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시절
서귀포에 사시던 이모할머님
성내에 오실적마다
울집 머물다 가시곤 하셨는데
하루는 늦은저녁 마실을 오셨다
퍼렁헌 송키에
쿠싱헌 자리젓에 쌈싸먹기 를
사양하는채 하시면서도
고대하시던 외고집 할머니 ...
처분만 기다리며 엄니 눈치를 보았지만
결국은 엄니한테 엄청 힘되는 딸이었기에
비가리개 하나 들러쓰고
차롱착 하나 찾아들고는
비에젖은 미끄러운 작지길을 걸어
어슴푸레 어두워진 밭길을 올라갔네요
평소에는 눈만 들면
바라보이던 밭이 왜그리 멀던지
먹음직한 송키잎새
열심히 추려내어 담고는 일어서는데
갑자기 한라산이
빗속에서 와~락 다가온 모습에 움찔하며
얼른 마을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이번에는 바닷가 쪽 불빛이 전부 도깨비불로 보이고
갑자기 으슬으슬 무섬증이 온몸에 확 끼쳐와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모를정도로
그느낌이 지금도 전율로 남아있답니다
비를맞아서 그런지 ..놀래서 그랬는지
그 송키사건때문에
고열로 시달리며 사나흘을 넘겼던일
애틋하고 서글픈 기억하나 로 머물러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