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month에 올라온 캐롤님 사진 (그동안 연재가 중단되었다가 다시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네요,그녀가)
을 보다보니 저절로 내가 찍은 사진이 궁금해지고,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도덕의 계보학 정리도 끝나고 아직 수업하러 나가기 전 시간도 조금 있어서 사진 정리를
다시 하고 있는 중입니다.그러니 우리가 우리 마음이라고 하는 것도 알고보면 외부적인 영향이 얼마나
많이 작용하는지요,그래도 이 경우는 좋은 영향이라고 해야겠지요?

소형차가 아니라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의 좁은 길을 구비구비 올라가서 바라본 풍경이 오랫동안
인상에 남은 곳이었습니다.
나폴레옹 루트를 넘어 온 날,그 날 평생 마음에 품고 있었던 방스의 로사리오 성당에 가서 한동안 있었습니다.
의자에 앉아서 기도를 하기도 하고,(그러고 보면 천주교 신자도 개신교 신자도 아닌 제가 왜 그렇게 그 성당에
마음을 두고 있었던 것일까,의문이 생기기도 하네요.처음에는 마티스때문에 끌린 것인데 자꾸 그 곳의 도판을
보다보니 그 안의 정적에도 관심이 생기고,뭐랄까 종교가 아니라도 그 공간자체에 끌렸다고 할까요?
그 날 하루 너무나 다양한 풍광을 보고 마치 꿈을 꾼 듯,아니 바라던 꿈을 이루고 나니 마치 새로운 삶으로
한 발 내딛는 듯 기분이 묘한 날이었지요.
그 날 마침 생일날이라서 보람이에게 엽서를 선물로 받아서 지금도 매일 아침 바라보고 있지요.

음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안영미씨가 목요일 수업에 네 장의 음반을 들고 왔더군요.
들어보라고 내민 4장의 음반은 the bset of karajan이었습니다.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녹음한 네 장의 음반에는
이미 익숙한 곡말고도 난생 처음 듣게 된 제목의 곡들도 있어서 목요일부터 오늘 아침까지
반복해서 듣고 있는 중인데요,그녀에게 함께 불어공부하는 기념으로 골라서 보낸 그림 선물에 감동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실제로 만질 수 있고 집에 걸어놓고 보는 포스터가 아닌 그림 선물로도
사람은 감동할 수 있구나,누구나 고맙다고 인사치레를 하는 것정도는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서 그것보다
조금 더 깊은 감동이 느껴져서 신선한 기분도 들었고요.
사람을 사귀는 일에 진입장벽이 덜 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살면서
그것이 제일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요,물론,더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이 있고 (사실 저도 그런 편이었는데
요즘 진입장벽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나이덕분일까요? 아니면 진입장벽을 없애려는 노력덕분일까요?)
그렇게 걸린 시간만큼 시간이 지나고 아름다운 관계가 가능해진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마음에 자기 검열이 덜 한 사람들이나 진입장벽이 덜 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제 자신도 가벼워지고 따라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금요일 스타벅스에서 모인 아네모 모임,살짝 주눅이 들려고 하는 순간,생각을 고쳐 먹었습니다.
이런 마음이 결국은 앞으로 가는 것을 막는 부정적인 힘이 아닌가,그들이 앞서서 들였던 시간과 정성
그리고 그동안 겪었을 마음고생,그런 것들을 생각하기 전에 그들이 이룬 성취앞에 주눅들고 부러워하면
그것에 지고 마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그 날 여러가지 들은 말을 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저녁시간에 찍은 사진에 나타나는 줄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오늘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아,바로 이 이야기였는가하고 사진을 다시 바라보게 되네요.


재능을 기부하자는 켐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겨례신문을 읽다가 광고로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그는 자신의 재능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광고를 하고 싶다고 썼더군요.
그의 광고가 소박하면서 웃게 만드는 것,정신을 확 들게 하면서도 날카롭지 않아서 좋은 것등 다양한
광고가 소개되어서 마음 즐겁게 바라보던 시간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각자 자신의 재능을 (물론 그것이 대단한 재능이 아니어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다른 이에게
내놓을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재능을 나누어 달라고 부탁하는 마음도 훨씬 가볍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