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호수공원에서 아네모 모임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요일부터 무리한 몸이 결국 탈이 나서 오전 이론시간과 사진찍기가 끝나고 맛있는 점심시간
결국 함께 하지 못하고 집에 오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네요.
점심 이후에 연꽃피는 곳에서 어떤 출사가 가능했을까 ? 궁금한 것을 보니 이제야 몸이 제 기능을 하게 된
모양입니다.
카메라를 다시 만지면서 한 가지 마음먹은 일이 있어요.
그 날 찍은 사진은 가능하면 그 날 정리할 것, 그렇지 않으면 그것도 일이 되어버리고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즐거움이 아니라 짐이 될 확률이 있을 것 같아서요.

낮동안 충분히 쉬고 나서 정리를 하다보니 초록과 노랑의 하모니, 이것이 오늘의 눈에 띄는 점이었습니다.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들은 음식의 경우 레서피만으로도, 카메라의 경우 메뉴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저처럼 서투른 사람들의 경우 실제로 음식을 하는 사람의 곁에서 눈으로 보면서 하는 것의 중요성을
충분히 느끼고 있는 중인데요 사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라서 오늘 안나돌리님이 나무라도 다 같은 색감이 아니란
것을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 것을 듣고 나서 조금 방향을 바꾸어서 사진을 찍으니 선명한 초록이 보기 좋네요.

into님, 사진이 좋아졌지만 이렇게 시작하는 안나돌리님의 지적, 이야기가 있는 접사에 대한 충고를 마음에 새기고
무조건 카메라를 누르는 것에서 한 숨 돌리고 한 번 더 대상을 바라본 날, 그래서 역시 배움은 힘이 세다는
것을 느낀 날이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설명을 많이 들으면 갑자기 머리가 아프면서 그만!! 여기가 한계라고 경고가 들어오는 상태이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자꾸 듣는 이야기가 노래가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것은 카메라에 대한 것만은 아니어서 신기해하고 있는 중이기도 한데요, 스피노자 처음 에티카를 읽을 때는
도대체 이것이 철학책인가, 공리, 정리, 증명, 주석 ,보충 이렇게 수학적 용어로 가득하고 한 줄 건너 또 한 줄
모르는 말이 가득한 책이 이제 여러 번의 수업으로 한 자리에 앉아서 즐거움을 느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어가는 과정도 신기해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물론 역량이 뛰어나서 한 번에 모든 것을 흡수하고 조금 지나면 실력이 확확 느는 사람들이 부럽긴 해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니 부러워해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 만큼 인생을 살고 나니, 중요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하고 싶은가, 그 열망이 두려움을 녹일 만큼 큰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를 알게 되었다는 것, 혼자서 가는
먼 길도 좋지만 함께 가는 길이 더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

모르겠는데요, 도와주세요, 이것을 함께 할래요?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다는 것
그런 것이 힘을 만들고 그 힘으로 모르는 것들을 두들기면서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된 것, 그런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호수공원, 조금은 무더운 날인데도 다양한 사람들이 그 공간을 차지하고 쉬거나 놀거나 혹은 기도하거나
찬송하거나, 심지어는 잠을 자기도 하더군요.



일요일 동트고 빛이 좋을 때 기운내서 다시 가고 싶네요. 조용한 시간에 빛속에 잠긴 그 곳을 찍어보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