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마다 귀가시간이 늦어서 화요일, 철학모임에 갈 때마다 약간의 유혹이 생깁니다.
그런데 무슨 조화속인지,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지요. 이왕이면 경복궁역에서 버스를 내려
거기서부터 정독도서관까지 걸어가다 보면 뭔가 사진을 찍을만한 풍경을 만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안나둘리님이 이야기하던 빛의 중요성이 이런 것일까 ,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오전의 빛과 그림자의 대조는
저절로 아네모 수업을 되돌아보게 하네요.

처음 카메라를 만질 때는 시야를 넓히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조금 익숙해지니 이제는 눈앞의 대상
꽃이나 작은 범위의 접사만이 아니라 조금 더 시야를 넓히면서 프레임을 잡아보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정독도서관은 카메라에 담기엔 부적당한 곳이라는 이상한 제 나름의 생각을 굳히고 별로 주의깊게 보지
않았었는데 그런 생각을 깨게 한 것은 노니님의 사진을 보고 나서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사진에만 집중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작업을 눈여겨 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로구나 고개 끄덕이게 됩니다.

요즘 도서관에서는 작가 서영은의 초청 강연이 있는지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는 제목의 산티아고
여행기안의 내용을 소개하는 글이 여기저기 걸려있네요.


동행에 의지하지 말고 혼자 걸어라, 어떤 맥락에서 나온 글귀인지는 모르지만 그 말만 맞는 것인가
멈추어서 생각했습니다. 혼자 걷다가 동행을 만나기도 하고 동행과 더불어 걷기도 하고 동행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홀로 걷고 있는 사람들과 연대해서 새로운 길을 만들기도 하고, 그런 것이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어서일까요?



오후에 수업하러 온 한 녀석이 묻습니다. 선생님 내일 선거 할 거지요? 물론 하지.
그런데 한나라당만은 찍으면 곤란해요. 왜 선생님이 한나라당 찍게 생겼니?
그게 아니고요, 아마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선생님은 누구를 찍을까 고민이 되었나 봅니다.

선거일이 내일로 다가오니 긴장이 되는군요. 이럴 때 경배의 대상이 있다면 기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할까요?

생이 미궁일지라도 여럿이서 함께 통로를 찾는 노력을 하다보면 미궁의 출구를 찾을 수 있는 희망이
있지 않을까요 ? 웃으면서 내일 밤 축하할 수 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