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담서원 네이버 카페에 가입을 하고, 가입인사를 쓰고, 집에서 즐기는 재즈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쓴
글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런데 카페지기인 서원지기 소년 (박성준 선생님) 이 너무나 따뜻하게 환영을 해주시고
이야기게 귀기울여 주시는 바람에 그 곳에서 프랑스어 공부하는 모임이 있다면 하는 말을 흘리듯이 썼습니다.
그랬더니 마치 비밀인 것처럼 사실은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평소라면 수업이 있는 화요일,덜컥 약속을 하고 먼 길을 떠나지 않으련만 궁금한 마음에 참지 못하고
화요일 약속을 잡았습니다.

오늘 아침 보람이가 일본 여행 떠나는 날이라서 일찍 일어나기도 했고, 이렇게 밖에서 약속을 하면
낮시간이 훌러덩 날라가서 미리 악기 연습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아침시간이 상당히 바쁘더군요.
덕분에 버스속에서 곤하게 자는 바람에 눈을 뜨고 보니 어라,버스가 이미 내릴 곳을 지나치려고 합니다.
부탁을 해서 간신히 내리고 보니 웃음이 나오네요. 우리 인생에서도 이렇게 신호등을 켜서
누군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하는 엉뚱한 생각에 저절로 카메라를 꺼내게 되었습니다.

약속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한 것은 그 주변을 사진기에 담아보려고 한 것인데 길에서 sweetmommy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덕분에 이야기하면서 사진 소재를 찾아가면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골목길에 혼자 앉아서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여성을 보면서 요즘은 휴대전화와 mp3 혹은 피엔피 등으로
사람들이 혼자서 있기 참 어려운 시대가 되었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 여성뿐만 아니라 앞에 상대방이 있어도 휴대폰으로 먼 곳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느라
정작 앞사람은 멍하니 있는 상황도 발견하곤 합니다.


sweetmommy님,베아트리체님, 조조님과 함께 점심을 먹고 약속시간에 길담서원에 도착을 했습니다.



큰 뜻을 갖고 실천하거나 앞장서서 무슨 일을 이끄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보다
요즘 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사람의 뜻이 그 사람의 삶과 더불어 함께 가는 것인가 하는 점인데
주방에서 너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서 계시는 선생님을 보는 순간, 오늘 만남은 기분좋은 시간, 무엇인가
생산적인 것을 만들어낼 기반이 될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변화가 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시기가 여러 번 있을 것 같아요.
제겐 2010년이 바로 그런 해입니다. 진행형으로 여러가지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일들에 대해서
제가 많이 편해지고,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실패를 덜 두려워 하고, 주변의 시선에도 개의치 않고
시도해보는 힘도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변화가 물론 하루 아침에 온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완결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물론 아니지만 이렇게 낯선 공간에 선뜻 약속하고 찾아가고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 가슴 설레면서 상상하는 것,그 자체가 제겐 한 발 더 나간 모습이 아닌가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읽고 싶은 책으로 둘러쌓인 공간에서 좋은 음악과 맛있는 커피와 더불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가, 어떤 식으로 접속이 가능한가에 대해서요.
처음 온 사람들에게 이 곳은 바로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이 주인이라고 그러니 하고 싶은 것을 제안하고
여럿이서 의논하면서 마중물 역할을 하기도 하면 좋다고 하시더군요. 마중물이란 말이 신선했습니다.

수유너머의 루니 수업이 끝나는 것이 9월 첫 주,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꼬 고민하던 중 프랑스어로
들뢰즈,알튀세르 이런 철학자들을 읽고 싶으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는 바로 이 것이다 싶어서
가능하면 월요일 저녁으로 프랑스 책읽기반을 만들면 좋겠다고 계속 강한 어조로 이야기를 했는데
자꾸 원하다 보면 뭔가 꿈틀거리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요?
프랑스어 제대로 읽지 못해도 일본어 시간의 경험이 있으니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리더의 힘을 믿고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어깨가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 것 같은 근거없는 희망을 본 날이기도 했고요
영어책으로는 종교와 과학에 관한 책을 함께 읽어보고 싶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것이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을 일단 밖으로 내놓았으니 그것이 자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우선은 씨앗을 뿌리는 것이 중요해, 역시 이렇게 스스로를 격려하게 된 날이기도 했고요.
돌아오는 길, 70대란 나이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보았구나, 감사할 일이기도 하고, 가슴을 데우는 일이기도
하고, 나는 어떻게 그 시기를 맞을 수 있을까, 무서움이 사라지는 기분이기도 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