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도착하고 나서 한동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툴툴 거리던 보람이가 드디어 올 때가 다 되니
그 곳에 가보고 싶은 곳들이 흘러 넘치는 모양이더군요, 엄마, 지베르니도 가기로 했어라고 전화통화할 때
이야기하면서 엄마의 로망을 내가 대신 이루어주네라고 말해서 웃었습니다.
물론 저는 지베르니에 가보지 못했지만 이상하게 오늘 호수공원에서 만난 한 장소가 마치 제게 지베르니에
와 있는 것같은 환상을 심어주어서 신기한 느낌이었지요.


그림그리는 사람들이 이 장소에 오면 어떤 그림이 탄생할까? 혼자 공상하면서 돌아다닌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왜 이렇게 카메라에 매혹당하는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늘 누군가가 쓴 글을 읽거나 연주하는 것을 듣거나 그린 것을 보거나 이렇게 수동적인 입장에서 살다가
카메라라는 기계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내 스스로 판단하고 고민하고, 고쳐가면서 대상을 보고 누르는 작업
그리고 결과를 보면서 고민하고 이런 것들이 뭔가 능동성을 제공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일산에 호수공원이 있다는 것이 축복이구나 하고 진심으로 느낀 날이기도 했어요. 멀리 가지 않아도
사계절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곳,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풍경이지만 그 곳에 내가 스스로 찾아감으로써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진 날이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