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서점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동네 서점에서 이상하게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가
그래도 한 번 더 자세히 서가를 찾아보고 없으면 큰 서점에 갈 일이 있을 때 책을 구해야지 하고
마지막으로 돌아보다가 만난 제목이 바로 베르메르의 모자입니다.
베르메르의 모자? 무슨 내용의 책일까 일단 흥미가 생겨서 책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역사학자가 쓴 글이라,그러면 미술에 관한 것만은 아니겠구나
당연히 관심이 생기고,목차를 보니 베르메르 그림을 통한 17세기 동서문물 교류사에 관한 것이더군요.

이 책을 검색하러 들어갔더니 그 다음에 소개된 이 책에 눈에 번쩍합니다.

마침 통도사에 다녀온지 얼마되지 않아서일까요?
미리 알았더라면 더 도움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지은이가 믿을만한 사람이라
더 눈길이 가는 책이네요.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베르메르의 모자를 쓰게 된 저자의 사연이 재미있습니다.
그가 젊은 시절 자전거여행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델프트에서 자전거가 진흙에 쳐박히는 사태가 생기고 가까이에 있는 집에 가서 무조건 도움을
청했다고요,잠깐 씻을 수 있을까하고요.
그랬더니 주인아주머니께서 하루 밤 쉬고 갈 수 있은 편의를 제공해준 다음
델프트 이야기란 제목의 그림이 인쇄된 카드를 주면서 이 장면을 한 번 찾아가서 보라고 권했다고요.
그가 그 장소를 찾아간 다음,근처 교회에 가서 구경을 하다다 바닥에 새겨진 이름 베르메르를 만나고
난생 처음 이 화가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그 다음 원화를 구경할 기회가 생기면서
그림속의 장면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들을 추적하게 되면서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연한 인연이 30년에 걸친 연구의 재료가 되고 그것이 이렇게 멋진 책으로 씌여져
베르메르를 그림으로만이 아니라 역사적 시대속에서 조명한 글을 독자들에게 선보이다니
신기한 일이기도 하고 고마운 일이기도 하구나 ,놀라면서 결국 하루만에 책을 다 읽고 말았습니다.


당시 자기가 중국에서 수입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하더군요.
중국에서 들어온 자기를 자체적으로 연구해서 델프트 타일을 만들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 과정이 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네덜란드만이 아니라 이 책안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당대의 세계경제라고 할 수 있어서
경제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운 책읽기 시간을 선사해줄 것 같네요.

당시 동인도회사에 근무하거나 배를 타고 외국으로 떠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여성들이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관리하게 되는 바람에 여성들의 경제활동과 발언의 힘이 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베르메르의 그림에 유난히 편지를 읽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것은.

책의 제목에 베르메르의 모자란 타이틀이 붙으면서 책표지에 소개된 그림이 바로 이 그림인데요
이 모자가 펠트 천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더군요.
당시 지금의 캐나다를 발견한? 프랑스인들이 그 곳에서 교역의 장을 마련하고 비버가죽을 수입했다고요.
그렇게 해서 만든 모자가 펠트 모자인데요 다른 가죽보다 모자를 만들기에 좋아서 펠트 모자가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당시에 모자를 쓰는 일은 신분을 나타내는 방식의 일종이기도 해서
심지어는 실내에서도 이렇게 모자를 쓰고 다녔다고 하는데 저자는 모자쓴 남자의 그림을 통해서
당시의 캐나다에서 중국가는 항로를 찾으려고 했던 사람들의 줄기찬 노력,그러나 허사로 끝난 노력까지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델프트 풍경이란 제목의 그림인데요,이 그림에서는 우리가 보는 쪽에서 왼쪽의 붉은 지붕으로 된 건물이야기가
중요한 소재가 됩니다.그 곳이 바로 동인도 회사 델프트 지사라고 하네요.
동인도회사 17세기 역사를 읽자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인데,그림에서 이 건물을 실마리로 하여
우리가 만나게 되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은 이 책이 미술에 관한 책이 아니라 방점이 사실은 역사에 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책이기도 하지요.

나란히 구교회와 신교회가 보이는군요.구교회에 묻힌 베르메르,당시 사람들은 교회 지하에 매장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하네요.그래서일까요? 당시 그림에 보면 지하에 매장되고 있는 사람을 그린 그림도
있었던 것이 기억나는군요.

그림을 보면 배가 여러 척 보이지요? 당시 청어잡이가 주요한 수입원이어서 네덜란드는 청어잡이 하는
사람들이 벌어온 돈으로 번영을 누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 그림안에서도 그런 흔적을 발견할 수 있네요.
그림을 보다 보니 오래전 읽었던 반룬의 책 배의 역사가 생각납니다.
배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지리상의 발견에 도움이 되었고 그것이 세계를 어떻게 바꾸게 되는가
그런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한 것인데요,이 시기를 읽다보니 그 책을 새롭게 읽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당시 무역품목중에서 진주도 한 몫을 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책을 따라가면서 그림을 보다보니 이전에 베르메르 그림을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관점에서
그림을 보게 되어서 재미있습니다.
그림을 통한 역사여행이라고 할까요?


각각 천문학자와 지리학자가 등장하는 그림인데요,이렇게 그림속에서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읽어보게도 됩니다.
그림으로서의 매력은 다른 그림들에 비해 덜하지만 그림속의 물건들을 통해 그 시대가 표상하는 역사와
만나기엔 이야기가 담뿍 들어있는 그림이라고 할까요?
베르메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통해 다른 문으로 안내하는 충실한 역할을 하는 이 책
주말에 무엇을 읽으면 좋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책으로 시대를 거슬러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