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 the evolving self 책읽기가 있는 날입니다. 날씨가 어제와 달리 활짝 개어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후곡성당을 지나는 길에 이른 시간인데도 성당의 성모상앞에 머리숙여 기도하는 어른들이 여럿 계시네요.
잠깐 기다렸다가 오랫만에 마음을 담아서 기원의 촛불을 담았습니다.
셋이서 하는 수업, 아직도 영어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다 못하지만 그래도 몇 년 지속되다 보니
이제는 마음속의 공포심은 많이 사라진 기분이네요. 뇌가 우리를 만드는 것도 있지만 우리의 액션이 뇌를
형성하기도 한다는 것, 그래서 오래 전 우리에게 형성된 유전자가 지금 우리들의 삶 (너무나 달라진 삶)과
균형이 맞지 않아서 곤란한 부분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재미있어서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습니다.

목동으로 출발하는 자전거님 차를 얻어타고 주엽역까지 나갔으나 이미 보고 싶은 영화가 상영이 시작되고
한참 지난 시간이네요. 어찌 할까 그래도 들어가나, 그러면 이미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결례가 되겠지
싶어서 그냥 마음을 바꾸어서 호수공원에 갔지요.


오전 시간에 읽었던 내용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I WANT 라고 원하는 뇌, 어디서 멈추어야 할 지 모르므로
우리가 중독에 빠지기 쉬운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요. 다른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자유 시간을
원하지만 막상 자유가 주어지면 생각은 자꾸 흩어져서 오히려 더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고, 그래서 그렇게도
하기 싫어하는 직장에서의 일이 사실은 우리를 더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란 설명이 생각납니다.저는 늘
자유시간이 모자라게 살아와서 그런지 그런 말이 과연 제게 적용될 수 있는가 수업중에도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막상 현역에서 일하는 것을 그만 두고 하루 온 종일이 내 시간이라면 그 때도 이렇게 하루 하루를 꽉 차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넓은 공원안에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더구나 혼자서 벤취에 누워서 벌써 잠들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마음이 놀란 것이 아닐까요?

그 시간 그 자리가 어울리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지금 이 시간 여기에 있기엔 너무 젊거나 너무 어린 사람들을
보는 일이 마음 아프더군요.


요즘 제게 남은 인생을 어떤 식으로 사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수유공간너머 루니에서 함께 공부하는 회림씨가 영성 공동체와 학문 공동체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한 글을 루니에 올려놓았더군요. 앗,역시 같은 시기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들에게 공동체는 어떤 식의 이미지로 다가오고 어떤 식의 공동체를 꾸리고 싶은 것일까 ,어깨 너머
들여다보고 논의에도 참여해보고 내가 생각하는 공동체는 어떤 모습인가 고민도 해보게 되네요.

호수공원을 얼추 한바퀴 돌고 나니 혹시 장미가 피었나 궁금합니다. 아직 장미가 제대로 필 계절은 아니지만
역시 미리 피는 장미,늦게 피는 장미가 있는 법이니 혹시나 해서요.

역시 저처럼 장미원이 궁금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서로 바라보면서 웃었지요.


장미원을 빠져나오니 이제 몸이 많이 지치네요.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한 장 더..

수요일 낮 시간 가능하면 영화를 못 보았지만 덕분에 호수공원에서 실컷 걷고 시원한 바람도 만난 날
장미를 보니 6월에는 제대로 장미를 찍으러 와야겠다고 혼자 마음 정하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