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드디어 오늘 목요일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방학동안 아이들과 생활하느라 지쳐서 일까요? 자리를 가득메운 사람들을 보면서 결핍이 주는 힘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속의 이야기는 1840년에 발표된 그의 노예선이란 작품부터 시작하는데요,사실은 그 전 해인 1839년
위의 작품이 발표되고 그는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고 합니다.영국인의 삶에 대한 안정적인 태도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지금도 영국인들이 터너의 대표작으로 생각하는 작품중의 하나라고요.
트라팔가 해전에서 싸움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배가 그 수명을 다하고 예인선에 끌려가는 장면을 그린
그림입니다.

비,증기,그리고 속도란 제목의 그림인데요,당시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기계에 대해서 적대감을 갖고
대한 사람들이 많았던 반면에 터너는 기계를 영국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하네요.
터너에 관해서 글을 쓰고 싶었을 때는 노예선이란 그림이 왜 그렇게 비난 일색으로 받아들여졌는가
그 작품이 앞으로의 터너를 어떤 식으로 예고하고 있는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림을 찾을 수 없네요.유감스럽게도

대신 선택한 그림이 그가 유일하게 그렸다는 자화상입니다.
20살이 채 되기 전에 왕립아카데미에 입학을 할 수 있었고,그가 그린 전원풍경이 불티나듯 팔려서
그는 아버지가 마련해준 생활보다 훨씬 빠르게 자신의 계급을 떠나서 살았다고 합니다.그래서일까요?
잘 차려입고 자부심을 감추지 않고 겉으로 드러내는 젊은이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네요.

터너의 그림을 원화로 실컷 볼 수 있었던 것은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에서였습니다.
그의 이름을 딴 관이 여럿 있어서 다양한 그림을 볼 수 있었던 날,놀라서 다른 그림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대로 못 본 화가중에 컨스터블도 포함이 되어서 두고 두고 후회를 했지요.
마음을 식히고 조금 시간을 두고 다른 화가들도 찬찬히 둘러볼 것을,성격이 급해서 한 번 마음이 동한
화가의 그림이 머릿속을 점령해서 다른 그림을 들여다 볼 마음의 여유를 잊었던 시간이라니..


그 때 이후에 터너의 그림을 원화로 볼 기회가 없다가 중앙박물관에서 루브르전을 할 때 그의 그림을
다시 만나고 반가운 마음에 그 앞에서 여러번 왔다 갔다 하면서 그림을 보던 기억도 떠오르는군요.

한 시대가 요구하는 그림과 요구를 뚫고 스스로의 힘으로 다른 틈을 만들어 앞으로 나가는 그림
그 사이의 강렬한 투쟁을 이기고 살아남는 그림들이야말로 우리에게 그림 그 자체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걸어오는 그림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방학동안 수업중에 읽던 책들은 완전히 뒤로 미루고 다른 책을 읽다가 다시 시작한 공부
역시 스터디는 힘이 세구나 ,그래서 함께 하는 공부가 필요한 것이지 하면서
목요일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러시아란 나라가 생기고,어떤 변화를 겪었는가를 다룬 2교시 역사를 읽고 나서 서점에 가니
역시 표트르 대제를 다룬 한 권의 책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그래도 다른 주문한 책을 먼저 구한 다음,손에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이 책을 다 읽고나서
그 때도 읽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으면 그 때 구해서 읽어보아야지 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길
같은 책이라도 어느 시기에 만나는가에 따라서 이렇게 나를 자극하는 정도가 다르구나 웃음이 절로 나네요.

같은 자리를 지난 번 서점에 갔을 때 지나갔을 때는 눈에도 띄지 않던 책인데 싶어서요.
관심의 차이,관심을 자극하는 것,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문을 열게 되는 일들,이런 저런 일들이 모여서
우리의 인생은 앞으로 나가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