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철학수업이 있는 화요일입니다.
사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난 별난 날이어서
(아들이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멀리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관계로 여섯시에 학교버스를 탄다고 하네요.
그래서 조금 긴장해서 전화,두 대의 휴대전화 이렇게
세가지 장치를 해놓고 잠이 들었지요.
한꺼번에 울려대는 소리로 다행히 제대로 일어나서
떠나는 것을 보긴 했으나) 몸의 균형이 무너져서
조금 피로한 오전이었습니다.
그래도 에피쿠로스학파,견유학파,그리고 스토아 철학에
관한 공부를 마치고
함께 점심을 먹은 후 서둘러 자리를 파하고 돌아오는 길
학고재 옆에 자리한 노화랑에서 이두식 파스텔전을
하고 있더군요.
다른 전시는 금요일로 미루더라도 이 전시는 금요일까지
기다릴 수 없는 전시날짜라 그렇다면 한 전시만
하고 마음을 먹고 전시장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떤 파스텔회사 100주년 기념으로 한국의 드가라고
불린다는 서양화가 이두식의 기념전을 하고 있었는데요
제가 알고 있던 화가 이두식과 이번 전시의 그가
참 달라서 신선한 느낌,그리고 약간 당황스런 느낌으로
전시작을 둘러보았습니다.

제가 아는 그의 그림은 이런 풍의 그림들이 전부였는데
오늘 본 드로잉에서는 인물의 특징을 잘 잡은 그림들이
인상적이었지요.
집에 와서 찾아보니 그런 그림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
않네요.

오후에 집에 들어와서 잠깐 쉬었다 나가려고 옷을 갈아입는
순간,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벨이 울립니다.
이 시간에 무슨 전화지?
궁금해서 받았는데 상대방이 모시 모시,모시 모시 하는겁니다.
아니,일본사람이?
한 순간 잘못 걸린 전화가 아닐까 하다가
어라,그렇다면 월요일 일본어선생님인가 싶었지요.
그런데 막상 대답을 하려니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말이 나오지 않는 겁니다.

한국어,일본어,영어를 다 동원한 통화를 끝내고 나니
갑자기 진땀이 흐르면서 사람앞에서 말하는 것과
전화로 대화하는 것이 이렇게 다른가 놀랐습니다.
그래도 대견한 것은 어찌했든지 용건이 해결되었다는 것인데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에는 조금씩 덜 당황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겠지 하는 배짱이 생겨서 놀라기도 했지요.

잘하겠다는 욕심을 버릴 수만 있다면 오늘보다 조금 낫게
다음에 말할 수 있으면 된다고 느긋하게 마음 먹을 수 있는
배짱이 생긴다는 것,그래서 오늘도 제 자신을 칭찬할 수 있는
(이 점을 목요일 수업의 책에서 배우고 있는 중이지요)
좋은 거리가 생겼다고 즐거워하고 있답니다.
