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보람이가 두 달간 신촌의 한 어학원에서
집중코스로 토플공부를 하겠다고 등록하고,집을 나선
날입니다.
문제는 시간인데요,기차를 타기 위해선 일곱시 조금 넘어서
집에서 나가야 한다는 것인데 방학이 시작되고 나서
아무래도 한껏 게을러진 아이가 다시 새벽에 일어나는
일에 적응하는 동안에는 엄마가 깨워줄 수 있는가
넌지시 부탁하는 겁니다.
첫날부터 못 가는 사태가 생길까봐 어제 조금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났지요.
집을 나서기 전 보람이에게 일본어로 말을 걸었습니다.
즐겁게 수업하고 오라는 것,그리고 이렇게 공부할 수 있는
네가 부럽다고,우라야마시이란 말에 대해
그 아이는 왜 그런 말을 하는가 의아하게 생각하네요.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것이 부럽다는 것,과연 이해가 될까요?
집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텀블러에 커피 타 놓고 잊어버리고 나왔으니
엄마가 마실래라고요.
새벽부터 커피를 마시게 된 덕분에?
오랫만에 한겨레신문의 이런 저런 칼럼을 읽게 되었고
읽으면서 everymonth에 올라온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를
여러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칼럼중의 한 글에서 전인권을 노래하게 하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지요.
그래서 자연히 전인권의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기도 한
아침입니다.
창문을 조금 열어놓은 곳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고
좋은 음악과 정신을 깨우는 글들로 배가 부른 아침
아,밤에 즐기는 시간도 좋지만 아침의 이 시간도
참 매력적이로군,다시 보게 되는 시간입니다.
겨울에 엄마랑 여행하기로 한 기회를 포기하고
대신 두 달간의 공부를 택한 보람이가
( 두 가지 기회를 다 주기엔 여력도 모라자니 선택을 하라고
했거든요) 이 기회에 영어와 조금 더 친해지길 ,
스터디 과정에서 서로를 격려할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를,도망다니지 말고 해야 할 일을 이왕이면
더 즐기면서 할 수 있기를 기도하는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