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그리고 그로 인한 자극으로 일본어를 배우게 된 지 2년반이 조금 넘었습니다.
일상을 다룬 드라마는 이제 어느 정도 자막없이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역사극만은 아무래도 어려워서
자막이 없이는 엄두를 낼 수 없었지요.
그런데 2009년의 대하드라마 천지인의 이야기를 번역하던 사람에게 무슨 사연이 생긴 것인지
3회 연달아 번역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어찌 해야 하나,기다리기엔 내용이 궁금하고
그냥 보기엔 과연 머리에 쥐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다가,그래도 내용을 따라 갈 수 있는 정도라면 그냥
자막없이 한 번 볼까? 모르는 부분은 모르는 채 놔두고 그냥 따라가보자 가볍게 마음먹고
시도해보았는데 이게 웬 일입니까? 60%이상은 이해가 가능해서 3회를 다 보고 나니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린 기분입니다.
언젠가 처음 시도해보았던 역사극 자막없이 보기,그 때는 깝깝하구나란 이런 때 쓰는 말이로군 저절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바로 그만 두었었는데,그 사이에 흐른 시간,그리고 그 사이에 한 노력이
이런 식으로 보상을 주다니 ,신기하고 그동안 노력한 내 자신이 기특하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네요.

일본어 실력이 좋아진 것이 제게 특별히 의미있는 것은 오십이 넘어서 시작한 언어란 점,
그리고 그 언어를 제대로 배우게 됨으로써 새로운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이 덜 한 상태로 다른 언어에 접근하게
된 것을 들 수 있지요.
깝깝해서 못 듣겠어에서 답답해도 들을만해 그 사이동안 흐른 세월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소개한 네이버의 카페에서 영어강의 올려주시는 분,그는 매일 강조하더군요.
언어는 지능이 모자란 사람도 배울 수 있다고,그것은 능력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요하는 것이다
글을 몰라도 소리를 제대로 듣고 될 때까지 따라하면 누구라도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요.
영어는 그것과는 완전히 거꾸로 된 방식으로 배웠기 때문에 아마 일본어를 제 나름으로 소리로 접근해서
줄창 듣다가 어느 날 의미가 파악되어 놀라던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그 강사의 말을 믿지 않았을 겁니다.저도
지나친 의욕도 좋지 않다,그저 꾸준히 오래오래 하다보면 누구라도 외국어를 할 수 있다고 매일 매일
강의중에 주장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급해하지 말라는 말도 늘 덧붙이더군요.사실 그 카페에서
매일 강의 하나씩 다운로드해서 듣기 시작한지 3개월,영어를 듣는 언어회로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 매일 강조하는 성의가 놀랍고 고맙기도 하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그래서 저도 외국어를 하고 싶지만 나는 끈기가 부족해,그것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러니 나와는 역시 인연이 없는 것이지 하고 마음속으로 도망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느긋하게 마음먹고 오래 오래 누군가 함께 할 동료를 찾아서 해보면 새로운 문이 반드시 열릴 것이라고
보충설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카루소님이 올려주신 샹송도 듣고 또 듣다보니 하루에 한 두 단어정도가 귀에 익숙해지더군요.
그냥 그렇게 오래 오래 듣고 또 듣고 ,글로 읽기 어려워도 귀를 열어두면 언젠가 노래의 전체적인 의미가
확 귀에 들어오는 날이 있겠지요?
성질이 급하기로는 남에게 뒤지지 않았던 제가 이런 식으로 느긋하게 변한 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그러니 사람은 변한다는 것에 한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