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의 일입니다.
이제 고 3이 된 아들이 말을 겁니다.엄마,아무래도
밤에 인강 하나 듣고 나서 엄마랑 30분정도 문법 공부
아주 기초부터 해야 할 것 같아,너무 몰라서 답답해
이런 말을 들은 날 아침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표정관리에 어려움이 있더군요.
그러면 학교에서 하고 있는 책을 가져와서 모르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하니 엄마가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학교 책 말고 아주 기초부터 하자고
그래 네 말은 알겠는데 기초부터 한다고 그 기초가 다
나오는 것이 아니니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중에서 무엇이
이해하기 어려운지 거기서부터 출발하자고 해도
그것이 아니라고 자꾸 우기네요.
한 번 말이 어긋나면 어렵게 먹은 마음을 거두어들일까봐
집에 있는 책중에서 그 중 쉬워보이는 영문법을 꺼내서
그러면 우선 조금만 해보자고 했습니다.

우선 내용을 읽어보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라고 하니
첫 질문이 그런데 구와 절이 뭐냐고 물어보네요.
설명을 하고 예문에서 이것이 구인지 절인지 어떻게 구별하는지
몇 번을 거쳐서 서로 이야기하고 나니 이제 알 것 같다고
하더니 오늘 하기로 한 분량을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스스로 모르겠다는 것을 고백하고 도움을 청한
것이 기쁘긴 하지만 (너무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것이
마음아프기도 하고요) 여기서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도우려고 하지 말고 자제하면서 기다리기,가능하면
매일 조금씩 진도를 나가기,이 시간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아이 스스로 고3시기를 잘 보내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늘릴 수 있게 돕기,
도서관에 수업하러 나가는 길에 머릿속에 출렁이는
여러가지 상념들이 들끓고 있었습니다.

집안에 고3 수험생이 있다는 것이 주는 스트레스가
많겠지요? 많은 사람들에게
제 경우도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처음에 비해서 많이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조금은 거리를 두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 같아요.
아이의 시간에 일희일비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
마음속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지 않으면 밖에서
미는 것은 순간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론적으로 아는
것을 실제로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에 더 주력할 것,늘 마음을 새롭게
다지고 있는 중이지요.
늦은 밤 학교에서 오면 텔레비젼 앞에서 한 시간 정도는
놀아야 하는 아이가 오늘 밤이 마지막이라고 내일부터는
티브이 보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합니다.
말처럼 쉽지 않겠지요?
그래서 생각을 합니다.단 칼에 자르지 못한다고 아이를
의지력이 박약하다고 구박하지 말고 천천히 줄이도록
기다릴 것,

공부에 대한 의욕이 없던 긴 시간을 옆에서 견디고 살아왔는데 이렇게 변화된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일년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밤,드디어 고 3 엄마가 된 것을 실감하는 밤이기도 하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