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린날....
생각이 먼저 기슭에 닿는다.
강 한 쪽이 어깨를 들어올린다.
하단(下壇)이 저 아랜가.
문득 갈대숲에서 물떼새들이 달려 나온다.
여름이 가는군. 나보다 먼저 바다로 든 길이 중얼거린다.
언제 내가 길 하나 가졌던가.
물줄기를 한참 당기면 마음에 들어와 걸리는 수평선.
세상이 평등하기를 저것이 말해준다.
이런 날은 물가에 오래 앉을 수 있겠다.
물에도 길이 있다고 하였으나
물방개, 소금쟁이, 물잠자리들, 물이 좋아 물 먹고 산다는 것일까.
나는 꿈속에서도 어안이 벙벙한 물고기들을 보았다.
물의 세계란 그런 것일까.
물까지도 한 잔의 물속에선 흐르지 않는다.
나는 또 자주 쓴 풀 몇 포기 뽑아 잘근잘근 씹는다.
산다는 건 자주 쓴맛을 보는 것이라던 선배의 오늘은 옳았다.
--------- 천양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