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음악회 일정이 없었던 날이라서 원래라면 하루 느긋하게 집에서 보냈을 것이지만
배병우사진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라 일부러 나들이를 했습니다.
소나무사진이라면 여러 차례 미술관에서 만났으니 그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포기가 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캘리님의 귀뜸으로 알함브라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갑자기 사진작가 배병우는 그 곳을
카메라에 어떻게 담았는지 자꾸 관심이 가더군요.
스페인 여행때 마음에 담고 온 알함브라를 다시 만난다는 설레임도 있고요.
첫 관에서 만난 창덕궁,둘 째관에서 만난 알함브라,그리고 이층에서 만난 소나무,(처음 만나는 작품도
여럿이었습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름을 비롯한 제주도 사진들 (이 사진중 일부는 사이버상에서만
본 것들도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마치 검은 바윗돌의 물기마저 생생하더군요)
한 번으로는 부족하여 여러 번 돌면서 보고 또 보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그 시간이 아직도
뇌리에 박혀있습니다.
토요일,일요일 아침 눈뜨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역시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 포토갤러리에서 배병우의
사진을 만난 일이었지요.사진을 올리는 일은 금지된 모양이라 여럿이서 감동을 나눌 수는 없어도
소나무 이외의 사진도 만나보면 어떤가 소개하고 싶어지네요.
대신 어제 밤의 추위로 몸이 오그라들어서 집에 와서 샤갈을 보던 일이 생각나서
일요일 아침을 샤갈 그림으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니스의 호스텔을 예약하고 나니 드디어 여행간다는 실감이 나는 날,니스에서 만날 마티스와 샤갈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온 기분이 드네요.

금요일,사진전을 보고 나서 교보문고의 독서대로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오랫동안 머무는 여행 프로방스란
책을 읽던 시간이 생각납니다.여행에 관한 책을 더 이상 사기는 곤란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자리에 앉아서 잠깐 정보삼아 읽어보려던 책이 재미있어서 결국은 앉아서 반 정도를 정독하고
시간이 모자라서 일어나면서 다음 번 다시 와서 나머지 반을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물론 4박 5일의 짧은 일정으로 떠나는 제겐 그림의 떡일 장소들이 즐비했지만 가보지 못한다 해도
글속에서 만나는 그 곳 풍광이 마음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와서 콱 박혀버린 곳들이 여럿 있어요.
그것이 자산이 되어 언젠가 조금은 더 긴 호흡으로 떠나고 싶어질 듯한 그런 곳들

포스터에 씌여진 글이 간단한 불어라고 해도 예술과 꽃의 도시 방스라 이렇게 이해가 되는 순간
공연히 어깨가 으쓱하면서 언젠가 불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져서 혼자서도 오래 머무는 것이 가능한 날이
올까? 공연히 상상모드로 돌입하게 됩니다.의미야 어찌어찌 가늠하긴 했어도 늘 발음이 어려워서
포기하던 언어를 이번에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해보자 마음먹고 달려들었고 조금은 익숙해진 발음덕분에
그전에는 부호에 불과하던 말들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게 되면서 (물론 아직은 아주 간단한 문장밖에
이해못하지만) 갑자기 눈이 열리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파리의 파랑과 니스의 파랑이 사뭇 달라서 눈길을 끄네요.
화가의 색이 그 혹은 그녀가 어디서 살면서 혹은 어디를 여행하면서 만난 색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요?
모로코를 방문하고 나서 화가들의 그림에 드러난 색과 빛이 확 달라지는 그런 경험들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언젠가는 모로코를 담은 화가들의 그림을 일부러 찾아서 본 적도 있었답니다,신기해서


그림을 보는 내내 wrtour님이 올려주신 글린카의 하프를 위한 녹턴을 들었습니다.
하프,늘 교향악단의 연주속에서만 듣던 소리를 이렇게 독자적으로 듣고 있으니 느낌이 사뭇 다르네요.
문을 열자마자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는 12월,누구라도 12월은 조금 빠른듯하고 연초에 세운 계획이 마구
어긋나서 후회하는 마음,아쉬운 마음,또 한 해가 가는구나 시간이 휙 지나는 느낌에 오싹하기도 한 달
그래도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그 나름의 시간을 제대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