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체리듬이 바뀌는 중일까요? 새벽 2시정도가 되면 너무 졸려서 무엇을 더 할 수가 없고
대신 6시가 조금 넘으면 저절로 잠이 깨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네요. 제게 평생 새벽은 없는 시간이나
마찬가지였는데 한 2주일 바뀐 리듬으로 인해 새벽시간에 소파에 누워 하루를 여는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오늘은 빌려온 음반 (이 생강과 김 광석 -기타리스트 김광석) 화음으로 이 생강의 대금,소금,피리,퉁소
그리고 그 악기에 어우러진 김광석의 기타로 몸 안을 휘감고 드나드는 소리의 매력에 빠지고 있는 중이랍니다.
수유공간너머에 공부하러 다니면서 귀한 인연이 여럿 생겨나고 있는 중인데요
그 중 한 명이 은유님입니다.한 번 이 곳에다 읽을거리가 다양한 블로그가 있노라고 메모해 놓았던 적도
있었던 바로 그녀입니다.그녀는 인터뷰어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 번은 그녀의 블로그에 놀러가서
대금의 명인 이생강님과 인터뷰한 기사를 읽었습니다.기사를 읽기 전에 그의 대금 연주를 찾아보려고
방 안을 다 뒤적이다가 결국 못 찾고 덕분에 오래 먼지 묵었던 음반만 말끔히 정리하기도 하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리들과 만나기도 한 사연이 있었습니다.그래서 기사를 읽고 대금 연주가 있으면 빌려달라고
메세지를 남겨 놓았더니 어제 들고 왔더군요.

음반을 한 번 다 듣고 다시 돌려놓고는 어제 찍은 사진을 정리했습니다.
저녁먹고 배드민턴을 치고 싶었으나 다들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라 거기에 대고 운동하러 갈 사람하고
물어볼 상황이 아닌듯해서 한 시간 남짓 한 시간 카메라 들고 남산에 갔습니다.
가기 전 만난 조그만 놀이터에 아이들이 어울려서 놀고 있네요. 제 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표정이 생생합니다. (아이들도 일단 카메라를 바라보면 표정이 달라져서요 )

402번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시간이 나면 남산쪽으로 올라가보고 싶다고 마음만 있었지 실제로 제대로
올라간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습니다.제대로라고 해도 수업시간이 기다리고 있어서 산으로 가는 길을 시간
나는 만큼 올라간 것이지만 그래도 제법 산행하는 기분이 나서 재미있었습니다.


기슭에는 운동하러 나온 그 곳 시민들도 여럿 보였지만 막상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내려오는 사람들 말고는
거의 인적이 없어서 호젓한 시간이었습니다.


언젠가 금요일 광화문에 있었을 때의 일인데요 402번 버스를 보니 갑자기 타고 수유+너머에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서 놀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그렇게 제 삶에 가깝게 들어왔나 하고요.
그런데 어제 처음으로 일본어 수업에 함께 간 이 인숙씨가 (그녀는 자유게시판에 주로 들어오는 82cook 회원인
데 어느 날 우연히 줌인 줌아웃에 들어와서 불어공부한다는 말에 쪽지를 보낸 사람이지요. 거리가 멀어서 망서리다가
일산까지 와서 함께 공부하게 된 그녀, 알고 보니 일본어 고수더라고요.그래서 월요일 모임을 소개했더니
마치 접선하듯이 어제 광화문에서 만나 같이 갔거든요.) 남산에 이사와서 살고 싶다고 함께 할 공부가
그렇게 많으면 하고 말해서 웃었던 기억이 나면서 숲속을 걷다가 공간과의 인연,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어제는 따님이 아기를 낳아서 자축하는 의미로 케익을 사들고 오랫만에 등장한 sweetmommy님덕분에
일본어 시간에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할머니라고 하기엔 너무 젊고 멋쟁이인 그녀, 그런데 그녀는
아이 낳으러 가는 딸과 더불어 병원에 갈 때 혹시나 하고 일본어 책을 챙겨들고 갔다는 말을 듣고 다들
얼마나 웃었던지요. 결국 못 읽고 말았다고 하지만 그 기분은 무엇인지 너무 잘 이해가 되어서요.
요즘 몸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서 못 오게 된 호시님, 그녀는 전화에서 그 곳에 가면 힘을 얻는데 기력이
없어서 못 가게 되었다고 아쉬워 합니다. 일본어 멤버들이 다 같이 걱정하면서 광화문까지도 나오라고 하기
어려우면 수유리나 상계동까지는 가서 의정부에 사는 그녀를 만나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물론 그녀가 바로 털고 일어나서 다음 월요일에 웃으면서 만날 수 있길 바라지만 그래도 만약에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남산에서 돌아오는 길, 길가에 놓여진 벤취에 눈길이 갔습니다. 이런 작은 벤취 하나가 쉬어 가지 않는다
해도 공연히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험한 세상 살아가면서 이런 벤취 역할을 나는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저절로 카메라에 손이 가네요.

수업 들어가기 전 조금 시간이 남았습니다. 작농반이 기르고 있는 작물을 보러 올라갔습니다.

그냥 올라가기엔 무리인 공간에 놓인 판 덕분에 그 곳은 돌아가지 않아도 갈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그런 모습이 조금 전 본 벤취와 어울려 디딤돌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어서 역시 한 컷!
새벽시간, 비가 내리는 소리에 어우러진 대금과 기타의 화음,거기다가 사진 정리까지 다 끝내도
아직 7시, 그런데도 몸이 말짱한 놀라운 시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