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이상하게 아들이 편안한 상태로 일어나서 별 무리없이 학교에 가고나니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수요일 밤에는 무르팍 도사를 꼭 보아야 하는 아이,혼자 앉아서
정말 행복하게 웃어가면서 보는 그 프로그램을 말릴 수 없지요.그러다보면 새벽 6시에 일어나는 일이
고역이라서 새벽이 제겐 제일 힘든 시간입니다.) 제 마음과 몸이 다 가벼워져서
다시 잠들지 않고 딸의 싸이월드에 들어가서 글을 남기고 (이것도 파리로 떠난 이후로 제가 매일 하는
일중의 하나가 되었지요.평소에는 못하던 이야기를 길게 할 수 있게 된 것이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 된다고 할까요?) 어제 복사해서 블로그에 담아놓은 프랑스 역사에 관한 글을 다 읽고나도
아직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 신기하네요.

카루소님이 올려놓으신 a better day 노래를 들으면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두 아이가 번갈아가면서 시기를 비켜서 성장의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지요.
누나가 꽁지머리를 하고 사나운 표정으로 다니면서 의욕을 보이지 않을 시기에는
그런 누나때문에 엄마가 힘들어한다고 자기 나름으로 신경을 쓰면서 생활을 했던 어린 아들의
표정이 생각나네요.

누나가 조금 진정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나자 동생의 사춘기가 시작되었고
절망하는 엄마에게 힘이 되려고 노력하던 딸의 목소리가 기억나는군요.
엄마,아들문제는 조금 접어두고 그냥 엄마 인생을 살아,기다리면 변할꺼야
조급해해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아서 마치 눈앞에 안개가 낀 듯 명확함이 없던 시절을 지나고
지금은 그래도 모든 것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엄마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신소리를 해가면서
입시공부를 하는 아들을 보면서 고맙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네요.

결과와 상관없이 변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3학년 일년내내 지난 번보다 매번 조금씩 향상된
실력으로 모의고사를 치룬 것,그것으로 엄마에게 기쁨을 준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해도
그 아이는 믿지 않는 것같더군요.
막상 이상한 결과가 나오면 지금 엄마가 이렇게 교양있게 말해도 화를 내거나 그러니까
그 때 조금 더 하지 그랬는가라고 분명히 말을 할거라고요.

그러나 결과와 상관없이 감사하다는 것은 저의 본심입니다.정말로
중고등학교의 대부분을 거의 의욕없이 보내는 아이를 보면서 절망하던 시절,왜 이럴까,다른 길이 있는데
초조하던 시절에 제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내가 혼자 플랜을 짜도 그것이 아이의 플랜이 아니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지금 그대로의 아이를 인정하고 기다리자,이렇게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자신의 아이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으로 아이의 성장통을 지켜본다는 한 여성의
말을 듣고 나서이지요.
그 말이 주는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한동안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제 생각이 변하니 표정이 변하고,표정이 변하니 아이가 그것을 느끼고 저를 대하는 말투가 변하더군요.
늘 성공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물론 없지요.
그래도 요즘 어린시절의 자신의 상처에 대해서 (아이들과 놀다가 엄마랑 약속때문에
먼저 간다고 들어와야 했을 때 자신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아는가,엄마가 다른 아이들에겐 교양있게
대하면서 자신에게는 심하게 대해서 (이것이 과연 사실일까요? 늘 그랬다는 것이?-그래도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얼마나 싫었는지 아는가?
그러니 엄마가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한다고요.

마음속에 담은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막으면 곤란하다고 생각해서
진심으로 사과를 했습니다.그렇게까지 힘들었는가,미안하다고.
기억이 너무 다른 것들도 많아서 그렇구나 사실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로구나 아이들에겐
물론 아이들에게만은 아니겠지요?
이렇게 아이를 키우면서 함께 커가는 것,그것이 아이들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날들입니다.

새벽에 평온하게 나가는 것 하나로도 이렇게 달라지는 제 기분이 신기하네요.
그래도 정말 필요한 것은 그렇지 않은 날도 제가 평온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수련이 모자라네요.
마침 한겨레신문에 소개된 정토회의 인터넷 주소가 있어서 즐겨찾기를 한 상태로
새벽에 일어나면 법문 하나씩을 읽고 있는 중인데요
과연 여기까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지만 하루를 열면서 새롭게 자신을 보는
힘이 생기는 느낌입니다.
내게 가능한 부분,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마음이 미리 막아버려서 그렇게 굳어진 부분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고쳐나가다 보면 언젠가 상대방의 태도와 무관하게 평화를 유지하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
a better day를 들으면서 본 그림은 화요일 담벼락을 본 순간 생각하게 된 화가
싸이 톰블리인데요,마침 BBC에 그의 그림이 갤러리로 올라와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