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어디서 그림을 보는가 하는 질문을 받습니다
이미 두 세 차례 소개한 적은 있지만 그 글을 유심히 보지
않은 사람,혹은 메모해놓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 제대로
찾아들어가기가 어렵겠지요?
82cook의 morning님이 그림어디서 찾는가 문의하신
김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서 다시
소개합니다.
저는 아주 오래전 우연히 소개받은 이 싸이트로 인해
거의 매일 이 싸이트에 들어가서 그림을 찾아서 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으니,소개한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제게 적선을 한 경우라고 할 수 있지요.
적선한다는 말을 그냥 무심코 쓰다가 어느 날 보니
선을 쌓는다는 뜻이란 것을 알고 놀랬던 적이 있어요.
수요일 오전수업이 다시 시작되고 오늘부터 수요일 오후
아이들 수업시작전으로 옮긴 일본어 수업으로 인해서
오전수업끝나고 들어와서 탁구레슨 갈 여유도 없는 낮시간이라
조금은 촉박한 기분이 드는 날,브람스의 교향곡을 틀어놓고
그림을 보고 있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제대로 공부하면서 진로를 잡아가던
칸딘스키에게 어느 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만난
그림으로 인해 인생의 방향을 확 바꾸게 만들었다는
모네의 건초더미 시리즈,
월요일 읽은 책에서는 축구선수로 유망하던 보어가
대학에서 러더포드의 강의를 들은 뒤 전공을 바꾸어
원자핵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된 이야기도 읽었습니다.
그렇게 극적이지는 않다해도 사람이 살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야에서 매력을 느끼고
그것에 깊이 천착하게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오늘 수업중에 읽은 책에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신적인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어린 시절에 갖게 된 지도를
그것이 전부라고 믿고 자신과 자신이 사는 세상은 변화하고
있는데 그 지도를 끌어안고 변화를 거부하기 때문이란
구절이 나오더군요.
마음깊이 와 닿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제 밤 제가 어린이 과학사책을 읽고 있으니
한 고등학교 여학생이 물어봅니다.
선생님,과학책 읽는 것이 선생님에게 필요한 일이 아닌데
왜 과학책까지 읽으세요?
그래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모르는 것을 그대로 둔 채로도
사는 일에 지장이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다면 조금은 다르지
않겠는가 하고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과학책을 읽으니 이해가 쉬워서
그동안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렵던 것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더라,그러니 너희들도 무슨 분야에 대해서
모르겠으면 그 학년에 해당하는 책을 읽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단계를 확 낮추어서 아주 기초부터 읽으면
그것이 돌아가는 것같지만 오히려 더 빠른 길일수도
있다는 말도 하고요.
지금 당장은 그 말대로 실천을 못한다해도
그렇게 자꾸 말하다보면 그 말을 마음깊이 새겨서
실천하는 아이들이 나오겠지요?
오늘 오전 수업중에서도 이렇게 읽는 일이 당장의
즐거움이 된다하더라도 과연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가에
대한 의문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리고 멤버중의 한 명이 제게 말하더군요.
공부를 취미라고 하는 말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하고요,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사실은 다 공부나 다름없는데
텍스트를 읽는 것만이 공부인가 하고요.
그래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런 이야기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제 이야기도 하기도 하는 사이에 사람들사이의
차이에 대한 것,공통점에 대한 것,살아가는 일의 어려움과
그 안에서 누리는 즐거움에 대한 것도 엿볼 수 있었지요.
그래서 스터디는 혼자 읽는 책읽기와는 다른 맛을
느끼게 하는 보약이 아닌가 혼자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