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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어디에서 부는지...

| 조회수 : 1,633 | 추천수 : 40
작성일 : 2008-10-15 21:03:59


가을에는 바람의 소리가 구석구석 들린다.

귀가 밝아지기 때문이 아니라 바람이 맑아지기 때문이다.

바람이 숲을 흔들 때, 소리를 내고 있는 쪽이 바람인지 숲인지 분별하기 어렵다.

이런 분별은 대체로 무가치하다.

그것을 굳이 분별하지 않은 채로, 사람들은 바람이 숲을 흔드는 소리를 바람소리라고 한다.

바람소리는 바람의 소리가 아니라, 바람이 세상을 스치는 소리다.

맑은 가을날, 소리를 낼 수 없는 이 세상의 사물들이 바람에 스치어 소리를 낸다.

그 난해한 소리를 해독하려는 허영심이 나에게는 있다.

습기가 빠진 바람은 가볍게 바스락거리고 그 마른 바람이 몰려가면서 세상을 스치는 소리는 투명하다.

태풍이 몰고 오는 여름의 바람은 강과 산맥을 휩쓸고 가지만,

그 압도적인 바람은 세상의 깊이를 드러내지 못한다.

 바람 부는 가을날, 모든 잎맥이 바람에 스쳐서 떨릴 때,

나는 내 몸 속의 바람을 가을의 바람에 포개며 스스로 풍화를 예비한다.


  

김훈........두 번째 [밥벌이의 지겨움] 중에서 -



소꿉칭구.무주심 (nh6565)

제주 토백이랍니다. 우영팟 송키톹앙 나눔하듯 함께 나눠요. - jejumullyu.com 제주물류닷컴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꿉칭구.무주심
    '08.10.15 9:48 PM

    바람이 세상을 스치는 소리에 귀기울여 봅니다.
    풀잎소리, 나뭇잎소리, 대숲소리, 억새소리, 갈대소리, 옥수수 수염소리…
    그러고 보니 그런 소리들을 모조리 `바람소리’라고만 하였습니다.
    잠깐 지나치던 바닷가 바람에 실려온 농익은 열대과일의 냄새가 코끝을 스쳐
    이름모를 종려과(?)열매찍어보았답니다(맨윗쪽)

  • 2. 예쁜솔
    '08.10.16 2:14 AM

    어머...
    감귤이 그렇게 달리는군요.
    향긋한 감귤내음이 전해져옵니다.
    올겨울에 제주행 비행기를 탈 수 있으려나...기대해봅니다.

  • 3. katie
    '08.10.16 7:47 AM

    무주심님의 사진과 글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서 젤루 아름다운 곳이 제주도인가 싶어지네요..

    저도 올겨울에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싶네요...

    각종 바람소리와 그바람이 싣고 온 향긋한 과일 냄새가 그립습니다.

  • 4. 소꿉칭구.무주심
    '08.10.20 12:40 AM

    예쁜솔님^^
    katie^^
    오리아짐님^^ 요즈음 정신없이
    집안팍 치러낼 일들이 많았었답니다
    웬만한 일들 가닥이 잡혔고 잠시 맘내려놓는시간이랍니다^^
    고운날들만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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