고 세익스피어에 관한 영어 책 한 권 ,그리고

 

한국어로 된 여러가지 자료를 함께 읽는 시간을 마련했지요. 물론 일요일 수업의 아이들이외에도 함께 참여할 만한 아이들에게도

 

작품을 읽도록 권장했고요.

 

 

도서관의 공간을 다시 배치하고 의자를 놓는 일등 미리 와서 수고해주신 분들의 도움으로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더운 여름 밤 세익스피어 시대로의 여행을 함께 했지요.

 

그가 살았던 시대 배경, 종교적인 정치적인 상황,자본주의가 막 대두하는 시기에 chain of being 즉 존재의 사슬로 신분이 정해져서

 

우주가 안정되게 진행된다고 믿었던 시기에 공동체와 대조되는 개인이 등장하게 되고, 이를 질서에의 위협으로 느낀 사람들도

 

분명했을 시기에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었을 작가이자 배우인 세익스피어는 어떻게 작품 활동을 했고 무엇을 겨냥했을까

 

그리고 그 시대속에서 연극은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연극에 열광했을 사람들을 상상하면서 시간여행을 하게 되었지요.

 

여성이 왕이 된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을 시대에 여성이 왕이 되자 그녀를 신격화하게 된 사연, 리차드 3세가 실제와는 달리

 

극악무도하다고 할 정도로 악독한 인간으로 묘사된 사연, (이것은 다음에 권력을 잡은 튜더왕조의 헨리 7세를 비롯한 사람들에겐

 

자신들의 정통성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였을 것이란 설명을 듣고 있자니 한 나라의 역사는 누가 어떤 의도로 쓰는 가의 문제와

 

일단 그렇게 기록으로 남으면 나중 사람들은 거의 의심의 여지없이 믿어버릴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네요 )

 

역사극,희극, 비극을 거쳐서 희비극으로 이어지는 세익스피어 극의 변화에 대한 소개, 그리스 비극과 세익스피어 비극의 차이

 

비극적인 것과 비극과의 차이, 그리고 멜로드라마의 주인공과 비극의 주인공은 어떻게 다른가 이런 식으로 상당히 깊이 있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중 가장 반응을 많이 보이는 아이들은 큰 아이들보다 오히려 어린 학생들이란 것이 제겐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희극에서는 한 여름밤의 꿈이 가장 상세하게 분석이 되었는데요 마침 이 작품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스토리에 참여를 많이

 

해서 활발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제겐 이 작품은 희곡이나 무대에서 본 것보다는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로 본 것이

 

인상에 남아 있습니다.

 

역사극에서 가장 먼저 씌인 것은 헨리6세라고 하네요. 헨리 4세에서 5세, 그리고 6세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헨리아드라고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요, 오래 전 대학에서 배운 헨리5세, 그 때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군주의 유형에 헨리5세가

 

해당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조로 석사논문을 쓰던 친구가 있어서 처음으로 마키아벨리라는 이름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요즘은 초등학생중에서도 만화로 된 마키아벨리를 읽으면서 그 책이 가장 재미있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으니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 놀랍기도 하더라고요.

 

사극에서는 티투스 안드로니쿠스와 리차드 3세가, 그리고 비극에서는 맥베쓰가 가장 오래 이야기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오래 전 무대에서 레이디 맥베쓰에게 촛점을 많이 둔 연극을 보던 기억이 나더군요.

 

서로 많이 다른 비극중에서 어떤 시기에는 이 작품이 다른 시기에는 다른 작품이 관심을 끌던 문학에 몰입하던 시기의 제가

 

떠올라서 사실 이 특강을 준비하는 동안 마치 밀봉한 항아리가 갑자기 열려버린 느낌이 들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아 드디어

 

마음의 동요없이 원래 관심갖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해진 것일까 한편 편한 마음이 들기고 한 제 개인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강의가 끝나고 나서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뒷 이야기를 계속 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일년 동안 안식년을 보내러 미국에 가는 교수님이 내년에 돌아왔을 때 그동안 세익스피어 작품을 조금씩 더 읽어나가던 우리들이

 

새로운 강의로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씀드렸지요.

 

한 번의 기회로 아이들에게는 어떤 공간이 생겼을까, 어른들중에서도 이런 모임을 통해서 무엇이 달라지고 어떤 욕구가

 

생기게 되었을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밤, 집에 와서 연속 드라마 튜더스중에서 두 편을 골라서 보게 되더라고요.

 

영국 역사의 한 시기와 이렇게 만나면서 다양한 인간 유형을 만난 시간들의 밀도를 오래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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