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멕베드를 보러 갔을 때 눈에 띈 디브이디중의 하나가 크리스토퍼 누펜 필름인
에브게니 키신,the gift of music인데요,만약 그냥 연주만 녹음한 것이라면 지나치고 말았겠지만
크리스토퍼 누펜이란 이름에 홀려서 구입을 했습니다.
그 날 마침 하겐 사중주단의 하이든 협주곡 (모짜르트가 하이든에게 헌정한 곡들을 모은)이 두 장짜리
디브이디에 실려있는데도 가격이 너무 착해서? 두 장을 고르고는 함께 간 캘리님께
우선 키신을 빌려주고 저는 주말에는 하이든 협주곡을 주로 듣고 화요일 철학모임에서 키신을 받아왔지요.
화요일부터 지금까지는 키신의 이야기와 그의 피아노소리를 벗삼고 있는 중인데요
타고난 재능이란 이런 것이구나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재능만으로 지금의 그가 있는 것은 아니란 점에도
주목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태어나서 11개월이 될 때까지 너무 조용한 아이였던 그는 당시 누나가 배우고 있던 바흐의 푸가 멜로디를
흥얼거리면서 어머니의 눈길을 끌게 되었다고 하는데 어머니가 피아니스트였다고 하네요.
그 이후 그의 삶에서는 음악이 중심이 되었고,어린 나이에 몸이 아파서 누워 있을 때는 하루 종일 음악을
듣거나 작곡을 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인터뷰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 작곡한 곡을 연주해주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피아노가 치고 싶어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코트도 벗지 않은채 바로 피아노앞에 앉아서 놀았던
아이가 25살 ,런던의 알버트홀에서 프롬역사상 처음으로 피아노 리사이틀로 6천명의 청중을 사로잡고
그 다음에 사상 유례없는 앙콜곡으로 응답을 하는 장면,한여름 그는 말그대로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는 중에도
피아노에 몰입을 하고 그 연주를 듣는 청중들의 행복한 표정에 저도 어느덧 마치 그 자리에 있는 듯
마음속에 잡념이 사라지면서 어제 아침과 오늘 아침을 시작했지요.

개인적으로는 쇼팽의 곡에 그다지 열광하지 않아서인지 키신이 쇼팽연주의 일인자중 하나라는 말을 들었어도
주목해서 듣지 않았었는데 한 피아니스트의 삶을 들여다 볼 창구가 생기고 나니 그의 음악을 듣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군요.
모스크바 출신인 그가 어눌한 영어로 인터뷰어와 이야기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언어란 하고 싶은 말,듣고 싶은
말이 있는 관계라면 수월성이 무슨 소용인가,말의 내용이 중요하지 라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장면에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마침 영어,내 마음의 식민지라는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모든 어머니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이라
(어머니들만이 아니라 영어에 강박당해서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고요)
더욱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되는 것인지도 몰라요.

목요일은 아침부터 서둘러야 하는 날인데도,음악을 듣던 여운이 가시지 않아서 뒤피의 그림을 뒤적거리게 되고
오늘부터 시작하기로 한 불어공부를 아침이 아니라 수업마치고 만나서 하자고 미루기도 하게 만드는
음악의 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날,이런 인연이 생기게 된 오래 전의 어느 날과 그 이후의 음악듣기에 대해
다시 뒤돌아보게 되기도 하고요.


뒤피의 그림을 뒤적이다 느낀 것은 아니,이 화가의 그림 제목을 읽게 되었다니와 그가 그린 이 지역은
내 눈으로 본 곳이네 하는 놀라움인데요,
무용한 것같아도 어느 순간 힘이 되는 외국어공부라니,역시 배움은 즐거운 것이야 라고 고개 주억거리면서
이제 드디어 일어나야 할 시간입니다.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하면서..


이 그림은 오늘부터 함께 불어공부를 시작하는 그녀에게 선물로 고른 것입니다.
책의 마지막까지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과,만나자 마자 제 삶속으로 들어온 그녀에게 보내는 인사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