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소문이 난 영화에는 뭔가 볼 만한 것이 있다고
제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월요일 아침 마더를 보러 나섰습니다.
요즘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기로 마음먹고 조금 일찍 집을 나서서 바람이 살랑 살랑 옷속으로 파고 드는
느낌을 즐기면서 영화관에 도착을 하니 시간여유가 조금 있네요.
주변을 조금 걷다보니 아니,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10분을 착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라 허둥지둥
영화관에 들어서니 벌써 첫 장면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씬으로 시작한 영화,마지막까지 몰입해서 보고 나오면서 마음속이 불편한 구석이
있어서 왜 이렇게 불편한가 생각을 자꾸 하게 되더군요
일본어 시간에 만난 송승은씨가 물어보더군요.영화 어땠는가 하고요.
한참 떠듬떠듬 일본어로 설명을 했습니다.
생각했던 것처럼 김혜자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지만 영화가 이야기하는 내용에서는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하더라
왜 그럴까 그것을 서로 이야기해보기 위해서 다음 주에 영화를 직접 보고 오는 것은 어떤가 하고
제안을 하기도 했지요.

영화에서 이 장면이 상징하는 것,너는 나라고 생각하는 엄마의 의식이 어디까지 경계를 부수고 들어가고
싶어하는가,그것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과연 사랑이란 이름으로 덮어둘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모성이란 이름으로 미화하는 것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문제들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더군요.
어머니 수난사를 읽으면서도 내내 마음이 불편하게 느꼈던 것이 이 작품에서는 조금 더 심화되어
마음을 건드리고 있었습니다.

영화가 상영중이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기가 어렵네요.
영화가 막을 내리고 나면 영화를 본 사람들끼리 이야기해볼 소재가 풍부한 영화란 것은 확실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관심을 갖게 된 배우가 한 명 더 늘었다는 것
그리고 이 영화를 찍은 촬영감독이 궁금해졌다는 것도 있습니다.


모성에서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 것일까 각자에게 조금씩 다른 과제겠지만
제겐 무엇이 모자라고 무엇이 지나친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체하고 덜어내고,그리고 새롭게 정립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많은 화석화된 개념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