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보람이의 면접이 있는 날입니다. 아침부터 비가 온다고 투덜대는 (유난히 비오는 날을 싫어하는 아이라서 )
아이를 달래고, 비가 와서 공부하러 가기 싫다고 아침을 다 먹고도 소파에 눕는 아이에게 그렇다면 삼십분만
더 자고 나가면 어떤가 타협을 해서 아들을 보내고 나니 언제까지 이렇게 어르고 달래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엄마라는 존재는 하는 심란한 마음이 들더군요. 갑자기 저도 우울한 기분이 몰려옵니다.
어찌 할까 고민하다가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서 그리고 가능하면 조금은 산뜻한 기분으로 연습하고 싶어서
바이올린,피아노 연습을 에어컨을 틀어놓은 상태에서 했습니다.
이제 현을 짚어야 하는 시,도, 레 음으로 들어가니 손가락이 아프기 시작하네요.
그래도 낼 수 있는 소리가 조금 늘어나니 쉽게 편곡된 자장가 한 곡도 연습이 가능해서 참 신기하더군요.
어떻게 소리를 내는 것일까 늘 궁금해하기만 했는데 이대로 일년,이년 연습하다보면 연주가 가능한 곡도
생기겠구나 싶으니까요.
피아노도 yesterday에 이어 hey, jude도 초견을 해본 날이었습니다. 모르면 알려줄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는 사실 덕분에 이 곡도 저 곡도 도전해보게 되는 것, 그래서 피아노 치는 일이 점점 더 즐거워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선주의 책에서 읽은 이야기중에 여러가지가 인상깊였지만 앞으로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갈 이야기가
하나 있어서 소개합니다.
그녀는 우리 나이에 0.7을 곱해서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했더군요. 옛날에 비해 평균수명이
늘어나서 은퇴하고도 한참을 더 살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옛날식 계산법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요.
그 이야기를 동생에게 했더니 언니는 0.7보다 더 적게 곱해서 사는 것 아닌가 하고 말해서 웃었습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살고 있을 때 더 생기가 나는 것 아닐까 싶더라고요.
연습을 마치고 ,첼로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방에 들어오니 드디어 기분이 말끔해지고, 갑자기 비오는 날을
환하게 해 줄 화가의 색을 고르고 싶어지니, 이런 날 당연히 르느와르의 색채가 떠오르네요.
평소라면 일부러 찾아서 보는 화가가 아닌데, 사람의 감정이란 그 때 그 때 달라지므로 이런 날은
이렇게 저절로 르노와르에게 끌리는 마음이 재미있습니다.
혹시 비가 와서만이 아니라 우울한 일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색감으로 위로가 될까요?
지금 마음과 몸이 지쳐서 어딘가 떠나고 싶지만 형편상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런 그림 한 점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