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몸을 찌뿌둥하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어제도 오전 시간에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아무래도 상쾌한 기분이 들지 않아서 수업하기 한 시간 정도 미리 집을 나섰지요.
평소에는 최단 거리를 골라서 길을 다니던 제가 카메라 덕분에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가능하면 다른 길로 골라서 다니곤 하니.이런 변화가 재미있네요.

비가 개인 후라도 날씨가 활짝 갠 것은 아니라서 빛이 좋지는 않아도 막 개인 후 아직 이슬이 남아있는 상태라서
그런지 뭔가 기분이 맑아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다른 곳의 장미는 아미 흐드러짐을 너머서 지고 있는 데 한 아파트 단지의 장미는 유독 막 봉우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곳이 있어서 신기하더군요. 게다가 잠자리마저 그 위에 얌전히 앉아 있길래 !!

같은 꽃이라도 흐드러지게 핀 것 옆에 막 피기 시작한 것이 동시에 있으면 그런 대조가 보기 좋아서
한 번 찍어보게 되더라고요.


동네를 돌다보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여성들을 자주 목격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대화상대가 있는
여성들에 비해 혼자 앉아 있는 남성들이 많더군요. 그들은 사회생활을 하느라 사람들과 사적인 공간에서
말트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것일까요?
마침 요즘 아버지의 부엌이란 제목의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지 그런 현상에 눈길이 갔습니다.
이 책은 80세가 넘어서 홀로 된 아버지가 부엌에서 독립을 할 수 있도록 마귀 사관이란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혹독하게 훈련을 시켜서 결국 아버지가 혼자서도 동네에서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아가도록 도운 한 여성의
글이랍니다. 한국에서는 10년 전 정도에 번역이 되었다가 그 당시에는 호응이 별로였다고 하는데 10년 사이에
한국의 상황도 많이 변해서 재판을 내고 나서는 오히려 더 많이 읽히는 책이라고 하더군요.

한 인간으로서 완전한 의미의 독립을 못 이룬 제겐 시사하는 바가 많아서 마음에 새기면서 읽고 있는 중이라서요.
늘어나는 수명을 반갑다고 환영하기엔 그로 인해서 생기는 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그래서 누구나 제대로 된
독립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만 어슬렁거리고 이만 수업하러 가야지 하고 카메라를 집어 넣으려는 순간 이슬에 젖은 이 나무를 만났습니다.
색깔있는 꽃은 없어도 이 자체가 눈길을 확 끌어서 다시 카메라를 꺼냈던 순간이 기억나네요.
이리 저리 여러 컷을 찍어보았지만 그래도 이 사진이 제일 느낌이 좋아서 골라놓았습니다.
아버지의 부엌의 그 아버지는 혼자 살게 되면서 비로소 계절을 제대로 느끼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항상 부인이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해주었기 때문에 스스로 그것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고 할까요?
그러나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게 되자 계절 음식을 해먹게 되거나 계절에 준비해 놓을 것들을 미리
챙기게 되어서요. 그것과는 다른 의미이지만 저도 요즘 계절을 충분히 느끼게 된 것은 카메라와 함께 한
시간덕분이 아닌가 싶네요.
아니, 계절이란 너무 큰 단위일까요? 매 주 거의 매일을 그렇게 느끼고 사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