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중에 황은영씨가 있습니다. 그녀는 목요일 수업에 합류하기 전에는 미술책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식으로 학습지 선생님을 하다가 만난 선배가
이 모임을 소개해주었다고 함께 와서는 조금씩 서로 얼굴을 익히고 있는 사이인데요, 수요모임의 멤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녀가 어제 만났을 때 아주 즐거운 얼굴로 우연히 발견한 케이블 티브이에서의 방송통신대학
강의를 들었던 사연을 이야기하더군요. 미술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마침 우리가 읽고 있는 도발에서 나온
화가들, 그리고 그림과 시대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와서 이게 도발에 관한 강의인가 싶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현대미술에 대한 강의라면 아방가르드가 빠질리 없으니 같은 책이라고 순간적으로 착각해도 될 뻔하지
않았을까 혼자서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처음 만난 미술책에서 이렇게 강력한 효과를 본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 아닐까 저도 덩달아서 기쁘더군요.
다음 시간의 강의도 들어보려고 한다는 말에 더욱 더..
팝아트에 관한 수업을 한 날, 한 번만 더 수업을 하면 도발은 종강을 하는 셈이고 미술사 수업도 일단
종강을 하게 되어서 이야기가 번졌습니다. 그러면 일산 아줌마들의 아방가르드란 이름을 걸고 우리도
종강파티를 하자고 이야기가 되어서 다음 주 정발산에 사는 이 연실씨 집에서 (그녀의 집 지하에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요 ) 마지막 수업겸 종강파티를 하게 되었지요.

음식은 각자가 나물 한가지씩 장만하고 주인장집에서 밥을 하기로 했는데요 늘 과일로 때우던 저도
콩나물을 묻혀가겠노라 스스로 말할 수 있었다는 것이 대단한 발전이라서 기쁜 날이기도 했습니다.
여자들의 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곤 하는데요, 무엇을 하자고 이야기가 나오면 이제는 별로 빼지 않고
그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이야기가 금방 진척되어서 척하니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가는 힘이 참
놀랍습니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공연실황을 갖고 있는 백현숙씨가 동영상을 . 히피에 관한 영상이 있는 박지나씨가
그 영상을 ,이렇게 이 수업과 관련한 자료들을 들고 와서 모이고, 오노 요꼬나 존 케이지가 했다는 실험을
우리도 나름대로 변형해서 해보면 어떤가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주인장집 앞에 노란 색으로 아방가르드
모임을 알리는 휘장을 걸자는 재미있는 의견도 나와서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지요.

공부에 대해서 늘 갈증을 느끼면서 조금 더 정신을 확 일깨우는 곳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내가 사는 동네에서 공동체를 꾸려간다는 것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런 공동체를
찾아가서 그들과 함께 이런 저런 일을 함께 하면서 오히려 내가 사는 곳에서 사람들과 할 수 있는 일들이
한가지 두가지 눈에 띄면서 , 수유너머의 함께 밥하기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음식만들기, 그 일에서
동네에서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받은 도움으로 이제는 동네에서 무엇을 더 함께 할 수 있을까
즐거운 마음으로 고민을 하게 되네요.

방학이면 아이들때문에 못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능한 사람들끼리 책을 읽곤 했습니다.
그래서 개학이 되면 진도에 문제가 생겨서 이번에는 차라리 방학전에 진도를 마무리하고
방학때 가능한 사람들끼리 건축사를 읽기로 했는데 지난 주까지만 해도 다섯 명 정도가 함께 수업이
가능한 상태였는데 분위기에 휩쓸린 탓일까요?
오늘 막상 건축사 책을 고르는 일에 손을 드는 사람들을 세어보니 다섯을 훨씬 넘는 손이 올라가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두고 사람들끼리 한 이야기가 재미있었는데요, 여기까지라고 정하던 어떤 선을 무너뜨리고
한 발 더 나가보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 주는 놀라운 변화에 대한 것이었답니다.
늦게 오면 자리가 모자랄 정도가 된 목요일 수업의 사람들과 앞으로 또 무엇을 함께 하게 될 것인지
자못 기대가 되는군요. 길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서로 모여서 만들어가는 것이란 점을 실감하는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