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귤은
귤꽃아 제발 피지마라
한때는 ‘대학(大學)나무’라 칭송하며
너나없이 귤나무 심었지
희망도 함께 심었지
한라산자락 빼곤 섬 둘레에
돌 틈새마다 흙 부어가며 심어
귤 팔아 대학 보냈다하여
대학 나무라 불렀지
근 30년 호시절 누렸지
그도 그럴 것이 좁은 땅 제주귤이
넓은 땅 육지부에 실려 나가
시골이건 도시이건 불티나게
먹어주니 귤 농사꾼 얼굴이
싱글 벙글 웃음 지었지
땡볕 염천에 통통거리는 경운기로
온종일 일해도 지친 줄 모르고
귤 밭도 살판나고
농사꾼도 살판났지
봄이면 귤나무 가지마다 귤꽃송이
눈송이 보다 하얗게 덮여 지긋이
바라보는 농사꾼은 혼자서도 실룩실룩
입가에 웃음꽃이 귤꽃만큼이나 만발했지
새천년 시작되어 석삼년 흐른 지금
귤 값은 똥값이라 농사꾼 얼굴이 똥빛이네
누구를 원망할꼬
누구를 탓을 할까
느는 근심
느는 부채
희망이 난감 하구나
귤꽃아 제발 피지마라
날아드는 벌나비들아
귤꽃 가까이 제발 가지마라
- 이승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