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깝깝해서와 답답해도의 사이

| 조회수 : 2,030 | 추천수 : 245
작성일 : 2009-09-05 01:32:51


  우연한 만남,그리고 그로 인한 자극으로 일본어를 배우게 된 지 2년반이 조금 넘었습니다.

일상을 다룬 드라마는 이제 어느 정도 자막없이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역사극만은 아무래도 어려워서

자막이 없이는 엄두를 낼 수 없었지요.

그런데 2009년의 대하드라마 천지인의 이야기를 번역하던 사람에게 무슨 사연이 생긴 것인지

3회 연달아 번역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어찌 해야 하나,기다리기엔 내용이 궁금하고

그냥 보기엔 과연 머리에 쥐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다가,그래도 내용을 따라 갈 수 있는 정도라면 그냥

자막없이 한 번 볼까? 모르는 부분은 모르는 채 놔두고 그냥 따라가보자 가볍게 마음먹고

시도해보았는데 이게 웬 일입니까? 60%이상은 이해가 가능해서 3회를 다 보고 나니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린 기분입니다.

언젠가 처음 시도해보았던 역사극 자막없이 보기,그 때는 깝깝하구나란 이런 때 쓰는 말이로군 저절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바로 그만 두었었는데,그 사이에 흐른 시간,그리고 그 사이에 한 노력이

이런 식으로 보상을 주다니 ,신기하고 그동안 노력한 내 자신이 기특하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네요.



일본어 실력이 좋아진 것이 제게 특별히 의미있는 것은 오십이 넘어서 시작한 언어란 점,

그리고 그 언어를 제대로 배우게 됨으로써 새로운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이 덜 한 상태로 다른 언어에 접근하게

된 것을 들 수 있지요.

깝깝해서 못 듣겠어에서 답답해도 들을만해 그 사이동안 흐른 세월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소개한 네이버의 카페에서 영어강의 올려주시는 분,그는 매일 강조하더군요.

언어는 지능이 모자란 사람도 배울 수 있다고,그것은 능력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요하는 것이다

글을 몰라도 소리를 제대로 듣고 될 때까지 따라하면 누구라도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요.

영어는 그것과는 완전히 거꾸로 된 방식으로 배웠기 때문에 아마 일본어를 제 나름으로 소리로 접근해서

줄창 듣다가 어느 날 의미가 파악되어 놀라던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그 강사의 말을 믿지 않았을 겁니다.저도

지나친 의욕도 좋지 않다,그저 꾸준히 오래오래 하다보면 누구라도 외국어를 할 수 있다고 매일 매일

강의중에 주장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급해하지 말라는 말도 늘 덧붙이더군요.사실 그 카페에서

매일 강의 하나씩 다운로드해서 듣기 시작한지 3개월,영어를 듣는 언어회로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 매일 강조하는 성의가 놀랍고 고맙기도 하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그래서 저도 외국어를 하고 싶지만 나는 끈기가 부족해,그것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러니 나와는 역시 인연이 없는 것이지 하고 마음속으로 도망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느긋하게 마음먹고 오래 오래 누군가 함께 할 동료를 찾아서 해보면 새로운 문이 반드시 열릴 것이라고

보충설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카루소님이 올려주신 샹송도 듣고 또 듣다보니 하루에 한 두 단어정도가 귀에 익숙해지더군요.

그냥 그렇게 오래 오래 듣고 또 듣고 ,글로 읽기 어려워도 귀를 열어두면 언젠가 노래의 전체적인 의미가

확 귀에 들어오는 날이 있겠지요?

성질이 급하기로는 남에게 뒤지지 않았던 제가 이런 식으로 느긋하게 변한 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그러니 사람은 변한다는 것에 한 표!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캐드펠
    '09.9.5 2:49 AM

    사람은 변한다에 저두 한표!
    인투님의 노력의 결실에 저절루 고개가 꾸벅~!
    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가며 하루하루 미루다가 종내는 그만 두었거든요.
    마음은 날마다 아자아자 하고 실천은 게으름이랑 맨날 가까워져 가고 있습니다^^*

  • 2. 들꽃
    '09.9.5 4:48 AM

    저도 외국어 하나는 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어요..
    영어라던가 독일어는 그냥 병아리 눈물만큼만 알지만 일본어는 전혀 모르지요...
    남편이 일본어 회화를 할 수 있어서
    저한테 가르쳐준다는걸 제가 저의 무식함이 탄로날까봐 시작조차 하지 않았어요...
    남편에게는 운전 배우면 안된다는 말도 있듯이
    일본어 역시 배우다가 싸움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ㅎㅎㅎ
    싸움보다도 더 겁나는건 저의 얄팍한 지식 탄로나는 것이지만요~

    그래도 외국어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답니다...
    언젠가는 저도 시작 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 3. intotheself
    '09.9.5 12:39 PM

    언젠가는 그렇게 미루고 있으면 시작이 어렵겠지요?

    그냥 바로 시작하시고,힘들면 조금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시고

    남에게 배울 것이 아니라 그저 재미있는 소리를 mp3에 녹음해서 기회있을 때마다 듣는 것

    그것이 최고로 좋은 선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 조조프로로 블랙을 보고 왔습니다.너무 울어서 눈이 아픈데 자막이 다 올라가기도 전에

    극장안에 불을 켜고 나가라고 하는 무신경이 거슬렸지만 그래도 토요일 아침,마음속에

    에너지를 가득 받고 돌아온 느낌이네요.

    아직 못 보신 분들에게 영화관에 가보라고,시들한 인생이라거나,나는 모자란 것이 너무 많아서

    무엇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고 자신을 거짓으로 위로하고 사는 우리들에게 철퇴를 내리는

    영화라고 할까요?

    인간이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에게 실망이나 좌절을 주는 것도 인간이지만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곳이라고 느끼거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구나 저절로 감탄하게 만드는 것도 역시 인간이란 것을

    매일 매일 느끼고 사는 요즘입니다.

  • 4. 한국화
    '09.9.5 11:36 PM

    올리신 그림은 본인이 그리신건지 ..너무 평온해보여서..
    대단하세요..열정이 저도 그러고 싶네요

  • 5. intotheself
    '09.9.7 7:23 AM

    한국화님

    오해가 너무 재미있어서 혼자 웃고 있는 중인데요,저렇게 그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상모드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토요일밤,함께 이야기하느라 만난 사람들과 조그만 술집에서 이야기를 하고 나오다

    그 집 벽에 걸린 그림들을 구경했지요.그런데 어느 그림 하나가 유별나게 눈길을 끌길래

    당시에 일하고 있던 사람에게 이건 누구 작품인가 물었더니 그 사람왈

    다른 것은 다 이 술집의 주인아들(바로 그 아들이 미대졸업생이라 그와 친구들 작품들을

    걸어놓아서 예술(그림과 술)이 상호명인 집이거든요)작품인데 그것만 이름있는 화가의

    그림을 그대로 모사한 것이라고 대답해서 옆사람들이 놀라던 기억이 나는군요.

    역시 그림을 본 세월을 무시할 수 없구나 하고 저도 놀랐습니다.

    그래도 실제로 그리는 것,그릴 수 있는 것에는 이르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많지요.

    일종의 환타지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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